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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감기 앞둔 비트코인…디지털 금 vs 가치 없는 자산

중앙선데이 2020.04.18 00:02 682호 14면 지면보기
가상화폐(가상자산)는 ‘디지털 금(金)’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지난 달 4000달러 선이 뚫리면서 안전자산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회의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가격이 다시 상승세다.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이달 들어서만 3000달러가 올라 한때 다시 7000달러 선을 터치했다. 다음 달에는 비트코인 3차 반감기가 돌아와 가격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계속 확산하고 있는 데다, 가격 변동폭이 커 투자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달, 4년 만에 돌아오는 3차 반감기
공급량 반 줄여 가치 높이는 조치
1·2차 반감기 이후엔 가격 폭등

급락하다 이달 금과 동조하며 올라
미 자산운용사 “안전자산 잠재력 커”
가격 변동폭 커 신중히 투자해야

그동안 비트코인을 위시한 가상자산은 미국 증시 하락 등 세계 정세가 급변할 때마다 가격이 상승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심화했을 때나,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됐을 때,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홍콩 민주화 운동 때가 대표적이다. 실제 지난해 6월 미·중 무역분쟁이 고조하자 비트코인은 한 달여 만에 60% 이상 올라 1비트코인당 1만3000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가상자산을 디지털 금이라고 부른 배경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세계 대유행) 이후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나왔다. 미국 증시가 10% 이상 폭락해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던 지난 달 12일(현지시간),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45% 이상 급락해 4180달러로 밀렸다. 비트코인이 5000달러 아래로 내려앉은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가상자산 시황분석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 만에 643억 달러(약 78조9000억원)가 증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가상자산이 경제적 혼란 상황에서 피난처로 활용된다는 주장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 비트코인 회의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기존 자산 하락폭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며 “비트코인은 헤지(위험 회피) 수단이 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디지털 금으로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반에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안전자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비트코인과 금·채권·석유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는데, 3월 한 달간 비트코인과 금의 상관관계 지수가 0.49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과 미국 채권은 0.17, 비트코인과 석유는 0.27에 그쳤다. 보고서는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디지털 금’으로서 잠재력이 강화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다음 달 예정인 비트코인 3차 반감기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비트코인의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는 2009년 비트코인을 설계할 때 일정 시기마다 채굴 보상으로 주는 비트코인 개수를 반으로 줄도록 했다. 약 4년에 한 번으로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중순께가 3차 반감기다. 날짜가 변동적인 건 63만번째 블록이 채굴되는 시점이 반감기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반감기는 인플레이션을 막고 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인데 1, 2차 반감기 이후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약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대체로 비트코인 가치가 크게 올랐다.  
  
#2012년 11월 첫 번째 반감기 때 비트코인은 이듬해인 2013년 12달러에서 1100달러대로 폭등했다. 두 번째 반감기(2016년 7월) 이후에도 상승했다. 650달러에서 2017년 말 1만9000달러로 폭등했다. 이때가 비트코인의 전고점이다. 시장에선 전망이 엇갈린다. 가상자산 거래소 셰이프시프트 에릭 부어히스 최고경영자는 세계 경제위기가 장기화하면 비트코인이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거짓과 마법 위에 세워진 금융시스템은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경이 없고 정치와 무관한 가상자산의 가치는 너무나 강력하다”고 추켜세웠다. 또 다른 거래소인 제미니의 공동 창업자이자인 테일러 윙클보스도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은 팬데믹에 대한 헤지 수단이 아니라 법정화폐 체제에 대한 헤지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달리 보안 업체인 맥아피 창업자인 존 맥아피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비트코인은 가치가 없다”고 썼다. 그는 한때 비트코인 옹호론자로 앞서 2020년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100만 달러, 나아가 200만 달러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암호화폐 회의론자인 피터 시프도 최근 트위터를 통해 “세계 경제위기에 진정한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는 비트코인을 찾지 않는다”며 “이를 핑계로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그저 투기꾼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기꾼 밖에 없는 비트코인 시장은 결코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안전자산으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 여부를 떠나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폭이 금이나 증시에 비해 크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감기
비트코인 채굴자에게 주는 보상을 절반으로 줄이는 분기점이다. 2009년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했을 때 채굴자는 1개의 블록을 쌓으면 비트코인 50개를 받을 수 있었지만, 두 차례 반감기를 거치며 지금은 12.5개를 받는다. 5월 세 번째 반감기 뒤에는 이 숫자가 6.25개로 준다. 반감기는 비트코인 공급량을 절반으로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비트코인 희소성을 높여 가치를 유지하는 수단인데, 대략 4년에 한 번씩 도래한다. 자산 발행량을 기계적으로 줄이는 것으로 세계 정부가 화폐를 찍어내는 ‘양적 완화’와 대비된다.

거래 기록 안 남는 ‘다크코인’ 성범죄 등에 이용돼 퇴출 수순
자료: 코인텔레그래프

자료: 코인텔레그래프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입장료를 가상자산으로 결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가상자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일반 가상자산은 거래 내역 자체가 위변조가 어려운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반면 다크코인은 송금 등 거래가 이뤄질 때 기록이 남지 않는다. 누가, 언제, 얼마를, 누구에게 보냈는지 등의 정보가 남지 않아 송금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이런 특성 때문에 박사방 운영자는 모네로(사진) 등 다크코인을 거래에 활용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다크코인은 개인정보를 보호해주기 때문에 한때 ‘프라이버시 코인’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라는 순기능보단 마약·성 관련 범죄나 자금세탁 등에 쓰이면서 다크코인이라는 이름이 더 굳어지고 있다. 세계 주요국은 다크코인 퇴출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6월에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가상자산이 테러 등 불법 활동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도 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운영자의 정보를 규제 당국에 신고·등록해야 한다.
 
범죄자의 가상자산산업 진입과 미신고 영업을 막겠다는 뜻이다. 또 거래소는 암호화폐 송금인·수취인 정보를 수집하고 보관해야 한다. 정부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에 필요한 수·발신자 정보도를 요청하면 제공해야 한다. 미국·일본 등 FATF에 참여하는 37개 회원국은 올해 6월까지 가이드라인를 수용해야 한다. FATF의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는 않지만, 국제신용평가사와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다수 정부가 기준안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FATF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다크코인이라 하더라도 사실상 익명성이 사라져 오히려 추적이 용이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거래소를 통하면 거래소에 다크코인을 구매한 기록, 송금 내역 등이 기록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FATF 가이드라인과는 별도로 거래소가 다크코인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내년에 시행하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가상자산 거래소에 금융권 수준의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16일에는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이 모네로를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투자유의종목 지정 후 상장폐지까지 이뤄진다면 국내에서 모네로를 거래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빗썸 측은 “모네로는 형사상 범죄의 수단으로 이용되거나 형사 사건과 연관돼 있어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며 “상장적격성 유지 여부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감독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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