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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힌다" 집콕 부부들 비명…코로나 이혼에 피난소도 등장

중앙일보 2020.04.15 05:00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가정 불화도 늘고 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부부 사이에 갈등이 잦아져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가정 불화도 늘고 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부부 사이에 갈등이 잦아져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로이터=연합뉴스]

 
세계적으로 ‘코로나 이혼’이란 신조어가 회자되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위기를 맞은 가정이 급증하고 있다. 급기야 이런 상황을 이용한 사업자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14일 전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선 아이러니하게도 결혼상담도 부쩍 늘었다. “혼자서는 불안하다”는 이유에서다.     
 

◇“위기의식 낮은 남편땜에 속 끓는다”

“삼시 세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차려주는 걸 먹기만 하는 남편”

“아내와 계속 함께 있으니 숨이 막힐 것 같다” 

 
아사히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일본에서 가정불화가 늘면서 소셜미디어(SNS)에 이런 푸념이 넘쳐나고 있다.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이런 게시물은 재택근무가 본격화된 지난달부터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남편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수입이 줄었다. 말싸움뿐”, “작은 술자리엔 가도 괜찮다는 남편, 위기의식 낮음에 속이 끓는다” 등과 같이 주부들의 남편에 대한 불만이 주를 이룬다.  
 
 
지난 13일 일본 도쿄의 번화가인 긴자 거리가 한산하다. 일본 정부가 외출 자제와 재택근무를 호소하면서 도심이 빈 것이다.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도 '코로나 이혼'이란 신조어가 자리잡을 정도다. [AP=연합뉴스]

지난 13일 일본 도쿄의 번화가인 긴자 거리가 한산하다. 일본 정부가 외출 자제와 재택근무를 호소하면서 도심이 빈 것이다.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도 '코로나 이혼'이란 신조어가 자리잡을 정도다. [AP=연합뉴스]

 
결국 이혼 위기에 직면한 가정도 적지 않다. 
 
주부 문제 연구가인 오카노 아쓰코(岡野あつこ)는 최근 프레지던트 인터넷판에 결혼 8년차 맞벌이 주부 A씨(37)의 사연을 기고했다. A씨는 동갑내기 남편과 이혼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항상 남편이 출근한 뒤 거실에서 여유롭게 일(IT 관련 업무)을 했는데, 남편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내 의자를 당당히 점거해버렸다. 게다가 남편은 자신의 일이 중요하다고 매번 강조한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       

 
이유는 일견 사소해 보이지만, A씨에겐 꽤 심각한 문제다. A씨는 남편의 가사 도움을 받는 것도 포기했다.    
 

"남편은 요리를 시작하겠다며 '프라이팬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야채는 어느 정도 크기로 썰어야 하지?, 소금은 얼마나 넣을까?'라는 식으로 질문만 쏟아낸다. 이건 돕는 게 아니라 괴롭히는 거다."    

  

◇부부싸움 뒤 피난처 사업화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기업들에 '재택근무를 적어도 70%까지 늘려달라'고 외치는 사이 이런 사례는 계속 늘고 있다. 급기야 '코로나 이혼'을 막겠다며 일종의 피난처 내지 숙려 공간을 내세운 사업자가 등장했다.
 
일본 전역에서 호텔ㆍ민박을 운영하는 가소쿠는 부부 사이가 나빠져 자택 이외의 장소에서 지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숙박 프로그램을 최근 내놨다. 각종 가전ㆍ가구를 구비하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어 집안에서처럼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고 업체는 홍보한다.
 
남녀 공히 30~50대가 주로 찾는데, 마치 비명을 내지르듯 “당장 들어가고 싶다”고 요청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한다. 업체에 따르면 열흘 새 문의가 80건이 넘었다.  
 

◇동일본 대지진 때도 결혼상담 급증

결혼상담소들도 바빠졌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낀 솔로들이 결혼 전선에 뛰어들면서다. 
 
지난달 18일 일본 도쿄의 규시바리큐온시 정원에서 한 커플이 웨딩사진을 찍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인 가운데 일본에선 결혼상담도 늘어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일본 도쿄의 규시바리큐온시 정원에서 한 커플이 웨딩사진을 찍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인 가운데 일본에선 결혼상담도 늘어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쿄와 오사카에서 영업 중인 결혼정보업체 마리미(Marry me)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평소보다 상담 건수가 20% 정도 늘었다.
    
“혼자서는 불안하다”, “불확실한 미래가 아닌 곧바로 결혼하고 싶다” 등 상담 내용에는 다급함이 묻어난다.
 
이런 현상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에도 결혼 상담이 급증한 적이 있다. 우에쿠사 미유키(植草美幸) 마리미 대표는 “사회적 위기를 계기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스스로 인생과 마주하면서 결혼을 결심하는 것 같다”고 신문에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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