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주빈 범행 수법 닮았다…'n번방' 닮은꼴 한국영화 3편

중앙일보 2020.04.18 11:00
부실 수사에 분노한 엄마(장영남)가 10대 딸의 강간범을 직접 찾아낸 실화가 토대인 영화 '공정사회'. 아동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허술한 법망과 부실 수사가 공분을 일으킨다. [사진 엣나인필름]

부실 수사에 분노한 엄마(장영남)가 10대 딸의 강간범을 직접 찾아낸 실화가 토대인 영화 '공정사회'. 아동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허술한 법망과 부실 수사가 공분을 일으킨다. [사진 엣나인필름]

성 착취 및 인권유린 영상이 유포된 텔레그램 ‘n번방’ 수사에 관심이 쏠리면서 닮은꼴 영화들도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로 관객 급감 극장가서
흥행 1·2위는 n번방 닮은 영화들
현실 닮아 재조명된 과거 영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관객 수가 급감한 극장가에서 15일 나란히 개봉해 흥행 1, 2위를 다툰 신예 곽정 감독의 한국영화 ‘서치 아웃’과 ‘해리 포터’ 배우 대니얼 래드클리프 주연의 ‘건즈 아킴보’도 한 예다. 두 영화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 원치 않게 온라인 범죄의 표적이 돼 정체불명 상대에 조종당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와 함께 재조명된 과거 영화들도 있다. 바로 ‘방황하는 칼날’(2014)과 ‘공정사회’(2013)다. 둘 다 미성년자 딸이 성범죄 피해를 당한 부모가 주인공. 사건 양상은 각각 다르지만, 반성 없는 가해자, 성범죄에 느슨한 사법체계에 피해자가 두 번 우는 상황은 지금 현실과도 겹친다. 성범죄 피해자 처지에 공감하고, 가해자 및 허술한 법망에 공분하고 고민할 만한 대목을 각 영화에서 되짚었다.  
 

성 착취 영상 괴물은 어떻게 양산되나

영화 '방황하는 칼날'은 여중생 딸을 잃은 아버지(정재영)가 강간살해 가해자를 직접 찾아나선 여정을 그린다. 소년법에 대한 고민을 그린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이 토대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br〉

영화 '방황하는 칼날'은 여중생 딸을 잃은 아버지(정재영)가 강간살해 가해자를 직접 찾아나선 여정을 그린다. 소년법에 대한 고민을 그린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이 토대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br〉

버려진 동네 목욕탕에 강간·살해당한 중학생의 시체가 발견된다. 아빠 상현(정재영)과 엄마 없이 단둘이 살던 수진(이수빈)이다. 전날 밤 연락이 끊긴 채 집에 오지 않은 딸을 기다리던 상현은 경찰에게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듣게 되고 범인에 관한 익명의 제보를 받는다.

 
이정호 감독이 각본을 겸한 범죄 스릴러 ‘방황하는 칼날’은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이 토대다. 원작은 일본에서 소년법 강화에 대한 고민이 커지던 2004년 무렵 나왔다. 한국영화 역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10대 소년들과 직접 딸의 복수에 나선 주인공을 통해 성범죄에 관한 현행법상 처벌에 질문을 던진다.  
 
극 중 소년들은 피해자에게 약을 먹이고 성 착취 영상물까지 찍는다. 돈 때문이거나, 그저 재미로다. 이런 영상 파일이 컴퓨터에 가득하다. 들통 날 위기에 처해도 뻔뻔한 태도다. “자기들이 무슨 CSI야? 우릴 어떻게 찾아.” “한 일주일 정도 짱 박혀있으면 되겠지.” “(영상) 한 번 더 보고 지울 거야.” 이런 대사는 최근 검거되지 않은 성 착취 가해자들이 채팅방에서 나눴다는 대화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영화 '방황하는 칼날'에선 배우 이성민(오른쪽)이 여중생 살인사건 담당 형사 역을 맡았다. 그는 사적 복수에 나선 여중생의 아버지(정재영)를 쫓으면서도 그의 처지를 안타깝게 공감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br〉

영화 '방황하는 칼날'에선 배우 이성민(오른쪽)이 여중생 살인사건 담당 형사 역을 맡았다. 그는 사적 복수에 나선 여중생의 아버지(정재영)를 쫓으면서도 그의 처지를 안타깝게 공감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br〉

  
영화엔 10대들이 찍은 성 착취 영상물을 불법 유포하는 성인 공범도 나온다. 배우 김대명이 연기한 이 ‘양본좌’란 캐릭터는 소년들의 대장 격. 성착취 시설을 입시학원처럼 위장해 놓고 멋모르고 찾아온 여자아이들을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된다” “여긴 사립 ‘쉼터’“라는 거짓말로 교묘하게 꾄다. 다음 수순은 수진이 겪은 것과 흡사하다. 약과 동영상으로 협박하며 포주 노릇을 하는 것. 포털에서 한 네티즌이 명대사로 꼽은 형사 역 배우 이성민의 한 마디는 이랬다. “범죄에 애, 어른이 어딨어? x 같은 xx들만 있는 거지.”
 

