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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한테 돈 주지"···받은 사람도 황당한 '대전형 재난지원금'

중앙일보 2020.04.14 12:02
대전시 서구에 사는 A씨(72)는 예금액만 3억원 이상 인데다 본인 소유의 아파트에 거주하지만, 건강보험료는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자식에게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재가 됐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서 혼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대전형 긴급재난생계지원금(생계지원금)’으로 30만원을 받는다. A씨는 "돈을 줘서 받기는 하는데 내가 왜 이 돈을 받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대전, 정부와 별도로 가구당 최고 70만원 지급
지난 6일 서둘러 온라인 접수한뒤, 지급 시작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불합리한 지급자 속출
업무 담당자, "왜 정부보다 서두르는지 의문"

대전형 긴급재난생계지원금 신청 첫 날인 6일 오후 대전시청 전산교육장에 마련된 대전형 긴급재난생계지원금 온라인 접수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뉴스1

대전형 긴급재난생계지원금 신청 첫 날인 6일 오후 대전시청 전산교육장에 마련된 대전형 긴급재난생계지원금 온라인 접수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뉴스1

 
  ‘대전형 긴급재난생계지원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급 기준을 건강보험료로 정한 데다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게 요인이다. 생계지원금이 필요하지 않은 시민이 받거나, 정작 필요한 사람은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이 돈은 정부의 긴급 재난지원금(최고 100만원)과 별도로 지급한다.
 
 대전시는 기준 중위소득 50%~100%에 해당하는 17만 가구에 가구당 최고 70만원의 생계지원금을 주고 있다. 대전시 전체 63만 가구의 27%에 해당한다. 기준 중위소득 100%는 1인 소득 175만7000원(직장 건강보험료 기준 5만9118원)이다. 지원금액은 1인 가구가 30만원, 6인 가구 70만원 등이다. 이 돈은 지역 화폐를 겸해 활용할 수 있도록 선불카드로 지급한다.
 
 대전시는 6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온라인 신청을 받았다. 온라인으로는 13만 건 이상 접수됐다. 오프라인 접수는 오는 20일부터 행정복지센터(동사무소)에서 한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서민경제가 위기에 놓인 만큼 정부 지급과 상관없이 시 차원서 생계지원금을 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시민을 돕기 위한 대전시 자체 긴급재난 생계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태정 대전시장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시민을 돕기 위한 대전시 자체 긴급재난 생계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생계지원금 지급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대전의 한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직 직원은 “건강보험료를 지급기준으로 하다 보니 불합리한 사례가 너무 많이 나온다”며 “왜 이런 방식으로 돈을 줘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 3인 가구소득 기준은 월 387만577원으로 직장가입자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은 월 12만9664원이다. 이런 경우 긴급생계자금 지급 기준인 12만9924원보다 낮아 지원대상에 든다. 반면 지역가입자는 똑같은 소득을 올리면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 월 25만8167원으로 지급 기준인 12만1735원을 훨씬 웃돌아 받을 수 없다.  
 
6일 오전 대전시 서구 한 시민이 이날부터 신청하는 대전시 긴급재난생활지원금을 신청하기위해 대전시청 홈페이지에서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전 대전시 서구 한 시민이 이날부터 신청하는 대전시 긴급재난생활지원금을 신청하기위해 대전시청 홈페이지에서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건강보험료율이 지난해 6.46%에서 올해 6.67%로 올라 직장가입자는 사업주 부담분을 빼고 3.335%를 내야 하나 지역가입자는 개인이 모두 책임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가구당 최대 100만원을 주는 코로나 19 대응 긴급재난지원금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이 직원은 “제대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 전에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니 정작 복지가 꼭 필요한 주민 업무는 소홀해지고 있다”며 “어차피 줄 거면 모든 사람에게 주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사회복지 담당 직원은 “생계지원금 업무 말고도 각종 코로나 지원금 업무가 5~6가지는 된다”며 “대전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른 지역보다 많은 편이 아닌데 생계지원금을 정부보다 먼저 서둘러 지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전시 관계자는 "너무 시간을 끌면 긴금재난생계지원금 지급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추진한 것"이라고 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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