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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1주일 전 여론조사 공표 금지 규정 없애야

중앙선데이 2020.04.18 00:21 682호 6면 지면보기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 일주일 전부터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할 수 없다. 이른바 ‘깜깜이 구간’이다. 이번 21대 총선은 지난 9일부터 15일 오후 6시 투표 마감 때까지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됐다. 일부 후보자들의 막말 파문 등 선거 직전 변수가 유권자들의 표심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가짜뉴스 등 유통될 가능성 더 커”
미·영 등 상당수 선진국 금지 안 해

여론조사 공표 금지의 근거가 되는 법령은 공직선거법 108조 1항이다. ‘누구든지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의 투표 마감 시각까지 선거에 관하여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하여 보도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선거 결과 왜곡’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투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유권자들이 승산이 있는 후보자에게 표를 몰아주거나, 반대로 열세에 놓인 후보자 쪽에 표를 주게 되는 현상을 막자는 취지다. 또 특정 세력에 유리하도록 의도된 ‘가짜 여론조사’가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도 방지하자는 차원이다.
 
하지만 많은 여론조사 전문가들과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SNS 등을 통해 정보 접근성이 높아진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신력 있는 기관의 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가짜뉴스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선관위도 지난 2016년 20대 총선 후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2일로 단축하는 방안을 담아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냈지만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많은 선진국은 상당수가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두지 않고 있다. 세계여론조사협회(WAPOR)가 2017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 133개국 중 여론조사 공표 금지(blackout) 기간을 두지 않는 나라는 32%였다. 미국·영국·독일·스웨덴·호주 등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들이 해당한다. 공표 금지 조항이 있는 나라들의 평균 금지 기간도 우리보다 짧은 4.5일이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매체 환경이 많이 달라진 요즘은 SNS를 통해 잘못된 정보, 가짜뉴스, 일부 정치인의 악의적이고 의도적 목적의 언급 등이 유통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면서 “공신력 있는 기관의 여론조사만을 특별히 제한할 명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공표 금지 기간을 없애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똑똑한 유권자들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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