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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왕 받고 암투병 어머니 떠올린 삼성화재 정성규

중앙일보 2020.04.15 10:54
남자부 신인왕에 오른 뒤 수상 소감

남자부 신인왕에 오른 뒤 수상 소감

"어머님이 편찮으신데 가장 기뻐하실 것 같습니다." 남자배구 삼성화재 정성규(22)은 신인왕을 수상한 뒤 어머니를 떠올렸다. 암 투병 중에도 경기장을 찾아 아들을 응원한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V리그 최다 우승팀 삼성화재(8회)는 13승19패로 7팀 중 5위에 그쳤다. 2005년 프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승률 5할 아래를 기록했다. 그런 삼성화재의 유일한 수확은 정성규다. 홍익대 3학년인 지난해 프로에 뛰어든 레프트 정성규는 원포인트 서버로 시즌을 시작해 주전급 선수로 도약했다.
 
생애 한 번 뿐인 신인왕도 차지했다. 유효표 30표 중 14표를 받아 대한항공 리베로 오은렬(11표)을 제쳤다. 삼성화재 선수로는 첫 신인왕이다. 아쉽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시상식은 팬과 미디어 없이 치러졌다. 그래도 정성규는 행복하다. 그는 "비슷할 거라 생각은 했는데 발표까지 마음을 졸였다. 너무 좋고 실감이 잘 안 났다"고 말했다. 
정성규(가운데)는 "부모님이 응원해주셔서 힘이 난다"고 했다. 어머니 박미선 씨(오른쪽)와 아버지 정희수 씨. [사진 정성규]

정성규(가운데)는 "부모님이 응원해주셔서 힘이 난다"고 했다. 어머니 박미선 씨(오른쪽)와 아버지 정희수 씨. [사진 정성규]

정성규의 어머니 박미선 씨는 8년째 유방암과 싸우고 있다. 그래도 아들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자주 찾았다. 시즌 도중 어머니의 사연이 팬들 사이에서 알려지기도 했다. 박 씨가 유방암 환자 커뮤니티에 '아들이 삼성화재 배구단 입단했어요'란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정성규는 "어머니가 글을 쓰셨다는 걸 전해들었다"며 "수술도 받으시고, 항암 치료도 받으셔서 건강이 좋진 않으시다. 그래도 홈 경기 때는 항상 보러오신다"고 했다.
 
정성규의 또다른 힘은 아버지 정희수 씨다. 체육교사인 정 씨는 정성규를 배구로 이끈 사람이다. 취미 생활로 배구를 즐길 때 따라다닌 정성규가 재능을 보이자 근무지인 하동초등학교 배구부에 들어가게 했다. 정성규는 "아버지가 많이 도와주셨다. 사실 아버지도 내가 이렇게 잘 할 줄 모르셨다"고 웃으며 "두 분께 사랑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정성규 최고의 강점은 서브다. 정성규의 강력한 스파이크서브는 게임 분위기를 바꾸는 무기다. 정성규는 올시즌 세트당 0.293개의 서브득점을 올렸다. 규정 출전시간을 채우지 못해 순위 안에 들진 못했지만 국내 선수 중에선 6위에 해당한다. 정성규는 "대학 시절부터 서브는 자신있었다. 체계적인 훈련을 하니까 오히려 파워가 더 붙었다"고 했다. 
서브에이스를 한 뒤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는 정성규. [뉴스1]

서브에이스를 한 뒤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는 정성규. [뉴스1]

과감한 세리머니도 빼놓을 수 없다. 정성규는 서브 득점을 올리거나 공격을 성공시키면 주먹을 불끈 쥐거나 화려한 액션을 취한다. 무관중 경기 당시 삼성화재 코트에선 베테랑 박철우와 정성규의 파이팅을 외치는 소리가 코트에 쩌렁쩌렁 울려퍼지기도 했다. 정성규는 "중, 고등학교 때부터 몸에 배었다"며 "(세리머니로 유명한)고희진 코치님도 '잘 한다'고 하셨다"고 웃었다.
 
아직 프로 선수가 된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마음 씀씀이도 '프로급'이다. 부산 태생인 정성규는 '배구 고향'인 하동군에 기부를 했다. 올시즌 기록한 서브에이스 하나당 10만원을 적립해 270만원을 건넸다. 정성규는 "아버지와 상의해 좋은 일을 하고 싶어서 내린 결정이다. 하동 출신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성규는 신인왕 상금(200만원)도 코로나19와 관련된 곳에 기부하기로 했다. 
하동군에 장학금을 전달한 정성규와 윤상기 하동군수(가운데). [사진 하동군]

하동군에 장학금을 전달한 정성규와 윤상기 하동군수(가운데). [사진 하동군]

정성규의 롤모델은 하동 출신인 전광인(29·현대캐피탈)이다. 정성규와 똑같은 포지션에다 공격과 수비, 모두 뛰어난 선배다. 공격에 비해 서브리시브 등 수비가 약한 편인 정성규는 "대학 때까진 주로 공격을 맡아 부족하다. 리시브를 보강하기 위해 야간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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