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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과반이냐, 통합당 1당이냐···총선따라 '대선 시계' 리셋된다

중앙일보 2020.04.15 05:00
21대 총선 의외의 변수는 코로나19였다. 역대 총선을 규정하곤 했던 경제와 외교ㆍ안보 이슈는 코로나19에 묻히고 말았다. 비례 위성정당 등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도 판세를 가르진 못했다. 그나마 정치권이 만든 쟁점이라곤 선거 막판 경쟁적으로 터져 나온 각 당 후보의 막말 시비 정도였다. 
 
그럼에도 총선 후 정치권 시계는 2022년 3월 9일로 예정된 대선에 맞춰 리셋된다. 늦어도 대선 6~7개월 전 각 정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되고, 후보 경선에 두 달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는 전례를 볼 때 경선 돌입까지 남은 시간은 1년 안팎에 불과하다. 또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공히 총선 후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이 높다. 대선 후보 경선의 전초전이 일찍부터 불붙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총선 승패는 이어질 대선 드라마의 시나리오와 캐스팅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가 14일 서울 종로구에서 유세 도중 마주쳐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가 14일 서울 종로구에서 유세 도중 마주쳐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①민주당-시민당 단독 과반시…통합당은 '대혼란'

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경우 문재인 정부는 일정 기간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존 정부 정책 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회복된 자신감이 대북 정책과 검찰 개혁, 그리고 복지 정책으로 표출되면서 이들 분야에서 여야 갈등이 재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에선 '친문 그룹'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낙연 민주당 후보가 종로에서 당선돼 여권 대권 경쟁에서 1인 독주를 이어가더라도 자기 색깔을 전면적으로 드러내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 한 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국제적 호평 등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넘긴 시점에서 치러진 총선이라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선거를 이끈 이낙연 후보의 공이 크게 평가받긴 어려울 것”이라며 “선생님 눈치를 봐야 하는 불안한 1등”이라고 말했다. 
 
친문 그룹의 움직임에 따라 지지율 10% 미만의 잠룡이 유력 주자로 급부상할 수도 있다. 익명을 원한 한 정치컨설턴트는 “딱 떨어진 친문 대선 주자가 부재한 상황이어서 친문 그룹이 어떻게, 얼마나 분화할지도 변수”라고 말했다.
 
미래통합당이 21대 총선까지 패배한다면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에는 이견이 없다. 전국 선거 4연패(2016년 20대 총선-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2018년 제7회 지방선거)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업체 민 대표는 “당장 패배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황교안 대표 체제는 유지하기 힘들지 않겠나”라며 “리더십 공백 속에서 상당 기간 여권에 무기력하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의 한 당직자도 “통합당의 출범 자체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벌어진 내부 갈등을 해소한 결과라기보다는 일단 뭉치자는 식이었다”며 “선거 후 갈등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권과 당권 구도에선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백가쟁명의 상황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당이 선전한다면 안철수 대표를 향한 통합당의 러브콜이 늘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코로나19 공동 대응을 위한 ‘아세안+3 특별 화상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4.14〈청와대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코로나19 공동 대응을 위한 ‘아세안+3 특별 화상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4.14〈청와대제공〉

 

②범여권 과반시…국회 교착상황 늘 가능성 

민주당이 단독 과반에 실패하지만, 원내 1당을 차지하고 정의당과 열린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경우 국회에선 교착 국면이 반복될 개연성이 크다.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도입의 동력이 됐던 ‘4+1’ 체제와 같은 범여권 협력 체계가 작동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통합당의 한 불출마 의원은 “비례 위성정당 등장 과정에서 민주당의 민낯을 본 정의당 등이 무조건 협력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안별로 복잡한 역학관계가 작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정의당이 법안 단독발의가 가능한 의석(10석) 이상을 점한다면 민주당과 차별화된 목소리에 힘이 실리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역할이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김종대 후보 지원을 위해 청주를 찾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 연합뉴스

지난 12일 김종대 후보 지원을 위해 청주를 찾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 연합뉴스

 

③통합당 1당시…레임덕 가속화

반대로 통합당-미래한국당이 1당 지위를 얻게 되면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국정운영의 주도권이 야권으로 옮겨갈 수 있다. 이준한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해 온 일을 뒤집으려는 야당의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황교안 대표는 상당 기간 유력 대선 후보의 입지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통합당 상임선대위원장의 정치적 역할도 계속될 수 있다. 
 
이때 내홍은 민주당의 몫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그동안 숨죽여 왔던 비문(비문재인) 그룹이 이낙연 후보를 중심으로 뭉칠 수 있다”며 "미래 권력과 현재 권력의 균열이 조기에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총선의 승패로 형성된 분위기가 대선 전망으로 곧바로 연결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는 흔치 않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한 여권 인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가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며 "경제위기 국면에서 여야가 어떤 대응을 보이느냐가 다음 대선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을 타고 과반 의석(152석)을 달성했지만 2006년 지방선거에 대패했고, 이명박 정부 초기 치러진 2008년 18대 총선에선 한나라당이 과반(153석)을 차지했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너졌다. 
 
임장혁·박해리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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