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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논설위원이 간다] 여론조사 잘 안잡힌 70대 이상의 90% “투표하겠다”

중앙일보 2020.04.15 00:34 종합 22면 지면보기

총선의 마지막 변수 ‘샤이 보수’

지난 10~11일 실시된 총선 사전투표를 하기위해 줄을 선 인파. 2014년부터 도입된 사전 투표는 30~40대가 많이 참여하는 선거로 알려졌으나 이번 사전투표에선 노년층 참여도 늘었다는 관측이다. 투표율도 역대 최고(26.69%)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지난 10~11일 실시된 총선 사전투표를 하기위해 줄을 선 인파. 2014년부터 도입된 사전 투표는 30~40대가 많이 참여하는 선거로 알려졌으나 이번 사전투표에선 노년층 참여도 늘었다는 관측이다. 투표율도 역대 최고(26.69%)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오늘 총선의 판세는 여론 조사로만 보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다. 미래통합당은 당초 최소 144석, 최대 150석 플러스알파를 예상했지만 지난 주말 터진 ‘차명진 막말’ 등 악재로 100석 언저리에 머물고,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 의석이 180석에 육박할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물론 엄살도 섞여는 있겠지만 통합당은 이를 돌파할 마지막 변수를 기대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았던 이른바 ‘샤이 보수’가 대거 투표장에 나타나는 시나리오다.
 

스마트폰 여론조사, 60대서 끊겨
보수성향 70~90대 표심 못 잡아
투표 의향 급증…막판 변수 부상
30·40대도 투표욕 강해 예측불허

대표적 ‘샤이 보수’ 표밭은 60대 이상 노년층이다. 숫자만 1222만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반면 30~40대 유권자는 2016년 총선과 견줘 104만여명이 줄었고, 60대 이상 유권자는 211만명이 늘어 존재감이 더욱 커졌다. 문제는 이들이 여론조사에서 ‘60대 이상’으로만 표기된다는 점이다. 뜯어보면 60대가 600여만명이고, 70~90대가 500여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무선 80~90%, 유선 10~20%로 진행되는 전화 여론조사에서 ‘60대 이상’은 60대 초중반 등 ‘젊은 노인’이 주응답층이 될 공산이 크다. 보수 성향이 더욱 강한 70대 이상은 배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서울 거주 80대 여성 A씨는 총선 나흘전인 지난 11일 여론조사 업체의 전화를 받았다. 조사원은 “사는 동네가 어디냐, 지지 후보가 누구냐”고 묻다가 “연세가 몇이냐”고 물은 뒤 “83세”란 대답을 듣자 “죄송하다. 황학동은 60대 이상 조사가 끝났다”며 전화를 끊었다.
 
여론 조사 업체 지앤컴리서치 지용근 대표는 “전화 조사에서 가장 빨리 조사가 완료되는 연령군이 ‘60대 이상’인데 응답자의 거의 대부분이 60대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진행되는 ARS(자동응답조사)에서 그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했다. 그는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60대는 보수가 46%, 진보가 15%, 중도가 39% 선으로 집계됐다. 70대는 보수가 60대보다 1.5배 가량 많아 70%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고령화에 따라 70대 이상이 전체 인구의 10%에 달했으니 ‘70대 이상’ 그룹을 여론조사에 신설해야 보수 표가 더 정확히 잡힐 것”이라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23~24일(1차)와  4~5일(2차) 전국 1500명을 대상으로 유권자 의식조사를 한 결과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은 ▶18세~29세 52.8%(1차) → 60.4%(2차) ▶30대 71.3% → 75.6% ▶40대 77.0% → 84.4%  ▶50대 73.8% → 80.3% ▶ 60대 83.8% → 86.6% ▶70세 이상 82.5% →90.9%로 증가했다. 20대를 뺀 모든 연령층에서 4년 전 조사 때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특히 30대~40대는 4년 전(59.6%및 63.2%)에 비해 각각 16%P와 21.2%P 늘어 증가 폭 1~2위에 올랐고 60대 이상은 4년 전(72.8%)보다 13.8%P 늘어 증가 폭 4위에 올랐다. 특히 70세 이상은 ‘반드시 투표한다’는 응답이 82.5%(1차) →90.9%(2차)로 늘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30~40대와 문 대통령에 대해 비판 의식이 높은 60~70대가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청장년 진보 진영은 ‘정권 수호’, 노년층 우파 진영은 ‘정권 심판’으로 결집해 진검 승부에 들어간 양상이다. 따라서 30~40대와 60대 이상 세대 가운데 누가 더 투표장에 많이 나오느냐가 4·15 총선의 향배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4년간 추세를 보면 투표의 적극성에선 60대 이상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

투표

2016년 20대 총선 직전 선관위 조사에서 30~40대는 각각 59.6%와  63.2%가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했지만, 실제 투표율은 50.5%와 54.3%에 그쳤다. 반면 60대 이상은 적극 투표하겠다고 답한 비율(72.8%)과 실제 투표율(71.7%)의 편차가 1.1%P에 불과했다. 2017년 대선도 60대 이상은 적극 투표 의향 비율(84.7%)과 실제 투표율(84.1%)의 차이가 0.6%P뿐이었으나 30~40대는 실제 투표율이 6%P 낮게 나왔다. 2018년 지방선거도 30~40대는 실제 투표율이 13~23%P 낮게 나왔지만 60대는 3%P 낮았을 뿐이었다.
 
