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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해치는 고립감 들 땐, 생각 멈추고 할 수 있는 일 하라

중앙선데이 2020.04.18 00:20 682호 22면 지면보기

대한명상의학회와 함께하는 코로나 명상

전현수

전현수

코비드19는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큰 타격을 주었고 일상생활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무엇보다도 같이 나누는 삶을 빼앗아 갔다. 아주 가까운 가족 외에는 사람을 만나기 힘들게 되었다. 코비드19의 무증상 감염이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불안과 불신을 가져다주었다.
 

명상 본질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
내 마음이 나쁜 대상으로 갔을 땐
좋은 쪽으로 마음 돌려놓기 훈련

좌선·보행명상 등 곳곳 가정상비약
단 1분이라도 호흡에 집중했으면

정신건강에는 고립이 가장 좋지 않다. 최근 들어 진료실에서 고립감, 불안, 무기력증,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필자가 늘 강조하는 것은 개인이 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나는 것은 일단 생각을 멈추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라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방법으로 명상을 꼽을 수 있다. 어떤 명상이든지 명상의 본질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마음은 한 번에 한 대상으로 가는 속성이 있다. 한 번에 두 개의 대상에 갈 수 없다. 그리고 마음은 가 있는 대상의 영향을 받는다. 좋은 대상에 가면 좋은 영향을 받고 안 좋은 대상에 가면 안 좋은 영향을 받는다. 마음은 한 번에 한 대상에만 갈 수 있기 때문에 안 좋은 대상에 마음이 갔을 때 그것을 놓고 좋은 대상으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
 
명상할 때 마음이 현재가 아닌 다른 대상, 주로 과거나 미래로 가면 그것을 알아차리고 현재로 돌아온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명상은 안 좋은 대상으로 마음이 갔을 때 그것을 놓고 돌아오는 훈련이라고 볼 수 있다.
 
대개 집중하는 대상을 정해놓고 명상을 한다. 예를 들면 호흡이나 걷는 동작이나 현재 하는 일 등이 그 대상이 된다. 명상하는 동안 명상 대상에 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명상 대상이 호흡인 경우 마음이 호흡이 아닌 생각이나 몸의 감각으로 가면 그것을 놓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와야 한다.
 
명상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단 1분 만이라도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버스나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간이라도 좋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도 코를 통해 들어오고 나오는 호흡에 집중해보자. 그러면 쓸데없는 잡념이나 괴로운 생각에서 잠시라도 벗어날 수 있다. 이런 경험이 쌓여 명상을 통해 생각을 놓는 훈련이 어느 정도 되면, 우리의 불건전한 욕망이나 화 등이 마음속에 일어날 때 그것을 알아차리고 내려놓는 일이 가능해지고 우리 스스로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명상을 통해 실제를 정확히 보는 지혜와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얻을 수 있다. 명상은 호흡을 관찰하거나 걸을 때 걷는 행위 하나하나를 관찰하거나 일상생활하면서 하는 행위 하나하나를 알면서 하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구분이 분명해진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안다. 모를 때 우리는 하던 것을 멈춘다. 우리는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을 진행시킨다.
 
코비드19로 인한 불안도 잘 관찰해보자.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불안을 부른다. 우리가 겪는 많은 불안은 마음이 미래로 가 있을 때 온다. 그때 ‘모른다’ 하고 현재에 돌아와 내가 해야 할 일이나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에게 치료를 받는 한 환자는 며칠 전 코비드19로 인해 밖에도 못 나가고 전에 하던 활동을 못 하니 이상한 생각이 엄청 심해져 미칠 것 같았는데, 필자에게 배운 대로 생각을 멈추고 숨 쉬는 것을 관찰하니 괜찮아졌다고 했다. 이 경우처럼 명상은 힘들 때 같이 있어 주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고 힘들고 아플 때 자가 처방할 수 있는 가정상비약이 될 수 있다.
 
명상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꾸준히만 연습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로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앉아서 하는 좌선을 하면서 코 근처에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관찰하거나 숨이 들어오고 나갈 때 배가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관찰하면 된다. 생각이 나면 생각이 난 줄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면 된다. 일상생활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보행 명상은 걸을 때 일어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알면서 걸으면 된다. 왼발이 나갈 때는 왼발을 지켜보고 오른발이 움직일 때는 오른발을 지켜보면 된다. 좌선과 보행 명상, 일상생활 명상을 각자가 처한 여건에 따라 꾸준히 하다 보면 분명한 앎이 생기고 마음을 다스리는 힘이 생긴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다. 코비드19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코비드19의 힘든 점을 이겨나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더 지혜로워지고 정신적으로 더 건강해질 수 있다. 이번에 어려움을 이겨낸 노하우가 다른 어려운 일에도 적용이 되면 괴로운 시간 속에서도 마음을 잘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전현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한명상의학회 고문. 미얀마와 한국에서 명상 수행. BTN에서 ‘전현수 박사의 마음테라피’ 진행. 2015년 한국에서 낸 저서 『정신과 의사의 체험으로 보는 사마타와 위빠사나』가 미국 위즈덤출판사에서 2018년 『Samatha, Jhana, Vipassana』 라는 제목으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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