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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남매의 난’ 장기화···조현아 전략은?

중앙일보 2020.04.19 00:03
소득 없는데 상속세 부담 커… 3자 연합 속 줄어드는 입지, 경영권 뺏어도 얻을 게 없어
지난 4월 8일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추모행사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모여있는 모습.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 사진:뉴스1

지난 4월 8일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추모행사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모여있는 모습.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 사진:뉴스1

 

분쟁 길어질수록 그녀의 입지는 줄어든다

최근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3자 주주연합’이 패하면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조현아,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3자 주주연합이 지분을 지속 매집하며 경영권 분쟁을 장기전 구도로 만들고 있지만 조 전 부사장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아무런 소득 없이 상속세 납부 부담을 진 조 전 부사장이 장기전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지난 4월 8일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1주기 추도식에 장녀인 조 전 부사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앞서 3월 27일 한진칼 주총에서 승부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3자 연합은 2차전을 준비하고 있다. 3자 연합은 주총이 있던 3월 27일 “한진그룹이 위기에서 벗어나 정상화의 궤도에 올라설 수 있도록 계속 주주로서의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무직 상태서 상속세 내기 위해 주식담보대출 

실제 3자 연합은 주총 이후에도 지분율을 계속 늘렸다. KCGI는 3월 27일부터 31일까지 그레이스홀딩스 등을 통해 한진칼 주식 36만5370주를 추가 매입했다고 4월 1일 공시했다. 심지어 한진칼 주총 당일이었던 27일에도 14만5306주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KCGI는 특히 ㈜한진 지분을 팔고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며 한진칼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뚜렷이 드러냈다. 이에 따라 KCGI의 지분율은 19.36%로 늘어났다.
 
지난 주총 주주명부 폐쇄일까지 8.28%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반도건설도 꾸준히 주식을 매입해 지분을 16.9%까지 키운 상태다. 재계에선 3자 연합 측이 언제든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임시주총이 성사되더라도 3자 연합의 승리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현재 3자 연합이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은 42.75%다. 이에 반해 조 회장 측은 특수관계자(22.45%), 대한항공 자가보험 등(3.80%), 델타항공(14.90%)까지 총 41.15%를 우호 지분으로 확보했다. 결국 임시 주총을 하더라도 이사 선임을 위해선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3자 연합이 지분율을 과반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자금 여력이 있는 반도 건설이 추가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KCGI와 반도건설이 장기전 태세에 돌입한 가운데, 조 전 부사장이 장기전을 치를 능력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시장에선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 3자 연합에서 KCGI와 반도건설이 공격적으로 보유지분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조 전 부사장은 지분 추가매집을 전혀 못하고 있다. 지난 주총 당시 의결권을 가진 지분을 따져보면 KCGI(17.29%), 조 전 부사장(6.49%), 반도건설(5.0%) 순이었는데, 지난 1일 기준 보유 지분은 KCGI(19.36%), 반도건설(16.90%), 조 전 부사장(6.49%) 순이다. 3자 연합에서 조 전 부사장의 입지가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수년 간 무직 상태인 조 전 부사장이 지분을 확대하는 건 상당히 제한적이다. 오히려 상속세 납부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선 가지고 있는 주식을 팔아야 할 판이다. 올해 그가 보유한 한진칼과 정석기업 지분에서 나오는 배당금은 약 12억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정도로는 상속세를 감당하기가 불가능하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 조 전 회장의 상속자들은 27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5년간 여섯차례에 걸쳐 나눠 내기로 했는데, 이를 법정 상속비율(배우자 1.5, 자녀 1) 대로 계산하면 조 부사장의 몫은 600억원 정도다. 매년 100억원이 필요하다. 결국 조 전 부사장이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선 주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방법 밖에 없다. 실제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한진칼 주식 22만2222주(0.38%)를 상속세 연부연납을 위해 종로세무서에 담보 제공한 상태다.
 
그나마 최근 경영권 분쟁 때문에 한진칼의 주가가 고공행진 중이라 주식담보대출로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 많다는 점은 조 전 부사장에겐 희망적이다. 실제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20일 하나금융투자에서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받은 2건의 대출을 상환한 뒤, 55만459주(0.93%)에 대한 신규 담보대출을 받았다. 신규대출 당시의 주가는 3만8500원으로 최대 150억원 수준의 대출을 받았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4월 9일 기준 한진칼의 종가는 8만50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대출 이자 비용을 감당하려면 주식담보대출을 무작정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 전 부사장이 150억원을 빌렸다고 가정하고 통상적인 주식담보대출 금리 3~5%를 적용하면, 연간 납부해야 할 이자만 4억5000만~7억5000만원 수준이다. 배당금의 대부분을 이자로 써야한다. 만약 이런 상황이 수년간 이어진다면 주식담보대출 비용은 늘어나고 배당금보다 이자가 더 많아지는 상황이 온다. 대출 이자 납부를 위해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단 얘기다.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3자 연합이 임시주총을 제안하더라도 한진칼 이사회가 이를 거절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 가처분 신청을 내야 한다. 법원이 3자 연합의 손을 들어줘 임시주총이 열리더라도 당장 판세를 뒤집을 방법은 없다. 이사 해임은 특별 결의를 따르기 때문에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해 사실상 불가능하다. 출석 주주 과반수의 동의가 있으면 가능한 ‘신규이사’ 임명을 통해 이사회를 장악하는 방법도 있지만 한진칼 이사회가 현재 11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결국 석태수 사장 등 한진칼 사내·사외이사 4인의 임기가 만료되는 2022년까지 경영권 분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조 전 부사장이 2년 동안 주식담보대출를 유지할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진칼 외 대한항공, ㈜한진 등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매각하더라도 큰 돈은 되지 않는다.
 
 

‘미등기 임원’ 경영참여 가능성 열려있어

그렇다면 현재 3자 연합에서 조 전 부사장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은 ‘경영권’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3자 연합은 출범 당시부터 당사자 및 특수관계인은 ‘경영불참’을 확약했다고 밝히고 있다. 강성부 KCGI 회장은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확약의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등기임원 혹은 계열사 임원으로 재직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막혀있는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주주연합 측은 “주주연합 당사자 및 특수관계인의 한진칼이나 계열사의 미등기임원을 재임을 막는다는 내용의 확약이 존재하느냐”는 본지의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주주연합이 경영권을 가졌을 때, 조 전 부사장이 간접적으로 경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결국 조 전 부사장이 얻을 것은 많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3자 연합이 경영권을 가진다 하더라도 그 이후가 문제”라며 “조 전 부사장의 지분의 가치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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