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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옮긴다"며 돌 던졌다···의료진이 되레 구타당하는 인도

중앙일보 2020.04.14 10:43
인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는 의료진을 두고 "바이러스를 옮긴다"며 공격하거나 괴롭히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정부에서 "의료진 낙인찍기 멈춰달라" 성명 발표도
전기, 수도 끊으며 "아파트 나가라" 괴롭힌 사례도

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의료종사자인 트룹티 카다리와 그의 팀은 빈민가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와 접촉했을지도 모르는 한 남자를 추적하던 중 봉변을 당했다. 100여명의 주민이 돌 등을 던지며 의료진을 공격한 것이다. 카다리와 그의 팀은 가까스로 탈출했다.   
 
이렇게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바이러스와 싸우다가 폭력과 학대를 당하는 사건이 최근 인도에서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의료진이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판단 하에, "의료진이 내 주위에 있으면 나도 감염된다"는 두려움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14일 의학 정보사이트 DXY에 따르면 인도의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9352명, 누적 사망자는 324명이다. 인도의 누적 확진자는 인구 대비 적은 편이지만 검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아 실제 확진자는 더 많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인도 방갈로르에서 한 남성이 시장 입구로 들어가기 위해 비닐로 가려진 터널을 지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인도 방갈로르에서 한 남성이 시장 입구로 들어가기 위해 비닐로 가려진 터널을 지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인도에서 의료진의 피해 사례는 다수 보고됐다. 인도 남부 도시 벵갈루루(옛 방갈로르)에서는 보건대원들이 사람들의 증상을 살피며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공격을 받았다. 중부 도시 보팔에서는 긴급 교대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의사들이 경찰에 의해 제지당하고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면서 방망이로 두들겨 맞기도했다. 
 
뉴델리에서는 의사 한 명이 현지 과일 시장에서 폭행을 당했다. 뉴델리의 공공병원 선임 의사인 니르말야 모하파트라는 "매를 맞는 것은 우리가 예상한 직업상의 위험요소가 아니다"면서 의료진에 대한 폭력에 유감을 표했다.
 
이런 사건이 빈발하자 인도 정부는 지난주 의료진에 대한 '낙인찍기'를 중단해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도에서 경찰들의 체온을 재고 있는 의료진 [로이터=연합뉴스]

인도에서 경찰들의 체온을 재고 있는 의료진 [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오세아니아 의료협회 회장인 K K 아가르왈은 "중국의 경우 환자 중에 의료 종사자는 전체의 3.8%를 차지했다"고 언급하면서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질병을 퍼뜨릴 수 있다는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문제는 인도에서는 의료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이미 낮지만, 잘못된 정보는 소셜 미디어 등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는 곳으로 지정된 기관에 근무하는 의사 가운데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수모를 당하는 사례도 나왔다. 인도 병원 레지던트 의사회의 회장인 마니쉬에 따르면, 한 의사를 아파트에서 강제로 내쫓기 위해 이웃들이 여러 수단으로 그를 괴롭힌 일도 있었다. 
 
아파트 이웃 주민들은 먼저 의사 집의 전기를 끊고 수도 공급도 끊었다. 그리고도 사소한 문제로 시비를 걸었다. 마침내 이웃들은 의사에게 "당신이 건물 전체를 감염시킬까 봐 그러니 떠나달라"고 했다. 결국 경찰이 개입했고, 그 뒤에야 괴롭힘이 멈췄다.  
한 인도인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TV연설을 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 인도인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TV연설을 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인도 서부의 도시 수랏에 있는 정부 병원의 의사 산지바니 파니그라히는 "우리는 이미 너무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이런 종류의 차별에 매우 낙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니그라히의 이웃이 그에게 욕설하는 동영상은 소셜 미디어에도 올라 시선을 끌었다. 파니그라히를 괴롭힌 남성은 24시간 동안 감옥에 갇혀 있었고, 후에 공개 사과문을 발표했다. 파니그라히는 그를 고발하지 않기로 했지만, 코로나 봉쇄가 끝나면 새 아파트를 찾을 계획이다. 
 
민간에서 의사들을 대표하는 인도 의학 협회는 의료 종사자를 공격했을 시 더 쉽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런 범죄에 대해서는 보석을 허용하지 않게끔 할 방침이다. 라잔 샤르마 인도의학협회 회장은 "구타를 당하거나 쫓겨나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라며 "그런 행위를 저지른 개인들에게는 가장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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