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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생존’ 통해 인간 도움 없이 진화하는 AI 프로그램 나왔다

중앙일보 2020.04.15 16:55
SF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강인공지능 스카이넷의 한 장면.

SF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강인공지능 스카이넷의 한 장면.

 공상과학(SF)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전지전능의 인공지능 스카이넷이 실제 세상에 출현할 수 있다는 얘기일까. 인간의 간섭없이 ‘적자생존’의 방법을 통해 진화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13일(현지시간) 과학자들이 적자생존으로 대표되는 다윈의 진화론에서 개념을 빌려, 세대가 지날수록 진화하는 획기적인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출신의 구글 컴퓨터 과학자 꾸억 레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최근 동료들과 함께 사람의 조작(input) 없이 기본적인 수학적 개념만을 이용해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발전시킬 수 있는‘오토ML-제로’(AutoML-Zero)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논문을 과학기술분야 논문공개 사이트 중 한 곳인 ‘아카이브’(arXiv)에 올렸다. 오토ML-제로란 ‘자동기계학습의 원조’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논문공개 사이트는 피어리뷰(peer review)를 통해 학자들이 평가와 검증을 받는 학술지에 올리기 전에 먼저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말한다.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인간 도움없이 스스로 생각하고 만들어가는 인공지능이 가능할까.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인간 도움없이 스스로 생각하고 만들어가는 인공지능이 가능할까.

 
오토ML-제로는 수학적 프로세스로 임의 조합된 100개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인공지능의 이미지 인식 기능처럼 고양이 등 특정 그림을 보여주고 이를 맞추게 하는 기초 테스트를 통해 1차로 걸러낸다. 여기에 다시 인간이 만든 알고리즘과 비교해 정확도가 더 높은 알고리즘을 골라내고, 또 다시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 낸다. 이런 방식을 여러차례 거치면서 가장 뛰어난 결과를 보이는 알고리즘을 뽑아낸다. 목표한 수준에 이르기까지 최소 수만번의 알고리즘을 섞고, 만들어낸다. 사이언스는 오토ML-제로와 같은 접근방법이 기존의 뛰어난 수많은 기계학습 기술들을 무력화할 수도 있다고 평가한다.  
 
‘자동 기계학습’의 개념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컴퓨터 과학자들이 유사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으나, 인간이 디자인한 기존 회로를 조합하는 방식이었다. 꾸억 레가 쓴 방법은 달랐는 게 사이언스의 판단이다. 그는 사이언스에“우리의 목표는 기존 연구자들이 발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기계학습의 개념을 실제로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우 KAIST AI대학원 교수는 “구글의 오토ML-제로 개발은 인공지능을 위한 인공지능이란 특면에서 중요한 문제이며, 인공지능의 미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인공지능이 SF영화 속 스카이넷처럼 자아를 가진 개체로 스스로 진화하기에는 가야할 길이 한참 멀었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오토ML-제로는 범용 인공지능이 아니라, 특정 용도로 쓸 수 있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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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