딸 성폭행범 찾아낸 엄마의 추적 실화

영화 '공정사회'에서 남편과 이혼을 앞두고 보험설계사를 하며 혼자 딸을 키우는 워킹맘 주인공(장영남)은 10살 난 딸이 성폭행을 당하자 부실 수사에 지쳐 결국 스스로 범인을 찾아 나선다. [사진 엣나인필름]

영화 '공정사회'에서 남편과 이혼을 앞두고 보험설계사를 하며 혼자 딸을 키우는 워킹맘 주인공(장영남)은 10살 난 딸이 성폭행을 당하자 부실 수사에 지쳐 결국 스스로 범인을 찾아 나선다. [사진 엣나인필름]

영화 ‘공정사회’는 외딴 동네에서 낯선 남자를 쫓는 한 엄마(장영남)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 엄마는 최근 10살 난 초등생 딸이 성폭행을 당했다. 앞서 도망치는 남자가 가해자다. 경찰의 부실수사를 참다못해 죽자사자 범인을 찾아 나선 것. 놀랍게도 2003년 실화가 토대다. 12살 딸이 성폭행을 당한 엄마가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자 직접 40여일 서울, 경기도 일대를 돌며 추적 끝에 범인을 검거했다. 
 
연출을 맡은 이지승 감독은 이 사건을 기사로 보고 국내외 유사 사건을 더해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단돈 5000만원 제작비, 9회차 촬영 등 장편영화로는 빠듯한 여건을 “피해자에게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주고 싶다”는 뜻으로 극복했단다.  
 
범인이 부모와 안다며 아이를 구슬려 자신의 집에 데려가 범행 전 아이 손톱을 짧게 자르는 등 과정은 소름 끼치는 현실 그대로다. 실제로도 피해 아동은 대수술을 받고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야 했다.  
영화 '공정사회'. 왼쪽부터 배우 배성우와 마동석이 각각 분노 유발 캐릭터인 유명 치과의사 남편, 담당 형사 역을 맡았다. [사진 엣나인필름]

영화 '공정사회'. 왼쪽부터 배우 배성우와 마동석이 각각 분노 유발 캐릭터인 유명 치과의사 남편, 담당 형사 역을 맡았다. [사진 엣나인필름]

 
범인 버금가는 분노 유발자는 경찰이다. 처음 신고를 접수한 순경(엄태구)은 “애들은 놀다 보면 늦는다”며 수사 골든타임을 놓친다. 사건 담당 마형사(마동석)는 더하다. “순서와 절차”를 내세워 늑장 부리기는 기본, 성범죄 피해당한 아이에게 외려 “모르는 사람을 왜 따라가냐” “그 아저씨가 만졌을 때 기분” 운운하며 2차 가해를 일삼는다. 아이가 “엄마 내가 잘못해서 이렇게 된 거야”라며 울 때 엄마는 억장이 무너진다.  
 
아동성범죄에 관한 전문가 대사도 뼈아프다. “보통 이런 범죄자들 특징은 전에도 이 짓을 했고 앞으로도 또 할 겁니다. 잘 잡히지도 않고요. 잡혔다고 치더라도 법이 그를 놔줄 거예요. 유죄 입증됐다고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에요. 술 먹어서 그랬다, 초범이다, 공탁금 걸었다….”
  

청소년들 죽음에 몰아넣은 SNS 잔혹 게임

15일 박스오피스 1위로 개봉한 영화 '서치 아웃'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타인을 조종하며 살인까지 저지르는 범죄 사건을 다뤘다. 왼쪽부터 사건을 파헤치는 주인공 역의 배우 김성철과 허가윤, 이시언. [사진 스톰픽쳐스코리아]

15일 박스오피스 1위로 개봉한 영화 '서치 아웃'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타인을 조종하며 살인까지 저지르는 범죄 사건을 다뤘다. 왼쪽부터 사건을 파헤치는 주인공 역의 배우 김성철과 허가윤, 이시언. [사진 스톰픽쳐스코리아]

극장 상영 중인 ‘서치 아웃’은 한때 수많은 미성년자를 죽음에 내몬 자살 게임 ‘흰긴수염고래 게임’이 소재다. ‘n번방’ 사건 가해자 조주빈과 군 생활을 함께한 지인이 지난달 본지와 인터뷰에서 조 씨의 범행 수법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던 게임이다. 

관련기사

 
2013년 러시아에서 확산한 이 게임은 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SNS 가상 그룹에 신상정보를 등록하게 한 뒤 50일간 매일 하나씩 과제를 수행하며 ‘인증샷’을 보내도록 했다. 일단 발을 들이면 가족 등 신변을 위협해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다. 마지막 과제는 자살이었다. 5년여간 러시아뿐 아니라 유럽‧남미‧중국 등 20개국에서 피해자가 속출했다고 알려졌다.  
 
영화는 경찰 지망생 성민(이시언)과 취업준비생 준혁(김성철)이 같은 고시원에 살던 소녀의 자살에 의문을 품고 파헤치다 SNS 연쇄 범죄에 다다른다는 줄거리다. 희생자들이 SNS에 빠져드는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해내진 못 했지만, SNS에 무심코 노출한 정보를 누군가 범죄 표적으로 삼는다는 설정 자체가 섬뜩하다. 걸그룹 포미닛 출신 허가윤이 범죄 배후를 캐내는 흥신소 해커 역을 맡았다.  

관련기사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