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더오래]의외의 가심비에 깜짝! 홈쇼핑 청바지 득템기

중앙일보 2020.04.15 14:00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10)

명절 즈음해서 갈비찜을 팔고, 명절이 끝나면 주부의 보상심리를 자극하는 명품방송을 하는 것이 홈쇼핑의 영리한 편성 전략이다. 토요일 밤이 되면 주요 홈쇼핑 채널에서는 각 채널의 대표 쇼호스트와 셀러브리티가 패션 방송을 한다. 어딘가에 ‘토요일 밤이 되면 패션에 관심 있는 고객들이 TV를 본다’라는 분석 자료가 있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패셔니스타는 아니지만 패션에 관심이 많은 나는 그 방송들의 애청자이기 때문이다.
 
흔히 홈쇼핑의 주 대상 고객은 40대 이상의 주부라고 한다. 나도 동의한다. 늘 아들을 걱정하시는 어머니의 홈쇼핑 덕분에 가끔 내게도 겨울에는 패딩 코트, 여름에는 통풍이 잘되는 재킷이 생기고는 했다. 백화점에 근무하던 시절 어머니께 ‘아들이 백화점 다니는데 홈쇼핑 그만하시고 백화점에서 사드리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어머니는 홈쇼핑이 더 싸고 좋다고 하셨고, 덕분에 집에는 늘 연예인 얼굴이 프린팅된 돈가스와 갈비 등이 갖춰져 있었다. 유행하던 조리기구를 구매한 덕분에 가족들 다 같이 모여 고기를 구워 먹은 적도 많았다. 홈쇼핑에서 보내주는 사은품 덕분에 치약 등 세면도구는 늘 풍족했다.
 
토요일 밤이 되면 주요 홈쇼핑 채널에서는 각 채널의 대표 쇼호스트와 셀러브리티가 패션 방송을 한다. [사진 MOBINSIDE]

토요일 밤이 되면 주요 홈쇼핑 채널에서는 각 채널의 대표 쇼호스트와 셀러브리티가 패션 방송을 한다. [사진 MOBINSIDE]

 
그 간의 구매 이력을 돌이켜보면, 홈쇼핑에서 구매한 상품 중에 식품은 거의 후회가 없었다. 잘 먹었던 제품의 경우에는 인터넷에서 다음 방송 일정을 알아본 후 기다렸다가 다시 구매할 정도였다. 조리기구는 식품보다는 만족도가 떨어진다. 구매했을 때는 잘 활용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면 관심이 떨어져 창고로 가는 제품들이 있었다. 또 새로운 조리기구를 구매하면 자연스레 뒤로 밀렸다. 마치 패션처럼 유행을 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옷만큼은 홈쇼핑에서 사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아무래도 옷은 입어보고 사야 한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샀는데 옷이 맞지 않으면 길이야 수선할 수 있지만 허벅지나 허리둘레 같은 부분은 수선도 어렵고 수선비용도 비싸기 때문이다. 방송에서는 반품할 수 있다고 하지만 막상 옷을 받게 되면 반품하는 과정이 너무 귀찮아서 그냥 입고 말 것 같았다. 게다가 한 번 실패했던 경험이 컸다. 정장으로 출근하던 시절 신축성이 뛰어나고 통풍이 잘된다는 기능성 정장을 구매한 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불편했다. 늘 내가 입던 치수인데도 불편했는데, 내가 살이 쪘기 때문이 아닌 그냥 옷을 잘 못 만든 것으로 생각했다. 다시금 ‘역시 옷은 입어보고 사야 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누군가 말했다시피 인간은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정장 구매 실패의 여운이 가실 무렵, 주말 밤에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여름용 청바지를 판매하는 홈쇼핑 방송을 보게 되었다. 드라이아이스가 바지를 뚫고 나오는 장면을 보고는 채널을 넘길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땀이 많아 여름에는 늘 고생인데, 저 바지만 있으면 해결될 것 같았다. 바로 주문을 하려던 찰나, 다행스럽게도 구매 실패의 추억이 떠올랐다. ‘이번에도 안 맞으면 어쩌지? 좀 더 알아보고 사야겠다!’ 나의 쇼핑은 성장하고 있었다.
 
