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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가 영국선 ‘터마터우’…대서양 건너면 ‘터메이토우’

중앙선데이 2020.04.18 00:21 682호 16면 지면보기

영어 이야기

Prodigal Tongue 표지

Prodigal Tongue 표지

우리나라 남북을 휴전선이라는 ‘선’이 가로막고 있다. 영국과 미국 사이에는 대서양이라는 거대한 ‘국경’이 있다. 모두 영어를 쓰는 미·영 양국 사이에 의외로 ‘영어 국경’이 있다. “two nations divided by a common language(공동의 언어로 나뉜 두 나라)”라는 표현이 영국과 미국 사이의 언어 장벽을 표현한다.
 

영국식 vs 미국식 영어 애증 관계
미국서 영국식 억양 땐 IQ 15점 ‘덤’
인도 영어가 최후의 승자 될 수도

미국 영어와 영국 영어 사이에는 단어사용법·철자법·발음법·문법·구두법 차이가 있다. 가을이 영국에서는 autumn, 미국에서는 fall이다. 미국에서 autumn을 안 쓰는 것은 아니지만, fall을 더 많이 쓴다. 우리말로 fall은 낙엽(落葉)이다. 미국의 가을은 ‘나뭇잎이 떨어짐(the fall/falling of the leaves)’에서 나왔다. 상히 시적(詩的)이다.
 
‘휴가를 떠나다’가 미국에서는 ‘go on vacation’, 영국에서는 ‘go on holidays’이다. 영국 영어의 colour·centre·defence는 미국 영어에서 color·center·defense다. 토마토(tomato)의 발음이 영국에서는 ‘터마터우’, 미국에서는 ‘터메이토우’다. 대체로 사소한 차이다.
 
사소한 차이를 당사자들은 나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우리말 번역본이 없는 『The Prodigal Tongue: The Love-Hate Relationship Between American and British English』(사진)가 영어를 둘러싼 영·미 애증 관계를 다룬다. (책 제목에서 ‘프라디글(Prodigal)’은 무슨 뜻일까. 사전에서 찾아보면 ‘낭비가 많은’ ‘탕아 같은’ ‘풍부한’이라고 나온다.)
 
한·미 관계를 ‘혈맹’이라고 표현하지만, 미국과 영국의 관계는 ‘혈맹’을 넘어선다. 영·미 관계를 ‘특별한 관계(special relationship)’이라고 표현한다. 영·미 관계는 거의 부부관계라고나 할까. 영어를 둘러싼 영·미 관계는 애증 관계(love-hate relationship)다. 옥신각신·아등바등 부부 싸움하면서 서로 닮아가는 부부처럼 영국과 미국의 영어는 서로 닮아가고 있다. 영국 서식스대 린 머피 교수(언어학)가 쓴 이 책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영국 영어에 대해 열등감이 있다. ‘영어는 뭐니뭐니해도 영국식 영어가 최고야’라고 미국인들도 인정한다는 것이다. 영국 사람이 미국에서 영국식 억양으로 말하면 IQ가 15점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한편 영국인들은 미국 영어의 영국 침공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다. ‘우리 영국 어린이들이 미국식 영어를 쓰며 자라는 것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는 식의 반감이 있다. 앞으로 100년 후인 2120년까지 미국 영어가 모든 영어를 블랙홀처럼 삼킨다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영국 영어도 미국을 침공하고 있다. 최후의 승자는 미국 영어도 영국 영어도 아닌 인도 영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니면 중국식 영어? 앞으로 한국어나 ‘한국식 영어’의 위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콩글리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일단 국력을 키우고 볼 일이다.
 
김환영 대기자 / 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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