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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공정·안전, 눈앞에 놓인 숙제 셋

중앙선데이 2020.04.18 00:27 682호 1면 지면보기

4·15 총선 결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당선인과 이해찬 대표, 더불어시민당 최배근 공동대표(사진 앞줄 왼쪽부터) 등은 17일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당선인과 이해찬 대표, 더불어시민당 최배근 공동대표(사진 앞줄 왼쪽부터) 등은 17일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했다. [연합뉴스]

4·15 총선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현실 정치의 주류 교체다. 보수 세력에서 진보 세력으로의 교체다. 다시 말해, 강경 보수인 미래통합당의 몰락과 온건 진보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 선거가 가리키는 결과다. 이 교체가 이번에 처음 시작된 건 아니다. 2016년 총선에서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를 거쳐 계속 진행돼 왔다. 주류 교체는 4·15 총선을 통해 분명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흐름 뚜렷해진 정치 주류 교체
범민주화 4050 세대가 변화 중심
리셋·리뉴얼이 시대적 과제
일관된 개혁, 유연한 협치가 디딤돌
오만한 운영 실패 사례 기억해야

선거가 하나의 얼굴만 갖고 있진 않다. 예기치 않은 코로나19 사태가 막판 민심을 뒤흔들었다. 어떤 선거든 승패는 중도의 선택에 달려 있다. 마스크를 쓴 채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장에 들어선 순간 다수의 중도 표심은 코로나 난국에 대한 정부의 일사불란한 대응과 칭찬 일색의 국제적 평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 1월 코로나의 시간이 열리면서 생명과 안전은 코로나 이후의 시대정신을 이루고 있었다. 시대정신을 읽지 못한 세력이 그것을 읽고 있는 세력을 이길 순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특별 변수’였다면 구도, 인물, 비전과 정책, 전략과 캠페인은 ‘일반 변수’였다. 이 가운데 보수에게 유리한 것은 집권 3년차의 ‘정권 심판’ 구도뿐이었다. 혼란의 공천, 부재하는 비전, 막말 퍼레이드 등은 다수의 유권자, 특히 ‘스윙 보터’인 수도권 중도 유권자로 하여금 그 구도마저 정권 심판에서 ‘야당 심판’으로 돌리게 했다. 선거는 사회운동과 다르다. 사회운동은 지지자들의 최대 동원이 관건인 반면, 선거는 누가 더 관전자들의 동원에 성공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한다. ‘태극기 부대’만으로 선거를 이길 순 없다.
 
선거에선 특별 변수와 일반 변수를 넘어선 ‘기본 상수’가 존재한다. 그것은 인구 변동이다. 우리 사회 유권자들은 세 그룹으로 이뤄져 있다. 6070 세대의 범산업화 세대, 4050 세대의 범민주화 세대, 2030 세대의 청년 세대가 그들이다. 2010년대 들어와 범산업화 세대는 점점 퇴장하고 범민주화 세대가 사회의 중심으로 진입해 들어왔다. 정치사회라고 예외는 아니다. 정치사회, 경제사회, 시민사회 가운데 선거를 통해 대리인을 뽑는 정치사회의 변화가 가장 늦은 법이다.
 
산업화 세대에겐 이수진·이재정·김원이가 ‘새파란 신인’일지 모른다. 하지만 범민주화 세대와 청년 세대는 이들을 노회한 나경원·심재철·박지원보다 더 신선하고 공감 가는 자신들의 정치적 대변자로 생각했다고 볼 수 있다. 주류 교체의 상징적 인물들이다.
 
집권 세력이 국회 의석수의 5분의 3을 넘은 상황은 민주화 시대 개막 이후 초유의 일이다. 이들 신주류에겐 권한과 함께 책임 또한 막중해졌다. 세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첫째, 앞선 경험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2004년과 2008년 총선에서 우리 국민은 집권 세력에게 국회의 절반 이상을 안겨줬다. 그러나 이 여대야소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오만한 국가 운영으로 귀결됐음을 돌아봐야 한다.
 
같은 날 미래통합당 김재원 정책위의장, 김광림 최고위원, 심재철 원내대표(사진 왼쪽부터) 등 지도부가 총선 선대위 해단식에서 ’국민께서 주신 회초리를 달게 받겠다“며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같은 날 미래통합당 김재원 정책위의장, 김광림 최고위원, 심재철 원내대표(사진 왼쪽부터) 등 지도부가 총선 선대위 해단식에서 ’국민께서 주신 회초리를 달게 받겠다“며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둘째, 이런 교훈을 바탕으로 성숙한 정치력을 선보여야 한다. 막스 베버는 정치가가 갖춰야 할 자질로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을 들었다. 진보적 신주류에게 부여된 시대적 과제는 ‘리셋과 리뉴얼의 새로운 대한민국’이다. 이를 성취하기 위한 태도는 열정과 책임감에 기반한 ‘일관된 개혁’과 균형감각에 기초한 ‘유연한 협치’다. 일관된 개혁과 유연한 협치를 어떻게 생산적으로 결합할 것인지에 대해 때로는 과감한, 때로는 지혜로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셋째, 코로나 이후의 시대정신을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는 ‘이중적 뉴 노멀’의 시대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하나의 뉴 노멀이라면, 전염병의 세계화는 또 다른 뉴 노멀이다.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해 국민 다수는 이념과 세대를 뛰어넘어 더 많은 일자리를 소망하고 있다. 전염병의 세계화에 대해선 생명을 최우선하는 안전한 사회를 희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특권과 차별을 해소하는 공정한 시스템 구축도 요구하고 있다. ‘일자리, 공정, 안전’이라는 코로나 이후의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정책들을 얼마나 정교하게 가다듬고 효율적으로 입법화할 수 있을지에 신주류의 정치적 성패가 달려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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