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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공룡’ 서울까지 진격…국내사, 홈퍼니싱 강화로 맞불

중앙선데이 2020.04.18 00:21 682호 15면 지면보기
지난 2월 13일 부산시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서 개점한 이케아 동부산점. 국내 4번째이자 영남권에서는 처음인 매장을 찾은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13일 부산시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서 개점한 이케아 동부산점. 국내 4번째이자 영남권에서는 처음인 매장을 찾은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지난 달 31일 현대백화점은 서울 천호점 9층 리빙관에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의 도심형 매장을 연다고 밝혔다. 매장 이름은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천호’로 개점 날짜는 이달 30일이다. 이 매장은 경기도 광명·고양·용인과 부산에 크게는 몇 층짜리 건물로 각각 들어선 기존 이케아 매장에 비하면 소규모다. 그러나 천호점 일반 리빙 브랜드 매장의 10배가 넘는 규모(506㎡, 약 153평)다. 상주하는 전문 컨설턴트에게 설명을 듣고 진열된 이케아 상품 400여 개를 둘러볼 수 있다.
  

이케아, 이달 말 천호동 입성
DIY로 “가구는 소비재” 인식 바꿔
작년 매출 5000억 넘어 국내 3위

토종 업체들, 1인 가구 늘어 타격
소비자 맞춤형 상품으로 도약 노려

#2014년 12월 1호점(광명점)을 열면서 국내에 진출해 가구 시장을 뒤흔든 이케아가 서울에도 입성했다. 지금까지는 서울 주요 상권의 비싼 임대료와 불확실한 시장 반응을 의식해 주로 서울 외곽에 머물렀다.  
 
이케아코리아에 따르면 이케아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5032억원으로 가구 업계 3위를 기록했다. 한샘·현대리바트 다음이다. 지난해 8월 기자간담회에서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 850만 명, 온라인 쇼핑 이용객 385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케아의 선전은 국내 가구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를 만든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택수 KB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케아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뿐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하는 ‘DIY(do it yourself)’ 가구로 차별화해 국내에서도 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전까지 국내 소비자들은 가구를 단순 내구재로 봤지만 이젠 손쉽게 교체할 수 있는 소비재로 인식이 바뀌고 있는데 이케아는 다양한 제품을 소비하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침대(프레임)·책상·수납장·옷걸이 등 이케아 가구는 완제품 샘플을 매장에서 확인한 소비자가 운반부터 조립까지 손수 할 수 있도록 크고 작은 부품을 상자 안에 담아 출고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제조와 배송 등에 드는 비용을 줄여 판매 가격을 낮추고, 소비자의 ‘홈퍼니싱(home furnishing)’ 욕구를 자극하는 두 가지 효과가 있다.
 
이케아 동부산점 전경.

이케아 동부산점 전경.

특히 세계적인 트렌드인 홈퍼니싱은 국내에도 확산돼 가구산업 지형도를 뒤흔들고 있다. 홈퍼니싱은 가구 등으로 집안을 꾸미는 일을 뜻한다. 집에서 하는 경제 활동인 ‘홈코노미’가 부각되고, 1인 가구가 급증한 것과 관련이 깊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은 한 보고서에서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적은 비용으로도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집 꾸미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홈퍼니싱 인기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08년 7조원에서 2017년 13조7000억원으로 커진 국내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2023년 18조원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와 1인 가구 증가, 미혼·비혼 트렌드 확산으로 가구 수요 자체는 타격을 받는 상황에서 가구 업계가 홈퍼니싱에 주목하는 이유다.
  
이케아 국내진출일지

이케아 국내진출일지

#한샘·현대리바트·에넥스·퍼시스 등 국산 가구 브랜드 다수는 수십 년간 ‘내공’을 쌓아 내구성 등 품질 면에서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가구 설치부터 사후 관리까지 편리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와 달리 이케아는 국내 소비자 눈높이에서 썩 편하지도, 친절하지도 않다. 그런데 이제는 소비자들의 가구 선택 기준이 ‘얼마나 튼튼하게 오래 쓰도록 만드느냐’와 ‘편리하게 제공하느냐’에서 ‘얼마나 재밌고 알차게 나만의 공간을 꾸밀 수 있도록 유도하느냐’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에 강승수 한샘 회장은 올 초 기자간담회에서 “시판 중인 ‘리하우스 패키지’를 성장동력으로 삼아 재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리하우스 패키지는 바닥재·벽지 등 주택 관련 모든 인테리어 아이템을 단품이 아닌 세트로 제공해 소비자가 집안을 통일성 있게 꾸밀 수 있게 하는 홈퍼니싱 상품이다. 집안 리모델링을 고려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다.  
  