아저씨도 자기 청바지는 자기가 고르도록 하자. [사진 Unsplash]

아저씨도 자기 청바지는 자기가 고르도록 하자. [사진 Unsplash]

 
온라인으로 구매기를 찾아보니 정말 놀라울 정도로 홈쇼핑에서 파는 청바지에 대한 리뷰가 적었다. 대부분의 리뷰가 “사주니 남편이 참 잘 입어요” 류의 아내가 선물로 사다 주니 남편이 좋아하더라는 내용이었다. 정작 바지를 입는 남편의 리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렇다 보니 정말 만족하는 지도 의문이 들었다. 결국 의존할 정보는 쇼호스트의 설명뿐이었다. 홈쇼핑의 청바지 판매 방송에서 하는 말은 대부분 비슷했다. 스판 재질이 들어있어 안 입은 것 같이 편하고, 색상도 두벌 정도를 챙겨줘서 어떤 옷에도 맞출 수 있으며, 이것만 있으면 남편이 어디서 무시 안 당하고 패션에 신경 쓰는 직장인 같아 보인다는 것을 강조했다. 청바지를 입을 당사자에게 파는 것이 아니라 청바지를 사줄 아내들에게 팔고 있었다. 그걸 사려고 방송을 보고 있으면 ‘내가 여성호르몬이 나오고 있나’라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상품은 좋아 보였다. 대부분 외국의 브랜드를 라이센스로 체결해 동남아나 중국에서 제작한 기능성 청바지였는데, 5만~7만 원 정도에 두세 벌 챙겨주는 상품 패키지가 많았다. 또 각 홈쇼핑 채널 독점 계약이 체결된 모양인지, 홈쇼핑마다 판매하는 브랜드가 모두 달랐다. 모두 스판이고, 색도 진한 색과 밝은색이 섞여 있는 패키지였으며, 가격도 비슷하여 상품별로 큰 차이가 없어 가장 마음에 드는 색상을 기준으로 선택하기로 했다.
 
홈쇼핑을 몇 번 이용해보면서 알게 된 방법대로 현란한 효과음과 함께 들리는 수량 부족과 매진 행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갖은 프로모션과 쿠폰을 적용해서 가격을 깎았다. 전화주문을 하면 정가를 다 내야 하는 반면 스마트폰으로 앱을 통한 프로모션 참여나 멤버십 할인 등을 이용하면 더 저렴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머스 시장의 치열한 경쟁 덕에 생긴 혜택들인데, 기업은 아쉽겠지만 할인받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게 구매한 홈쇼핑 청바지는 정말 그해의 잘한 쇼핑 TOP3에 들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트레이닝 복을 입은 것 같은 편안함에 시원한 재질이었다. 바짓단 길이가 조금 맞지 않았지만, 저렴한 가격에 과감하게 가위로 잘랐더니 약간 요즘 유행에 맞는 청바지가 되었다. 그 청바지 덕분에 토요일 밤이 되면 시작하는 홈쇼핑 패션 방송들을 좀 더 눈여겨보게 되었다. 물론 대부분의 홈쇼핑 방송은 남자 옷이 메인은 아니다.
 
추억의 청바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추억의 청바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홈쇼핑 청바지 구매를 위해 온라인 커머스에서 청바지를 찾아보다가, 브랜드 라이센스를 통해 제작된 기능성 청바지들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홈쇼핑 등을 이용해 판매하려고 했던 상품들의 재고처리인 것 같은데, 가끔 ‘득템’을 할 수 있다. 얼마 전 추억의 ‘죠다쉬 청바지’를 1만 원대 가격으로 구매한 적이 있다. 길이도 잘 안 맞고 생각했던 핏은 아니었지만, 바짓단을 수선하여 잘 입고 다닌다. 무엇보다 그 바지를 입을 때마다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진다. 비싸고 재질 좋은 명품은 아니지만,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생긴 쇼핑이기 때문이다.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한재동 한재동 직장인 필진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 '이제부터 쇼핑을 잘해야지!'라고 다짐하면 쇼핑을 잘할 수 있을까? 알고 보니 쇼핑에도 공부가 필요하더라. 쇼핑! 하면 비싼 명품 백을 사려고 줄을 서는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집 앞 편의점에서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는 것도 쇼핑이다. 그렇다면 ‘쇼핑을 잘한다’라는 건 무슨 의미일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구매하는 것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는 곧 불혹 직장인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쇼핑 경험담이다. 거창한 명품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즐기는 패션과 생활용품에 집중되어 있음을 미리 양해 구한다.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