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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닮은 팬데믹 40년 전 예언한 소설

중앙선데이 2020.04.18 00:20 682호 20면 지면보기
어둠의 눈

어둠의 눈

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우한에서 미생물 무기 유출 설정
베스트셀러 작가 딘 쿤츠의 장편

코로나 사태 업고 판매 역주행
텔레파시·초능력·로맨스 곁들여

심연희 옮김
다산책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에서 한창 퍼져나가고 있던 지난 2월 6일 중국 과학자가 발표한 한 논문이 전 세계에 충격을 던져 줬다. 광저우(廣州)의 화난(華南)이공대학 생물과학 및 공정학원의 샤오보타오(肖波濤) 교수는 이 논문에서 코로나19가 우한(武漢)바이러스연구소나 우한질병예방통제센터 실험실에서 나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국 당국은 “미친 소리”라고 펄쩍 뛰며 부인했지만 아직 정확한 첫 전파 경로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시간을 약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리 니콜스’라는 필명으로 딘 쿤츠가 쓴 소설 『어둠의 눈』은 1981년 처음 출간됐다. 놀랍게도 그의 소설엔 ‘우한-400’이라는 인공 미생물이 등장한다. 우한 외곽에 있는 DNA재조합연구소에서 개발된 우한-400은 치사율이 거의 100%인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생물무기다. 일단 감염되면 24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모조리 죽게 된다. 바이러스는 뇌간으로 이동해 독소를 뿜고 뇌 조직을 절멸시킨다. 현재 대유행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는 특징이 좀 다르긴 하지만 아무튼 놀라운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어둠의 눈』은 우한-400에 감염되고도 살아남은 미국 어린이 ‘대니’의 스토리를 스펙터클하게 전개한다. 대니는 열한 살 때 미국 시에라네바다산맥 야생 생존탐험 캠프에 참가했다가 의문의 버스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아들의 시신도 보지 못하고 장례식을 치러야 했던 엄마 티나는 자식을 잃은 극도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 몸부림치는데 계속해서 주변에서 이상한 초자연적 현상을 겪게 된다. 대니의 방 이젤에 걸린 칠판에서, 사무실 컴퓨터 프린터 용지에서, 식당 주크박스에서 ‘죽지 않았어, 대니는 살아 있어, 도와줘!’라는 메시지를 전달받는다.
 
진짜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이 같은 설정이 스토리 라인을 이룬다. 티나는 자상하면서도 용기 있는 육군 정보부 출신 변호사 앨리엇의 도움을 얻어 어디엔가 살아 있다고 확신하는 아들 대니를 찾아 나서는 험난한 여정을 떠난다.
 
딘 쿤츠의 소설 『어둠의 눈』은 40년 전 코로나 사태를 예견한 설정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도 처음 번역 소개됐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딘 쿤츠의 소설 『어둠의 눈』은 40년 전 코로나 사태를 예견한 설정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도 처음 번역 소개됐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작가는 12월 30일부터 1월 2일까지 단 나흘간에 벌어진 일을 너무나도 생생하고 박진감 넘치게 서술한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코로나19 사태 예견이다. 바이러스 진원지인 우한을 콕 집어서 묘사한 신통방통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한 도시 또는 한 나라, 나아가 전 세계를 동시에 초토화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 생물무기의 공격이 이런 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을 피부에 와 닿게 서술한다. 이 책에도 자주 등장하는 대니의 염력이나 텔레파시, 초능력, 폴터가이스트(소란스런 유령) 같은 현상을 작가의 귀신 같은 미래 예견에서 접하는 느낌은 섬뜩하기조차 하다.
 
이 소설은 또 생물무기를 놓고 중국과 여전히 경쟁을 벌여야 하는 미국 과학자들의 세계를 실감 나게 그렸다. 대니를 생체실험 도구로 사용하는 비인간성에 대한 고발도 잊지 않았다. 티나와 앨리엇이 격리실에 갇힌 대니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미국 비밀 네트워크 정보조직원들의 행태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각성하게 해 준다. 자살 위장, 사고를 가장한 살해 등 테러리스트들이나 할 수 있는 끔찍한 범죄도 서슴지 않는다. 독가스를 뿌려 심장마비를 일으켜 살해하는 수법은 북한 김정남 암살 사건의 모방 테러를 예고했다. 위기와 긴장, 극도의 공포 속에서도 사랑과 배려, 위트와 여유를 잃지 않는 주인공들의 강인한 인간미는 소설 전편에 흐르는 배경음악과 같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동시에 대혼란에 빠진 지금 『어둠의 눈』은 근 40년 만에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이 책은 최근 영국·독일 등에서 베스트셀러로 되살아났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 봉쇄령에 묶여 본의 아니게 집안에 갇혀 있는 많은 독자가 찾는 대표적 소설 중 하나가 됐다. 한국에서 번역돼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설은 일반적으로 허구의 세계를 그리는 픽션이다. 그러나 때로는 『어둠의 눈』처럼 미래를 예견하기도 하고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스토리를 묘사하기도 한다. 공상이 됐든 현상이 됐든 소설의 재미와 의미는 이런 데 있는 것이 아닐까. 시대를 거슬러 역주행하는 이 소설은 서스펜션 넘치는 ‘따뜻한 로맨스’이기도 하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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