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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독거 노인이 '집콕' 안 해도 되는 그런 집 없을까

중앙일보 2020.04.14 10:00

[더,오래]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35) 

 
최근 작은 어촌마을의 주민 공동체가 추진하는 공간 만들기 프로젝트의 자문위원으로 초대받아 방문한 적이 있다. 마을 전체 인구가 150여명인데 65세 이상 고령자가 50명에 이르렀다. 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라고 하는데, 여기는 30%를 넘겼다. 고령자 1인 가구도 계속 늘어난다고 했다. 이제 빈집도 많고 곧 손을 봐야 할 낡은 집도 수두룩했다.
 
비단 그 마을만의 상황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방 마을이 당면한 현실이다. 젊은 사람의 유입이 거의 없으니 지방소멸 이야기가 현실화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위기감이 든다. 그들과 공동체 공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1인 가구 어르신의 공동체 공간에 대한 기대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방 소규모 마을은 오랜 세월 마을 주민과의 관계망이 잘 연결되어 있다. 그냥 살던 집에서 계속 살아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평생 살아온 집을 떠나 함께 거주하려는 어르신을 보면서 공동체 공간 설립이 곧 구체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이번에 전 지구적으로 겪고 있는 코로나19처럼 인류를 위협하는 비상사태가 앞으로도 여러 형태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또 다른 질병도 발생할 수 있고, 기후변화로 인한 대재앙·거대 화산폭발·지진 등 천재지변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를 일이다.
 
온라인이 일반화한 사회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오프라인의 소중함을 확실하게 일깨워 줬다. 그런 이유로 집에 대한 생각도 공간적 관점과 더불어 관계의 관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진 Pixabay]

온라인이 일반화한 사회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오프라인의 소중함을 확실하게 일깨워 줬다. 그런 이유로 집에 대한 생각도 공간적 관점과 더불어 관계의 관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진 Pixabay]

 
이번에 발생한 코로나19 해결책의 하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우리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제는 아니라고 해도 모두 공감하고 있기에 각자 스스로 자가 격리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자가 격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집의 공간적 한계에서 오는 갑갑함보다는 관계의 단절이 가져오는 답답함에 모두 지쳐간다. 온라인이 일반화한 사회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오프라인의 소중함을 확실하게 일깨워 줬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집에 대한 생각도 공간적 관점과 더불어 관계의 관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종도 많아졌고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도 많다. 그러나 그것이 재택이든 프리랜서든 소위 ‘집콕’이 선택의 문제냐, 어느 정도 강제의 문제냐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모두 동참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도 기꺼이 감수해야만 한다. 특히 우리나라 가구의 30%에 육박하는 1인 가구 입장에선 사회적 거리두기는 관계의 단절과 직결된다.
 
 
고령자 1인 가구는 더 심각하다. 고령자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관계망 단절과 고립을 심화시킨다. 외출도 자제해야 하고 종교행사도 전면 중단되었고 노인복지관도 문을 닫았다.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가 겪는 무료함이나 갑갑함은 생각보다 더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도시 고령자에게 더 심각하다.
 
이렇게 전면적인 고립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극도의 심리적 우울감이나 위급상황에 처하는 등 여러 가지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영국에서는 코로나가 고령자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이유로 노부모 집을 방문하는 것도 자제하라는 지침이 발표되기도 했다. 고령자의 사회적 고립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어떤 나라에서는 외출하는 시민을 경찰이 몽둥이로 두들겨 패는 모습이 방영되기도 했다.
 
고령자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관계망 단절과 고립을 심화시킨다. 그런 관점에서 관계지향형 주거모델인 공동체 주택은 고령자의 관계망을 유지하면서 생활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고 고립에서 오는 여러 가지 잠재위험을 줄일 수 있다. [사진 Pixabay]

고령자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관계망 단절과 고립을 심화시킨다. 그런 관점에서 관계지향형 주거모델인 공동체 주택은 고령자의 관계망을 유지하면서 생활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고 고립에서 오는 여러 가지 잠재위험을 줄일 수 있다. [사진 Pixabay]

 
이번에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온라인 교류를 위한 주거환경이 잘 갖춰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 체험하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절실한 문제는 자의 반 타의 반 단절된 서로 간의 관계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그런 관점에서 공간지향형 주거에서 관계지향형 주거모델인 공동체 주택을 들여다보게 된다. 공동체 주택에서 고령자는 관계망을 유지하면서 생활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고 고립에서 오는 여러 가지 잠재위험을 줄일 수 있다.
 
재택근무자는 구성원과 공유, 협업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아이와 주부들은 이웃과 교류하면서 평상시와 다름없이 지낼 수 있다. 공동체 내의 자체 프로그램을 더 다양하게 개발하고 운용할 수 있다. 참여율도 평상시보다 더 높을 것이다. 이는 공동체 구성원이 서로 더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이외에도 공동체 주택은 기존의 단독주택이나 아파트의 독립 주거환경과 비교할 때 많은 잠재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겪고 있는 비상시국에 공동체 주택의 가치는 더 빛난다. 향후 관계지향형 공동체 주택의 다양한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랜서 건축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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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웅익 손웅익 프리랜서 건축가. 수필가 필진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더위와 추위를 피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한 집, 투자와 과시의 대상으로의 집에서 벗어나 집은 살아가는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건축가이자 수필가인 필자를 통해 집의 본질에 대해, 행복한 삶의 공간으로서의 집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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