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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가 시 낭송하자, 특수학교 학생들 "대입 문제 없나요"

중앙일보 2020.04.20 15:33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서울농학교에서 열린 초등학교 1~3학년 온라인 개학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서울농학교에서 열린 초등학교 1~3학년 온라인 개학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여러분 어떤 구절이 가장 좋나요?"(서울농학교 박양희 국어교사)
 
20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서울농학교. 교탁에 선 박양희 교사가 노트북 웹캠을 향해 김춘수의 시 '꽃'을 낭송했다. 교실은 시를 읽는 소리로 가득 찼지만, 학생들이 앉아 있을 의자는 비어있었다. 대신 화상회의 앱인 줌(ZOOM)에 접속한 학생들은 바쁘게 움직이는 교사의 손과 입을 바라보며 시를 감상했다.
 
제40회 장애인의 날인 이날 서울농학교는 온라인으로 입학·개학식을 열었다. 올해 입학한 초등 1학년생과 개학을 맞은 학생 등 총 14명이 화상으로 참석했다. 개학식에 맞춰 접속한 학생들은 화면에 비친 교사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교사들도 수화로 이름을 적으며 반겼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연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여러 차례 사용법을 설명하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화상 개학·입학식은 수월하게 이뤄졌다. 일부 학생은 학부모가 함께 카메라 앞에 앉아 개학식 참여를 도왔다.  
 
초등학교 1~3학년 온라인 개학일인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농학교에서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영어 수업을 받고 있다. 뉴스1

초등학교 1~3학년 온라인 개학일인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농학교에서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영어 수업을 받고 있다. 뉴스1

청각장애 학생을 가르치는 서울농학교는 유치원과 초·중·고, 전공과(바리스타·제빵 등)를 포함해 총 27개 학급 92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중 10명의 학생은 청각장애 외에도 지적 장애 등 또 다른 장애를 함께 갖고 있다. 학교 측은 수업 참여나 스마트 기기 활용이 어려운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해 개학 전 시범수업을 하며 개학을 준비해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이날 학교를 찾았다. 원격수업을 앞두고 다양한 우려가 나온 특수학교의 상황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수화로 간단한 인사말을 전한 유 부총리는 "학교에 오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져 안타깝다. 부모님 도움이 필요한 학생도 있고 아쉬운 점도 많지만 잘 대처해가겠다"고 했다.
 
개학식 후에는 올해 첫 수업이 진행됐다.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한 영어 수업에는 학생 4명이 출석했다. 김명랑 교사가 수화와 함께 강의 내용을 설명하자 화면에는 교사의 목소리를 옮긴 자막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수화와 독순(입술의 움직임을 통해 말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수업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조치다. 
 

밀리는 학사일정에…"대학 입시 괜찮을까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농학교 고등 3학년 인문반에서 국어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박양희 선생님이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을 낭송하고 있다. 뉴스1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농학교 고등 3학년 인문반에서 국어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박양희 선생님이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을 낭송하고 있다. 뉴스1

 
이어진 고등학생 문학 수업에서는 유 부총리가 김춘수 시인의 시를 낭송하는 등 수업은 밝은 분위기로 이뤄졌지만, 한 학생은 입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화면 속에서 손을 든 한 학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개학이 자꾸 밀려서 대학에 가는 데 지장을 주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어서 정상적인 등교를 하면 좋겠지만,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확진자 수가 줄고 있으니 조금만 더 노력하면 머지않아 등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학교 '맞춤형 수업' 준비했지만…학업 공백 여전

 
10명 내외의 학생이 모이는 특수학교 원격수업은 2~3배의 인원이 접속하는 비장애 학생 학급 수업보다 통신 문제가 적었지만, 간혹 접속이 안 되거나 끊기는 현상도 나타났다. 개학 전 시범수업에 참석한 한 농학교 학생은 "학교 수업보다는 아쉽지만, 수업을 따라가기에 괜찮다"면서 "가끔 서버 문제가 생겨 화면이나 소리가 끊겨 아쉽다"고 말했다.
 
청각·시각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한 특수학교 원격수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발달·지체 장애 등 온라인 수업 참여가 어려운 학생들은 사실상 학습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한 특수학교 교사는 "발달 장애 등이 있는 학생이 원격수업을 듣는 건 매우 어렵다"면서 "교사가 함께 앉아 옆에서 손을 잡아주며 가르쳐야 하는 아이들인 만큼 등교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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