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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국회에 발목 잡힌 '서비스법'부터 해결하라”

중앙일보 2020.04.15 18:00

“발목잡기식 경쟁보다 정책 경쟁이 필요하다. 당의(黨議)보다는 원칙을 따르는 성숙한 국회가 됐으면 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저성장이 가속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 국가에서 서비스 산업 강국으로 가기 위한 규제개혁이 꼭 필요하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어려움에 처한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규제개혁, 노동시장 개혁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전국경제인연합회)

 
15일 총선 결과에 따라 새로 구성되는 21대 국회에 대한 경제학계 전문가와 재계의 요구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드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기업이 보다 유연하게 위기에 대처하고 '미래 먹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국회가 힘을 실어줄 것을 당부했다. 9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통과, 에너지전환 속도 조절을 통한 에너지 기업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경제 전문가·재계 '새 국회에 바란다'

 
IMF 2020년 한국 성장률 하향 전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IMF 2020년 한국 성장률 하향 전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간 정책적 의사 결정이 경제 원칙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초점을 맞춰 이뤄졌던 게 가장 아쉽다”며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경제 충격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과정이 되풀이된다면 향후 경제활력과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 교수는 “저성장 국면에서 어느 때보다 '혁신성장'이 중요한 시점인데 지난 3년간은 소득주도성장 등에 가려진 게 사실”이라며 “기업에 실질적인 지원책이 될 수 있도록 규제를 합리화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그 일환으로 “9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조속히 통과해 서비스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은 유통·의료·관광·교육 등 7개 서비스 산업 활성화를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고 인력·기술·조세 감면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여당과 시민단체가 의료 민영화를 위한 법으로 보고 반대해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허 교수는 “한국이 제조업 강국인 것은 여전하지만, 중국 등 경쟁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데다 인건비, 금융 비용, 지가 상승 등 제조업 환경이 어려워졌다”며 “대신 국내 대학이 해외 대학에 교육 콘텐트를 수출하고, 관광 상품을 다양화하는 서비스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고용 창출, 내수활성화 등 경제 활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무역협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10년간 세계 서비스 수출은 3.8% 성장했지만 한국의 경우 0.8% 성장하는 데 그쳤다.
 

재계, "4차 산업혁명 대비해 달라" 

현대모비스가 러시아 최대 포털업체 얀덱스와 공동개발한 로보택시(RoboTaxi). 운전자의 조작이 거의 필요하지 않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했다. 사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러시아 최대 포털업체 얀덱스와 공동개발한 로보택시(RoboTaxi). 운전자의 조작이 거의 필요하지 않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했다. 사진=현대모비스

이 같은 주장은 4차산업 규제 완화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야 한다는 재계의 요구와도 일맥상통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군집주행 기술(차량 간 통신을 통해 교통 상황을 교환하고 이를 통해 차량의 움직임과 간격을 제어하는 기술) 관련 법규를 2022년까지 마련하기로 했지만, 기간 단축이 필요하다”며 “업계는 이미 내년을 목표로 실증 테스트를 추진 중”이라고 주문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사회보험료를 일정 기간 납부 유예하고 법인세 최고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22%로 인하할 것도 건의했다.
 

급격한 탈(脫)원전·재정적자 '고삐' 잡아야

 
국회가 정부가 추진 중인 급격한 에너지 전환 정책의 고삐를 잡아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에너지 전문가인 A 교수는 “전 세계적 경제 위기로 특히 기업이 고용 기능을 크게 상실한 상황”이라며 “특히 탈(脫)원전 과속으로 약 600여개의 산업체가 연관된 원전 산업이 주저앉으면 고용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시시스템 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원전 해체산업과 전문가를 양성한다 했지만, 국회는 그 핵심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법안을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선진국에서도 입법 후 수십년이 걸린 만큼, 미래 세대에 방사성 폐기물 위험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기 위해 국회가 '퍼주기' 경쟁을 자제하고, 재정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적자가 빠르게 늘어난다는 것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가 장기화하거나 향후 새로운 경제 충격이 왔을 때 정부가 대응할 여력이 줄어든다는 의미”라며 “다음 정부에도 부담이 되는 만큼 예산 심사 시 국회가 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환율 변동으로 인한 수입 업종의 적자가 예상된다”며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일본을 포함한 여러 국가와 통화 스와프를 지속해서 체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의원 개개인이 헌법·입법기관이라는 책임감을 가져야 향후 정책과 구체적 실천 방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며 “제로섬 게임에 집중하기보다 성숙한 정치 풍토를 만들지 않으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처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5일 논평을 통해 “21대 국회가 '일하는 국회', 국민을 보도 큰 정치를 하는 '대승적 국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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