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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딸 성폭행한 대기업 임원···해시태그 7억개, 중국의 분노

중앙일보 2020.04.15 05:00
중국의 유명 대기업 임원이 자신의 수양딸을 성폭행해왔다는 고발이 중국 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공안당국이 이 사건을 전면 재조사할 것임을 밝힌 가운데, 피해 여성의 변호사로 지난 25년간 12만명의 여성에게 법률 자문을 해온 인권 변호사가 선임됐다. 

14살때부터 중국 ZTE 이사 아버지에 성폭행
NYT, "중국 미투 운동의 중추적 시험대" 평가
장쯔이, 판빙빙 등 유명 인사, SNS 지지글 올려
궈젠메이, '중국 여성권익보장법' 초안 작성
25년간 12만 여성, 4000여 사건 무료 법률자문

 
14일 뉴욕타임스(NYT)와 중국 언론 관찰자망 등을 종합하면 중국 유명 통신회사 ZTE의 비상임이사를 지낸 바오위밍이 수양딸 리싱싱(가명)을 미성년자일 때부터 성폭행했다는 고발이 중국을 달구고 있다. 현재 18세인 리싱싱은 2016년부터 산둥(山東)성 옌타이(煙台)에 있는 양아버지 바오의 아파트에서 바오로부터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처음 성폭행을 당했을 때 리싱싱의 나이는 14세였다.
 
배우 장쯔이가 관련 기사를 올리면서 사건의 진상을 재조사할 것을 촉구하는 글을 웨이보에 남겼다. [웨이보]

배우 장쯔이가 관련 기사를 올리면서 사건의 진상을 재조사할 것을 촉구하는 글을 웨이보에 남겼다. [웨이보]

 
뉴욕타임스는 "몇 년간 양아버지는 반복적으로 리싱싱을 성폭행했고 딸의 의지와는 반대로 집에 가뒀다"고 보도했다. 바오는 폭언을 일삼았고 리에게 아동 포르노를 강제로 보여줘 '친밀한 행동'을 정당화하려 했다. 바오는 리가 집을 떠나지 않도록 거실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아버지의 행동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일부 언론은 바오가 "너희 어머니한테 알리면 어머니를 죽이겠다"고 리를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절망한 리는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람은 미국 유학경험이 있으며 중국 거대 통신업체인 ZTE를 포함한 유명 기업에 조언해온 바오위밍 변호사다. 40대 후반인 바오는 리싱싱과 친분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잘못은 전면 부인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바오는 "처음부터 끝까지 반박하고 싶다"면서 "리싱싱의 말은 모두 무모하게 꾸며낸 말"이라고 주장했다.  
 
리싱싱은 지난해 4월 옌타이시 공안에 바오위밍을 성폭행 및 폭행 혐의로 신고했다. 그러나 공안은 같은 달 바오의 행위가 범죄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다시 이슈가 됐고 당시 수사가 부실했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NYT는 "중국 당국이 성 학대 사건에 개입하기를 꺼리는 것에 대해 분노의 물결이 일고 있다"면서 "이 사건은 중국의 '미투 운동'의 중추적인 시험대가 되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인권 운동가들의 입을 빌려 "당국이 이런 경우 남성의 편을 들며 강간과 성폭행 혐의를 거의 조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이 사건에 대한 해시태그를 통한 조회수는 최근 7억9000만 건을 돌파했다. 유명인사들이 리싱싱을 응원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 글을 남겼다. 특히 장쯔이, 판빙빙 등 유명 여배우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장쯔이는 웨이보에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이 매번 폭로됐다가 자취를 감추는 건 엄벌은 없고 보호막만 있기 때문"이라면서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배우 판빙빙 역시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해 아이에게 깨끗한 세상을 주자"라는 글을 웨이보에 올렸다. [웨이보]

배우 판빙빙 역시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해 아이에게 깨끗한 세상을 주자"라는 글을 웨이보에 올렸다. [웨이보]

 
이 사건이 재조명되자 바오는 ZTE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옌타이시 공안국은 공식 계정을 통해 "수사팀을 꾸려 이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리싱싱의 변호사로 중국 최고의 공익 변호사인 궈젠메이가 선임됐다고 14일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그는 '중화인민공화국 여성권익 보장법'의 초안을 쓴 인물이다. 
 
중국 최고의 인권 변호사로 꼽히는 궈젠메이 변호사(가운데)가 미셸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바른 삶 상'을 받았다. [웨이보]

중국 최고의 인권 변호사로 꼽히는 궈젠메이 변호사(가운데)가 미셸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바른 삶 상'을 받았다. [웨이보]

 
베이징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법률 사무소 팀원들과 함께 지난 25년간 12만명의 여성에게 무료 법률자문을 하며 4000여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가정 폭력 피해자, 성폭행 피해자, 성차별을 당하는 직장인 등 다양한 이들이 그의 도움을 받았다. 
성폭행 피해자인 리싱싱(가명)의 변호를 맡게 된 중국 최고의 인권 변호사로 꼽히는 궈젠메이 변호사. [웨이보]

성폭행 피해자인 리싱싱(가명)의 변호를 맡게 된 중국 최고의 인권 변호사로 꼽히는 궈젠메이 변호사. [웨이보]

 
인권법 전문가인 그는 지난해 '노벨상의 대안'으로 불리는 '바른 삶 상'을 받았다. 이 상은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시급한 문제에 대해 모범적인 답을 제시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궈 변호사는 "리와 같은 사례가 너무나 많다"면서 "이런 악랄한 사건은 알려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과 궈젠메이 변호사. [출처: 웨이보]

힐러리 클린턴과 궈젠메이 변호사. [출처: 웨이보]

 
언론은 "궈젠메이는 농촌 출신의 여성이지만 약자를 위해 가장 강한 일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궈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힘없는 사람을 돕는 것은 태양보다 더 빛나는 일"이라고 밝혔다.  
 
서유진 기자·김지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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