#기자간담회 직후인 2월 한샘이 출시한 새 리하우스 패키지 ‘수퍼’는 한 달 만에 온라인 상담 신청이 기존 대비 40% 증가하는 등 빠르게 호응을 얻고 있다. 인기 자재를 대량 생산해 기존 리하우스 패키지 대비 가격을 20% 낮췄다고 한샘 측은 설명했다.
 
현대리바트도 협업 관계인 미국 프리미엄 홈퍼니싱 브랜드 ‘윌리엄스소노마’의 신상품 출시로 홈퍼니싱 시장 대응에 나섰다. 연내 프리미엄 홈퍼니싱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 콤팩트형 윌리엄스소노마 매장도 선보일 예정이다. 2만여 소품과 리빙 용품을 전문으로 다루는 약 150㎡ 소규모 매장을 현대백화점 리빙관 등에 입점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윌리엄스소노마 측과 매장 운영 방식, 상품 구성 등을 협의 중이며 해외엔 없는 국내 시장 맞춤형 전용 상품도 선보이기로 했다. 퍼시스는 지난해 10월 자사 소파 브랜드 ‘알로소’를 통해 처음 선보인 홈퍼니싱 라인업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알로소의 퍼니싱 컬렉션은 쿠션과 러그 등 소품뿐 아니라 테이블과 선반장 등으로 구성돼 소비자에게 거실 관련 다양한 퍼니싱 선택지를 제공한다.
 
이케아, 가구와 무관한 AI 스타트업 인수한 까닭
이케아는 최근 인공지능(AI) 분야 스타트업 한 곳을 인수하기로 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매체 테크크런치는 이케아가 모회사 잉카그룹을 통해 미 캘리포니아의 AI 이미징 전문 스타트업 지오매지컬랩스(Geomagical Labs)를 인수한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공간을 스캔해 3차원(3D) 사진으로 구현·분류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케아의 바바라 마틴 코폴라 최고디지털책임자(CDO)는 “획기적 기술로 혁신하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며 “이케아의 미래를 위해 지금껏 23개 기업에 2억 달러(약 2400억원) 이상 투자했다”고 밝혔다. 인수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가구와는 별 연관성이 없다고 여겼을 AI에 이케아가 눈독을 들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가전 등 집안 모든 장치를 연결해 제어하는 ICT인 스마트홈이라는 새로운 대세 때문이다. 이번 인수로 이케아는 소비자에게 새 경험을 제공할 만한 스마트홈 기기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케아는 지난해 미국 가정용 오디오 제조사 소노스와 협업해 AI 스피커 ‘심포니스크’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마존의 유명 AI 비서 ‘알렉사’를 지원하는 스피커에 이케아 가구 디자인을 접목한 제품이다.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자체 스마트홈 기술을 보유하려는 것이다. 이케아는 지난해 스마트홈 기술 개발 전담 부서도 새로 만들었다.
 
다른 하나는 마찬가지로 대세인 온라인 쇼핑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케아의 기존 최대 강점은 테마파크를 연상시킬 만큼 다양한 가구와 넓은 공간으로 무장한 세계 각지의 오프라인 매장이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소비자들은 가구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이케아는 인수 기업의 AI 기술을 자체 애플리케이션(앱)에 적용,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다변화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앱에서 증강현실(AR)로 이케아 가구를 소비자 방에 가상의 3D로 나타나게 해서 어디에 배치할 만한지, 어울리는 가구인지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이케아의 전략은 가구 소비 트렌드가 ICT와 만나 급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미 이케아의 주요 경쟁 상대로 가구 제조사나 월마트 같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뿐 아니라 아마존·웨이페어·페퍼프라이 등 온라인 가구 유통 채널이 꼽히고 있다.  
 
이들 기업은 AI 같은 최신 ICT로 세계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가구와 가전의 경계도 급격히 허물어지고 있다. 가구 업계 관계자는 “한샘이 지난해 말 음성과 앱으로 조종할 수 있는 스마트 조명을 선보이는 등, 국내 가구 제조사들도 달라진 트렌드에 연일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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