통합당은 이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연령대별 유권자 구성이 크게 달라진 이번 총선에선 이런 적극성의 차이가 결과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통합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성동규 원장은 “10~11일 실시된 사전투표를 참관한 당원들을 조사한 결과,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와 70대 이상 어르신들이 투표장에 특히 많이 나온 것으로 관찰됐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분산 효과도 있지만 현 정부에 축적된 불만을 투표로 응징하려는 의지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60대 이상을 여론조사할 경우 표본을 3~5%P 더 늘리고 유선전화 조사를 반드시 20% 실시하도록 해 고연령층 여론을 보다 정확히 반영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70대 이상은 투표 의향률이 90%에 달하는데 60%만 투표장에 나와도 300만명이다. 판세를 충분히 바꾼다”고도 했다.
 
민주당도 60대 이상이 대거 투표장에 나타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강남 병에 출마한 민주당 김한규 후보 측 채팅방에 “부모님이나 어르신들이 2번 후보에게 마음이 있다면 투표를 안 하도록 하는 것이 도움 된다. 코로나가 위험하니 투표장에 절대 가지 말라는 식으로 설득하라”는 ‘행동 강령’이 뜬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2012년 대선 당일 오후에 60대 이상 유권자 80%가 투표장에 나와 박근혜 후보에 몰표를 던져 패배한 기억 탓에 이런 무리수가 나왔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지용근 대표는 “이번 총선에선 30~40대는 약 200만명이 추가로 투표장에 나오고, 60대 이상은 약 124만명이 추가로 나올 것으로 추정돼 여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공산도 있다”며 “30~40대 투표 의향 증가율이 60대 이상의 그것보다 높고 총 인구 규모도 300만명 많은 점을 고려해 추정한 결과”라고 했다.
 
“경기가 거지 같아요” 700만 자영업자, 또 다른 변수될까
표심이 드러나지 않은 ‘샤이 보수’로 주목되는 또 다른 계층이 최대 700만명으로 추산되는 소상공인이다. 5~10인 미만 서비스 및 제조업 사업자인 이들은 2년 만에 30% 오른 최저임금과 주52시간 근무제로 큰 타격을 받았다. 소상공인연합회 고문을 4년간 지낸 김종인 통합당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소상공인들은 문재인 정부 3년 만에 가장 빨리 몰락 문턱에 섰기에 ‘정권 심판’으로 결집할 것”이라며 “이들은 생업에 바쁜 데다 업무용 통화 외엔 전화를 받기 힘들어 여론조사에 잘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나는 여론조사를 믿지 않는다”며 통합당이 과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 이런 소상공인들의 ‘숨은 표’에 대한 기대가 핵심 배경의 하나라고 측근들은 전한다.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비례 14번 후보로 입성한 최승재 전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상가 유세에 나가보면 소상공인들이 방송 카메라 앞에선 말 한마디 못하다가 카메라가 철수하면 야당 후보 붙잡고 ‘살려달라’며 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기가 거지 같다’고 한마디 했다가 ‘문파’들에 십자포화를 당한 반찬가게 여주인 신세가 될까 봐 두려워서다”고 했다.
 
“원래 소상공인들은 정치 성향이 단일하지 않았는데 이 정부 들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가장 큰 피해자란 인식을 갖게 됐다. 그래서 문 대통령 서슬이 퍼렜던 2018년 8월 29일 3만명이 광화문에서 첫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하며 결집했다. 그런데도 정부가 시위를 주동한 본인을 조사하는 등 강경책으로 일관해 반정부 성향은 더 강해졌다. 이번 총선에선 700만 소상공인의 60~70%가 야당을 찍을 것이다. 소상공인들이 ‘투표합시다’는 현수막 거는 것부터 초유의 일이다. 코로나 사태로 손님이 급감한 탓에 사전투표에도 많이 참여한 것으로 안다.”
 
반론도 있다. 익명을 원한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소상공인들도 출신 지역과 연령으로 갈려 투표할 가능성이 작지 않은 데다 통합당이 소상공인들을 위한 대안을 내놓는데 미흡하다는 의견도 상당해 소상공인들이 야당에 몰표를 주리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했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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