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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인물난 시달리는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 거론

중앙선데이 2020.04.18 00:21 682호 3면 지면보기
17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선대위 해단식에서 당선인들이 21대 국회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적은 다짐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17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선대위 해단식에서 당선인들이 21대 국회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적은 다짐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사람이 없다.”
 

총선 참패 후폭풍에 뒤숭숭
김종인 “영특한 정치인 나타나면…”
홍준표 “김 위원장 말고 대안 없어”

조경태 “비대위 전환 뒤 조기 전대”
심재철 권한대행 “재창당 수준 쇄신”

21대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17일 “당을 뿌리부터 바꿔야 하는데 이를 책임지고 수습할 만한 리더십이 있는 사람, 보수 진영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 만한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고 자조했다.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황교안 대표가 사퇴하면서 통합당 내에서는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는 자성론이 커지고 있다. 당내에선 조기 전당대회 개최론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론이 부닥치고 있다. 심재철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어느 방향이든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위에선 참석자들이 대부분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에 공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조경태 최고위원은 비대위 체제 전환 후 조기 전당대회 개최론을 주장했다고 한다. 최고위 직후 이준석 최고위원은 ‘비대위 전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건 지금 확답할 수 없다”면서도 조기 전대론에 대해선 “소수 의견”이라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이 한층 커졌지만 문제는 역시 사람이다. 통합당의 인물난엔 총선 참패와 함께 대권과 당권을 분리한 통합당 당헌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당헌에는 대권 도전을 위해선 대선 1년 6개월 전에 당 대표 등 선출직 당직을 사임해야 한다고 돼있다. 당헌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2022년 3월 대선에 출마하려는 인사는 오는 9월부터는 당권을 유지할 수 없다.
 
인물난과 당헌 탓에 최고위에선 비대위원장 후보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언급됐다고 한다.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에서 당선된 홍준표 전 대표도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뒤늦게 모신 김 위원장은 총선 참패의 책임이 없다. 정치 감각과 오랜 정치 경륜으로 봤을 때 김 위원장 말고는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황 전 대표도 사퇴 직전 김 위원장에게 전화해 비대위원장 역할을 권유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지난 1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비대위를 여러 번 겪어봤지만 별로 변화가 없었다. 박근혜 비대위 체제 때는 그나마 대선후보라는 권위가 있었기 때문에 당내 반발을 물리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 통합당엔 그런 사람이 없다. 영특한 머리를 가진 정치인이 나타난다면 모를까, 4선이니 5선이니 핑계를 대면서 나서면 (당이) 제대로 소생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통합당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살아 돌아온 홍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윤상현·권성동 의원 등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서 당선된 김 전 지사는 이날 통화에서 “통합당 입당은 빠를수록 좋을 것 같다. 내가 가면 어딜 가겠느냐”며 “서로 모양 갖출 때가 아니다. ‘뉴 스타트’의 심정으로 야권이 결속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 강릉에서 생환한 권 의원은 이미 지난 16일 “강릉시민의 뜻을 받들어 당으로 돌아가 큰 정치로 보수를 살리겠다”며 복당을 신청했다.
 
반면 홍 전 대표와 윤 의원은 잠시 시간을 둘 것으로 보인다. 홍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내게 복당 운운하는 질문 자체가 무례하고 불쾌하다. 나는 이 당을 25년간 지키고 공중분해 직전까지 갔던 당을 살린 사람”이라고 적었다. 윤 의원은 통화에서 “나는 전적으로 시민 후보다. 주민의 뜻을 묻지 않고 복당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주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통합당 중앙선대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해단식을 했다. 이 자리에서 심 권한대행은 “재창당에 버금가는 쇄신 작업에 나서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해단식은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심 권한대행과 이진복 총괄 선대본부장 등이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반면 김종인·황교안 총괄선대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심 권한대행은 “국민께 유능한 대안세력이란 믿음을 주지 못했다. 변화와 혁신이 부족했고 국민 다수의 열망이었던 보수 대통합도 미진했다”며 “보수 우파로서의 가치와 품격도 놓친 측면이 있다. 국민께서 주신 회초리를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를 앞두고 보수통합을 급히 이루면서 마무리하지 못한 당 체질 개선도 확실히 매듭짓겠다. 재창당에 버금가는 쇄신 작업에 나서겠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현역 의원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부산 사상에서 3선에 성공한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이제 우리는 장례식장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분만실로 갈 것인지 운명의 시험대로 향하고 있다”며 당의 혁신을 촉구했다. 인천·경기권역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정병국 의원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원점부터 다 바꿔야 된다. 지지층도 이제는 시야를 바꿔야 한다”고 가세했다.
 
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도 이날 같은 시각 국회에서 별도의 해단식을 진행했다. 원유철 대표는 “야권이 합치는 것만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심기일전해 국민 곁에서 늘 호흡하는 중도보수·국민통합 정당이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원 대표는 그러면서 “무소불위 여당에 불안을 느끼는 국민도 적지 않다. 이번 총선 결과를 각종 권력형 비리를 덮는 압박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기정·이병준·김홍범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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