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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어느날 갑자기, 아빠와 보드게임하던 형이 사라졌다

중앙일보 2020.04.18 09:00

[더,오래] 현예슬의 만만한 리뷰(81)

코로나 여파로 영화업계의 불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주말 극장 관객 수가 8만명대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오늘은 최근 개봉한 영화 두편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두편 모두 지금 같은 봄날에 보시면 미소가 지어지는 힐링 무비입니다.

 떠난 아들과 남은 아들 사이에 남겨진 아버지

아들을 잃은 아버지 ‘알란(우)’과 남겨진 아들 ‘피터(좌)'는 신원불명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안치소로 향한다. [사진 찬란]

아들을 잃은 아버지 ‘알란(우)’과 남겨진 아들 ‘피터(좌)'는 신원불명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안치소로 향한다. [사진 찬란]

 
어린 시절 아버지 알란(빌 나이 분)과 보드게임을 하던 형이 돌연 가출해버렸습니다. 실종 이후 아버지는 여러 방면으로 형을 찾으러 다녔지만 이렇다 할 소식은 없었고 나는 어느덧 자라 한 가정을 꾸린 어른이 되었죠.
 
어느 날 신원불명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아버지와 함께 안치소로 향하는데요. 그 역시 형은 아니었습니다. 이후 아버지는 자연스럽게 우리 집으로 왔고 아내와 아들은 그럭저럭 잘 지내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조금 이상하기도 하고 때론 불편하기도 했죠.
 
하루아침에 아버지는 다시 사라져 버렸고 아내와 아들은 아버지를 찾아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다 큰 어른을 뭐하러 찾냐며 불평했죠. 가족의 성화에 못 이겨 아버지의 집에 찾아갔지만 역시나 집엔 없었습니다. 익숙한 패턴. 아버지는 또 형을 찾으러 나갔겠죠. 아버지는 도대체 또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우리에겐 ‘러브 액츄얼리' ‘어바웃 타임'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국민배우 빌 나이.

우리에겐 ‘러브 액츄얼리' ‘어바웃 타임'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국민배우 빌 나이.

 
아버지 ‘알란’ 역은 빌 나이가 맡았습니다. 이번 영화에선 마치 ‘러브 액츄얼리'의 괴짜 빌리와 ‘어바웃 타임’의 다정한 아빠를 섞어놓은 듯했는데요. 첫째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둘째 아들에 대한 미안함을 너무 슬프지도 그렇다고 너무 웃기지도 않게 완급조절을 하며 표현했습니다.
 
감독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칼 헌터 감독은 리버풀에서 The Farm으로 활동해 영국은 물론 유럽, 미국 투어를 하고 다수의 앨범 성공시킨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다재다능한 감독이 영화 제작 쪽으로 눈을 돌려 이번 영화로 데뷔했습니다. “유럽 영화와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향을 받아 현재의 연출 스타일을 완성했다"고 하는데요. 웨스 앤더슨이라면 예전에 소개해드렸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감독이죠.
 
영화를 보면 웨스 앤더슨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데요. 일부 장면을 동화책을 보는 것 같이 연출한 부분, 등장인물들을 화면에서 대칭으로 배치한 점, 독특한 색감 등을 보실 수 있습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분명 이 영화도 좋아하실 겁니다. 
 
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
영화 '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

영화 '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

감독: 칼 헌터
각본: 프랭크 코트렐 보이스
출연: 빌 나이, 샘 라일리
음악: 에드윈 콜린스, 리드
장르: 코미디, 가족 드라마
상영시간: 91분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일: 2020년 4월 2일
 

집사 마음 흔드는 연기파 고양이를 만나다

예전에 일본 ‘고양이 마을'에 가본 적 있습니다. 내리자마자 역에서부터 사람보다 고양이가 먼저 반기는 그런 마을이었는데 애묘인이 아니더라도 고양이가 노는 모습에 눈을 뗄 수 없었죠. 요즘 유행한다는 ‘불멍'처럼 이름을 붙여본다면 ‘냥멍'이라 할까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쳐다보게 되는 그런 거요.
 
이 영화는 첫 장면에서부터 눈을 ‘하트’로 만들어줄 고양이가 등장합니다. 마을에 사는 길고양이로 ‘미'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죠. 사실 고양이를 돌봐주는 사람마다 각자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는데, 일단 우리는 ‘미'라고 부르겠습니다. 
 
영화 ‘선생님과 길고양이'는 은퇴한 교장 선생님과 길고양이의 이야기다. [사진 찬란]

영화 ‘선생님과 길고양이'는 은퇴한 교장 선생님과 길고양이의 이야기다. [사진 찬란]

 
이 ‘미'는 떠돌이 생활을 하며 어느 집에 가선 잠을 자고, 또 어느 집에선 밥을 얻어먹기도 하죠. 주인은 없지만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키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중에서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바로 은퇴한 교장 선생님(이세이 오가타 분)입니다.
 
고지식하고 꼿꼿한, 소위 말해 ‘꼰대'인 이 선생님은 마을 사람들과 교류가 거의 없습니다. 유일한 친구이자 동반자였던 아내는 먼저 세상을 떠났죠. 그런 아내는 생전 고양이를 좋아해 ‘미'를 잘 돌봐주었습니다. 집에 드나들 수 있도록 작게 창도 만들고 올 때마다 먹을 것을 챙겨주기도 했죠.
 
이러니 ‘미’를 보면 죽은 아내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멀리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미’가 드나드는 창을 막아버리고 다신 찾아오지 말라며 윽박지르기도 했죠.
 
이후 많은 비가 내리던 다음날 매일 같이 찾아오던 ‘미'가 나타나지 않기 시작합니다. 내심 걱정하던 선생님과 마을 사람들은 전단지를 붙이는 등 직접 찾아 나서기 시작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선생님은 조금씩 마을 사람들과 연대하기 시작하죠. 과연 선생님과 마을 사람들은 ‘미'를 찾을 수 있을까요.
 
이 영화의 주인공 ‘미'를 연기한(?) 고양이 ‘드롭'. 일본에선 이미 유명한 ‘연기냥'이라고.

이 영화의 주인공 ‘미'를 연기한(?) 고양이 ‘드롭'. 일본에선 이미 유명한 ‘연기냥'이라고.

 
이 영화는 사람이 아닌 연기파 고양이 ‘드롭'의 첫 주연작입니다. 농장에서 태어나 형제들과 함께 동물 프로덕션에 소속되어 행사, 화보 촬영 위주로 활동하던 녀석은 2013년 많은 사랑을 받은 일본드라마 ‘아마짱'에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길고양이 ‘미’ 역에 캐스팅되면서 인기를 얻어 일본에서 현장 스틸을 담은 화보를 출간했다고 하니 웬만한 인간보다 나은 배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를 보면 우리 모두 ‘드롭'의 랜선 집사가 되는 건 아닐지. 
 
선생님과 길고양이
영화 '선생님과 길고양이'.

영화 '선생님과 길고양이'.

원작: 길 잃은 고양이 미짱과 지역 상점가의 재생
감독: 후카가와 요시히로
각본: 코바야시 히로토시
출연: 이세이 오가타, 소메타니 쇼타, 피에르 타키, 모타이 마사코
촬영: 츠키나가 유타
음악: 마미코 히라이
장르: 드라마, 코미디
상영시간: 107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2020년 4월 9일
 
중앙일보 뉴스제작1팀 대리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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