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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갑질 근절 손 못댄 여권, 총선 압승 업고 경제 입법 나설 듯

중앙선데이 2020.04.18 00:21 682호 3면 지면보기
“여당이 과반이 되면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기엔 경제 분야 개혁 입법에 속도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 15일 21대 총선 투표가 끝난 뒤 여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전해지자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이렇게 전망했다.
 

소주성·사법개혁 등에 관심 밀려
민주당 “코로나19로 경제 침체
규제완화법부터 처리해야 할 듯”

실제 결과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전체 의석의 5분의 3인 180석을 차지했다. 이제 여당은 야당의 도움 없이도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를 입법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낙연 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 16일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가 현실에서 구체적 성과를 내고 진척될 수 있도록 차분하지만 확실하게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17년 8월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전반기엔 이 중 정치·사회 분야 국정과제에 집중했다. 첫해엔 100대 국정과제 맨 앞머리를 차지하고 있던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을 실행에 옮겼고 지난해엔 ‘조국 사태’에서 비롯된 검찰개혁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경제 분야 국정과제는 상대적으로 관심권에서 밀려나 있었다. 20대 총선 때 민주당 경제 공약 마련에 관여했던 최운열 의원은 “공정경제 관련 법안은 야당의 반대로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됐고 경제 관련 법안도 사법개혁 등 정치·사회 분야 과제에 밀려 큰 관심을 못 받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 추진했던 소득주도성장이 사회적 격론에 휩싸이면서 다른 경제 분야 과제가 동력을 받지 못한 측면도 있다. 그러다 보니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강조했던 재벌개혁 등엔 사실상 손도 대지 못했다.
 
이 때문에 21대 국회가 시작되면 경제 관련 입법에 더욱 공을 들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특히 공정경제 과제를 강조했다. 국정과제집에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구조적인 힘의 불균형을 시정하거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개선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갑질 행위 개선을 위한 가맹거래법과 대리점법 등은 여야 이견으로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다.
 
재벌개혁의 일환인 기업 지배구조 개편도 정부와 여당이 관심을 갖고 있는 과제다. 20대 국회에선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과 재벌 총수 일가가 편법적으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공정거래법 등이 발의됐지만 처리되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16일(현지시간) “한국 민주당의 역사적인 선거 승리로 수십 년간 대기업을 지배해 온 가족 경영 사슬을 끊어낼 기회가 열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공정경제나 재벌개혁 관련 법안이 또다시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도 총선 공약으로 소득주도성장이나 공정경제 대신 혁신성장을 더 앞세웠다. 민주당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경제가 침체되고 기업도 어려운 상황인데 기업규제법을 처리하자고 얘기나 꺼낼 수 있겠느냐. 오히려 규제완화법부터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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