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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재외선거 현장개표···피지 대사관 '통금 예외' 요청도

중앙일보 2020.04.15 14:32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예수상이 12일(현지시각) 밤 태극기를 입었다. 부활절을 맞이해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취지의 이벤트였다. [로이터=연합뉴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예수상이 12일(현지시각) 밤 태극기를 입었다. 부활절을 맞이해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취지의 이벤트였다. [로이터=연합뉴스]

 

17개국 18곳 공관 1438표 현장 개표
개표 결과는 e메일로 중앙선관위 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 하늘길이 막히며 총선 당일 재외선거도 영향을 받게 됐다. 첫 현장 개표를 하게 된 17개국 18곳의 해외 대사관들은 긴장 속에 개표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현장 개표는 2012년 재외선거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신종 코로나를 공직선거법 218조 24의 3항 “천재지변 또는 전쟁ㆍ폭동, 그 밖에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서다.
 
현장 개표에는 앞서 1~6일 재외국민선거에 참여한 유권자 1438명의 표가 걸려 있다.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투표함 이송을 못 해 사표(死票)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현지에서 투표함을 열게 됐다. 

  
각국의 시차가 다르기 때문에 투표함을 여는 시간도 한국시간 15일 오후 6시~12시까지 모두 다르다. 폴란드는 오후 8시, 코스타리카와 니카라과는 한국시간으로 15일 밤 12시 집계를 시작한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지 한국 대사관에서는 총 113명의 표를 집계하기 위해 현지 정부에 15일(현지시간) ‘통금 협조’를 요청했다. 피지는 한국보다 시간이 3시간 빨라 밤 9시(한국시간 오후 6시)에 개표를 시작해야 하는데, 피지 정부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오후 8시 이후 통행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현지 경찰이 통행금지를 어긴 혐의로 68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조신희 주피지 한국 대사는 “개표원, 참관인 등 8명의 선거관리위원이 개표 후 귀가할 수 있도록 현지 경찰과 외교부에 협조 요청을 했다”며 “개표 전 과정을 CCTV로 녹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뉴욕총영사관 출입구에 게시된 '재외선거 중지' 안내문. [뉴욕총영사관 제공, 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뉴욕총영사관 출입구에 게시된 '재외선거 중지' 안내문. [뉴욕총영사관 제공, 연합뉴스]

 
확진자 수가 하루 1000명씩 폭증하고 있는 브라질에서는 28표를 개표하게 됐다. 브라질은 주로 상파울루에 2000여 명의 재외국민이 거주하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세로 사실상 재외선거가 중단됐다. 수도 브라질리아만 한국 대사관에서 일부 투표를 진행했다. 브라질은 14일(현지시간) 기준 2만 5262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사망자 수는 1500명을 넘어섰다.
 
김찬우 대사는 “투표함을 한국으로 이송하기 위한 비행편을 별도로 운영하는 방안도 알아봤지만, 정해진 기간 내 서울에 투표함이 도착할 수 있을지가 불확실해 부득이하게 공관에서 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309명의 개표를 앞둔 우즈베키스탄 대사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로 자동차 통행이 금지된 상황에서 자택에서 공관까지 걸어와 투표하신 분도 계신다”며 “그만큼 소중한 표를 행사한 것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개표 관리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개표 결과는 현지에서 미리 위촉한 재외선관위원장이 e메일로 중앙선관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집계한 표는 보관했다가 이후 공항 운행이 정상화 되면 외교 행낭으로 국내로 이송한다. 
 
앞서 중앙선관위는 신종 코로나 확산이 심각한 미국·중국 등 57개국 93곳 재외공관의 선거 사무를 중단시켰다. 이에 따라 재외공관 85곳만 선거를 진행했고, 이곳의 유권자 8만 4707명 가운데 4만 858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재외선거 축소에 “참정권을 제한했다”는 비판과 “안전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중앙선관위가 이달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세계 각국 93곳의 선거사무를 순차적으로 중단하면서 재외국민 선거운동이 일었다. [페이스북 캡처]

중앙선관위가 이달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세계 각국 93곳의 선거사무를 순차적으로 중단하면서 재외국민 선거운동이 일었다. [페이스북 캡처]

 
외교부에 따르면 18곳을 제외한 공관의 표들은 '파우치'라고도 부르는 외교 행낭에 담아 국내로 공수하고, 중앙선관위가 각 지자체로 보내 국내와 같은 절차로 개표를 진행하게 된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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