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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 클럽 단속도 소용없다…일반음식점서 춤추는 20대들

중앙일보 2020.04.18 08:58
17일 오후 10시 40분쯤, 서울시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춤을 추던 손님들이 갑자기 들이닥친 구청 직원들을 놀란 듯 보고 있다. 이가람 기자

17일 오후 10시 40분쯤, 서울시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춤을 추던 손님들이 갑자기 들이닥친 구청 직원들을 놀란 듯 보고 있다. 이가람 기자

"뭐야 왜 저래"  

 
17일 오후 10시 40분, 홍대 인근 건물 지하 1층에 위치한 한 포차. 서울 마포구청 위생과 직원들이 들이닥치자 강렬한 비트의 음악이 멈추고 불이 켜졌다.

미러볼 아래서 춤추던 20·30대 젊은이들이 "왜 저래"하며 쳐다봤다. 구청 직원이 "지금 춤춘 것 맞냐"고 묻자 업주는 "영업 중은 아니고 지인들끼리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신고증에는 일반음식점이라고 적혀있었다. 구청 측은 "일반업종에서 춤추는 것은 식품위생법 위반이고, 영업정지 1개월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클럽 문 닫았지만 일반 술집 북적 

17일 오후 11시 30분쯤. 서울시 마포구 홍대 인근의 한 포차 내부 모습. 모든 테이블에 손님이 찼다. 이가람 기자.

17일 오후 11시 30분쯤. 서울시 마포구 홍대 인근의 한 포차 내부 모습. 모든 테이블에 손님이 찼다. 이가람 기자.

중앙일보는 이날 오후 10시 30분부터 자정까지 이뤄진 마포구청·마포경찰서의 관내 클럽 42곳 합동점검을 동행취재했다. 점검 결과 클럽 42곳은 모두 문을 닫았다.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시내 유흥업소 영업금지 명령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클럽이 문을 닫으면서 젊은이들이 몰린 포차·감성주점 등도 점검차 방문했다. 클럽과 달리 포차는 일반음식점이기 때문에 영업 중단과 같은 규제를 하기는 어렵다. 단속반은 업소 내 체온계 및 손소독제 구비, 거리 유지 등이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했다.  
 
18일 오전 3시 홍대 클럽거리 앞 도로가 택시와 사람으로 뒤엉켰다. 정은혜 기자.

18일 오전 3시 홍대 클럽거리 앞 도로가 택시와 사람으로 뒤엉켰다. 정은혜 기자.

홍대 클럽거리에 위치한 한 대형 포차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구청 관계자가 "안전거리를 잘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포차 직원은 "제대로 하겠다"고 답했다.

구청 관계자는 출입자 명부에 적힌 인원과 내부 입장 인원수가 일치하는지 확인했다. 한 포차는 인근 건물 1층에 방문객을 위한 대기실을 일주일 전 마련했다.

방문객은 이곳에서 대기하다 입장 전 인적사항을 명부에 적은 뒤 안내를 받았다. 그럼에도 내부는 손님들의 어깨가 맞닿을 만큼 북적였다. 포차 직원은 '여기서 대기하면 얼마쯤 뒤에 들어갈 수 있냐'고 묻자 "남성분들이 많이 오셔서 여성분들은 금방 들어간다"고 답했다.
 

법망 피해 춤추는 일반음식점

18일 오전 1시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홍대 인근의 한 일반음식점. 20~30대 젊은이들이 밀착해서 술을 마시며 춤을 추거나 게임을 즐기고 있다. 정은혜 기자.

18일 오전 1시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홍대 인근의 한 일반음식점. 20~30대 젊은이들이 밀착해서 술을 마시며 춤을 추거나 게임을 즐기고 있다. 정은혜 기자.

 
단속반은 이날 유흥업소처럼 운영하는 곳이 있다는 제보를 받은 일반음식점 3곳도 점검했다. 그중 클럽과 다를 바 없는 업소 한 곳을 적발했다.

실내는 어두컴컴했고 젊은이들이 미러볼 아래서 춤을 추고 있었다. 테이블은 벽에 붙어있고 중앙에 무대가 꾸며져 있었다. 구청 관계자는 "일반음식점에서 춤을 추는 곳을 적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일반음식점의 위법사항은 적발이 쉽지 않다고 한다. 제보를 받고 출동했을 때 현장에서 위법사항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18일 오전 1시 서울시 마포구 서교등 홍대 인근의 한 일반음식점. 젊은이들이 발디딜 틈 없이 북적이며 춤을 추거나 게임을 하고 있다. 정은혜 기자.

18일 오전 1시 서울시 마포구 서교등 홍대 인근의 한 일반음식점. 젊은이들이 발디딜 틈 없이 북적이며 춤을 추거나 게임을 하고 있다. 정은혜 기자.

단속이 끝난 뒤인 18일 오전 1시 클럽 거리 안쪽 골목의 한 펍에서는 내·외국인 젊은이 100여명이 밀착해 춤을 추며 술을 마시거나 한데 몰려 게임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구청 점검 대상에 없던 일반음식점이다.

직원은 입구에서 입장객의 신분증을 검사한 뒤 클럽처럼 손목에 도장을 찍었다. 입장객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낮에는 일반 음식점처럼 운영하고 밤에는 주점, 주말 밤에는 디제잉(디제이가 즉흥적으로 섞어서 트는 음악)이 있는 주점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내부 인원수를 제한하지 않아 모든 방문객이 몸을 밀착하고 어울렸다. 이곳을 찾은 20대 남성은 "클럽을 가고 싶었는데 하는 곳이 없어 여기 왔다"며 "코로나가 잠잠해지는 것 같아서 실제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는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벽 유흥 단속 쉽지 않아"

17일 밤 서울시 마포구 관내 유흥업소 등을 단속 중인 구청 직원들의 모습. 마포구청과 마포경찰서는 이날 관내 42곳의 클럽 점검에 나섰다. 이가람 기자

17일 밤 서울시 마포구 관내 유흥업소 등을 단속 중인 구청 직원들의 모습. 마포구청과 마포경찰서는 이날 관내 42곳의 클럽 점검에 나섰다. 이가람 기자

 
새벽으로 접어들며 홍대 거리는 더욱 불야성이 됐다. 2시부터 클럽거리 도로는 양방향으로 택시가 꽉 차 클랙슨을 울리며 뒤엉켰다.

한 택시 기사는 "코로나 이후 낮에는 사람이 없는데 새벽에는 많다"며 "요즘 클럽도 안 한다는데, 암암리에 하는 곳이 있는지 길게 줄 선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젊은이들의 새벽 유흥 단속이 쉽지 않다고 한다.

실제 지난 4일 강남의 한 클럽이 새벽 2시에 갑작스럽게 문을 열면서 젊은이들이 일시에 모이는 일이 있었다. 시 관계자는 "클럽 앞마다 새벽까지 감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정은혜·이가람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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