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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학에 급식중단···"대출받아 월급줬다" 사장님의 눈물

중앙일보 2020.04.19 05:00
"오죽하면 직원 월급을 못 줘 대출을 받았겠습니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80여 개 초·중·고 학교에 식자재를 납품하던 업체 대표 A씨는 최근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80여 개 학교에 납품하던 식자재 업체 경영난
현금 흐름 막혀 은행 대출받아 월급 줘
코로나19 해결되기 전까진 급식 재개 어려워

 

유례없던 온라인 개학에 매출 70% 사라져 

 
 매년 3월이면 겨울방학이 끝나고 납품할 식자재를 준비하기 바빴던 공장은 유례없던 '온라인 개학' 때문에 매출이 70%이상 사라졌다. A씨는 "외국산 재료 하나 쓰지 않았고 학교마다 맛있다고 인정받아 왔는데 한순간에 직원 월급도 못 줄 지경"이라고 했다.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지난 9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상일여고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지난 9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상일여고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A씨 공장 직원 월급은 200~300만원 수준이다. 10여 명의 직원이 매달 억대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던 식자재 공장이었지만, 현금 흐름이 갑자기 끊기자 6000~7000만원의 급여와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직원 줄이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A씨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지난달분 월급을 줬다. A씨는 "코로나19가 발생한 게 내 탓도 아닌데 주변에서 직원을 무급휴가 보내거나 일부 줄이라는 말도 들었다"며 "10년 이상을 함께 했던 직원도 있는데 차마 내 손으로 자를 수는 없었다. 아무리 힘들다 해도 월급 한 푼 깎기 싫었다"고 했다.
광주광역시 서구의 한 학교 조리실이 온라인 개학으로 운영되지 않아 텅 비어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광주광역시 서구의 한 학교 조리실이 온라인 개학으로 운영되지 않아 텅 비어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A씨는 지난 9일부터 초·중·고 단계별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자 다른 판로를 찾고 있다. A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외식업계 전반이 흔들리는 상황이어서 다른 판로 찾는 것도 쉽지는 않다"며 "4월 한달은 어떻게 해결했지만, 혹시나 학교 급식이 1학기 내내 안 되면 어쩔지 모르겠다"고 했다.
 

비정규직 급식실 조리원들도 코로나19에 월급 줄어

 
 각급 학교 급식실 조리 담당 비정규직도 개학 연기에 월급이 줄었다. 광주지역 급식실은 총 316개로 공립학교만 비정규직 조리원 약 1000명이 근무하고 있다. 개학일인 지난 3월 2일에 맞춰 출근했다면 모든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출근수당을 받지 못하면서 3월 월급의 40~50%가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 속 개학에 대비해 학생간 칸막이 시설이 설치된 광주광역시 서구 한 학교 급식실이 온라인 개학으로 텅 비어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코로나19 사태 속 개학에 대비해 학생간 칸막이 시설이 설치된 광주광역시 서구 한 학교 급식실이 온라인 개학으로 텅 비어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광주시교육청은 비정규직 조리원의 생계난이 예상되자 월급을 평소대로 지급하기 위해 지난달 23일부터 급식실 조리원을 출근시키고 있다. 광주지역 316개 급식실은 현재 등교 중인 선생님과 가정에서 보육이 어려운 맞벌이·저소득층 등 부부의 돌봄학생 2750명만 제한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한 학교당 20명의 돌봄학생만 등교하고 있기 때문에 전면적인 급식실 운영 재개는 어렵다. 따라서 급식실 조리원 업무는 돌봄학생의 급식과 급식실 청소 등만 한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개학 연기에 돌봄학생 급식 지원비도 바닥나 광주시교육청은 무상급식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급식실 운영 재개는 아직도 미지수

 
 비정규직 조리원 월급 감소 문제는 해결됐지만, 급식실 납품 업체의 어려움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14일 각급 학교에 급식실 재개 여부를 학교장 자율로 결정하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결정하지 못한 학교가 대다수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급식실에 납품하던 업체의 어려운 상황을 공감하고 있지만,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는 방안이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도중 개학할 것을 대비해 급식실에 학생 간 칸막이도 설치했지만, 확진자 숫자가 대폭 감소하기 전까진 운영 재개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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