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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위기는 아직" 미 대형은행들, 디폴트 대비 시작했다

중앙일보 2020.04.15 16:01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직후 애널리스트와 콜 콘퍼런스에 "최악을 대비해 자금을 비축하겠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직후 애널리스트와 콜 콘퍼런스에 "최악을 대비해 자금을 비축하겠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미국 대형은행인 JP모건체이스와 웰스파고의 1분기 순이익이 추락했다. 미국 실적 시즌에 가장 먼저 발표해 향후 경제 흐름을 가늠하는 ‘풍향계’ 역할을 하는 이들 두 은행의 재무제표는 미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얼마나 타격을 입을지 경고하고 있다.  
 

JP모건·웰스파고 순이익 69%, 89% 급감
미 산업 실적 시즌 알리는 '경기 풍향계'
코로나19발 침체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
월가 재빠른 위기 대응에도 전망 어두워
IMF "올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

14일(현지 시간) 미 CNBC에 따르면, JP모건과 웰스파고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순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9%, 89% 극감했다고 발표했다. JP모건의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91억8000만 달러에서 28억7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웰스파고의 순이익은 58억6000만 달러에서 6억5300만 달러로 줄었다. 이 때문에 JP모건의 주당순이익(EPS)은 78센트로, 시장 예상치인 2.16달러를 한참 밑돌았고, 웰스파고는 1센트라는 충격적인 EPS를 기록했다. 두 은행의 매출 감소는 각각 3%, 18% 감소에 그쳤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기업·개인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급증이 예상되면서 대손충당금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은행은 경기 침체로 대출 회수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면 대손충당금을 넉넉히 쌓아두려 한다.  
JP모건의 추가 대손충당금 68억 달러 중 56%는 개인의 신용카드 연체에 대비한 자금이다. [로이터=연합뉴스]

JP모건의 추가 대손충당금 68억 달러 중 56%는 개인의 신용카드 연체에 대비한 자금이다. [로이터=연합뉴스]

JP모건은 1분기 대손충당금 68억 달러를 추가 계상해 총 82억9000만 달러로 늘렸다. 같은 기간 웰스파고도 30억 달러 늘린 38억3000만 달러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전 분기(2019년 4분기) 대비 4~5배 늘린 것으로, 10년 전 금융 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JP모건의 추가 대손충당금 68억 달러 중 56%는 개인의 신용카드 연체에 대비한 자금이다. JP모건 측은 “고객 대부분이 지난 1일까지 신용카드 사용분을 상환했으나, 최근 2주 사이 연체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웰스파고는 “이미 소비자들이 100만건 이상의 대출 상환 연기를 신청했으며, 대부분 주택담보 대출과 자동차 할부였다”고 설명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주간 미국 신규 실업자 수가 1700만명에 육박하면서 가계 부채를 옥죄고 있다”며 “코로나19 위기 전부터 모기지·자동차 할부·신용카드·학자금 대출 등 가계 빚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려온 미국인에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전했다.  
웰스파고는 지난 1분기 대손충당금을 8억원에서 38억원으로 늘렸다. [AP=연합뉴스]

웰스파고는 지난 1분기 대손충당금을 8억원에서 38억원으로 늘렸다. [AP=연합뉴스]

다만, 은행업계의 대손충당금 규모는 위기에 대응하기에 여전히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JP모건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에 대해 “부분적으로 미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 25%(연율 기준) 감소하고 실업률이 2분기에 10%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란 가정에 근거한 것”이라며 낙관적인 경제 전망에 기준을 뒀음을 밝혔다.  
 
실제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이보다 훨씬 부정적이다. JP모건의 이코노미스트조차도 이미 2분기 GDP 40%(연율 기준) 감소 및 실업률 20%를 전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을 것”이라며 미국 연간 성장률을 마이너스(-) 5.9%로 제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4월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펀드매니저의 93%가 올해 세계 경제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U자형 회복은 52%, W자는 22%, L자로 장기 침체는 7%에 달했다.  
 
JP모건과 웰스파고는 연체료 면제, 월 납부 일시 중단, 중소기업청(SBA)을 통한 기업대출 확대 등의 지원에 나설 것을 밝혔지만, 기업·가계 디폴트에 대한 우려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미 블룸버그는 “셰일 등 원유업계·부동산·유통 등에서 추가 해고가 발생하고 미국 실업률이 더욱 치솟을 경우, 미국 전역에서 디폴트가 연쇄적으로 발생해 월스트리트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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