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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위반'으로 첫 구속…미국서 입국 후 사우나·음식점 간 60대

중앙일보 2020.04.14 19:1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자가격리 위반 혐의를 받는 A씨(68)가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자가격리 위반 혐의를 받는 A씨(68)가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긴 60대 남성이 14일 구속됐다. 자가격리 위반을 이유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구속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주거 없고, 위반행위 중대"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A씨(68)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자가격리를 두 차례 위반하고 사우나와 음식점 등을 이용했다가 적발됐다.  
 
권 부장판사는 “(A씨가) 일정한 주거가 없고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 사유가 있고, 이 사건 위반 행위의 정도 등에 비춰 볼 때 구속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자가격리 위반 행위가 구속할 만큼 중대한 사유라고 법원이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입국시 주소, 전화번호 허위로 기재

경찰과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미국에서 입국한 A씨는 국내에 일정한 거주지가 없다. 그는 입국 당시 주소와 전화번호도 허위로 기재했다고 한다. 경찰은 A씨의 주거가 불분명한 만큼 또다시 자가격리 기간 중 외출할 수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역시 A씨가 일정한 거주지가 없다는 점을 중요한 구속 사유로 들었다고 한다.  
미국발 비행기 승객들이 13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음)연합뉴스

미국발 비행기 승객들이 13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음)연합뉴스

A씨를 입건한 뒤 수사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서울 송파경찰서는 A씨가 반복적으로 격리 수칙을 어긴 데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사우나를 이용한 점 등도 고려했다. A씨는 입국 다음 날인 11일 자가격리 장소를 이탈해 사우나에 갔다가 적발돼 격리 중이던 숙소로 돌려보내졌다. 그러나 그는 또다시 밖에 나가 음식점과 사우나 등을 이용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자가격리 위반에 대한 경종"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격리 조치를 위반할 경우 단호하고 강력한 법적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말한 것을 시작으로 사정당국은 자가격리 위반에 대한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감염 위험성과 반복적 위반 등 구속영장 신청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검찰 역시 적극적인 구속 수사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서울에서만 28명이 자가격리 위반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자가격리 위반 사례가 점차 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무관용 원칙’을 내세운 건 격리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배근조 변호사(법무법인 모두의법률)는 “자가격리 위반은 다른 국민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구속이 과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거가 불명해 도주 우려가 있다는 점도 중요한 구속 사유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자가격리 위반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는 측면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구속 능사 아니다" 지적도

일각에선 증상이 없는 자가격리자가 외출을 한 일로 인신구속까지 하는 건 과하다는 말도 나온다. 고문현 숭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속 결정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면서도 “악의적으로 전염병을 옮기기 위해 격리를 어긴 게 아닌 이상 신체의 자유까지 빼앗는 건 과한 조치다”고 했다. 그는 “구속이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에서 격리시설에 입소시키는 행정적 조치를 취했으면 어떨까 싶다”고 덧붙였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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