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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 "저개발 국가 '사회적 거리두기'는 오히려 위험하다"

중앙일보 2020.04.14 07:00
저개발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을 쓰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최근 보도했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예일대 경제학 교수 무시피크 모바라크가 기고한 글에서다.  
 

일을 쉬고 '집에 머물라'고 하면
당장 생존 위협 처할 수 밖에 없어
고위험군은 집에 머물도록 하되
일해야하는 사람은 외출 허락해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시민들이 '거리 두기'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 이같은 엄격한 통제가 저개발 국가에서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시민들이 '거리 두기'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 이같은 엄격한 통제가 저개발 국가에서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모바라크 교수는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며 전 세계 각국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주민 이동제한령’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아프리카ㆍ남아시아ㆍ중남미의 저개발 국가에선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이렇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과 달리 방글라데시(남아시아), 나이지리아(아프리카)와 같이 상대적으로 빈곤한 나라에서는 일을 쉴 경우 당장 생존에 큰 위협을 받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복지 체계가 잘 갖춰진 선진국에서는 실업자가 되더라도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고 정부에서 시행하는 경기부양책으로 미래를 도모할 수 있지만, 저개발 국가에선 그럴 가능성이 작다는 점도 거론됐다. 빈곤층에 음식과 기본적인 생필품을 제공할 여력조차 없는 정부가 대부분이라서다. 
 
FP는 “최근 네팔 등 남아시아 국가에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들은 전염병보다 굶주리는 일을 더 두려워했다”며 “개발도상국에서 엄격한 통제를 할 경우 신종 코로나 감염 여부와 관계없이 위험에 처할 이들은 매우 많을 것”이라 우려했다. 
 
그러면서 “가령, 인도 뭄바이에서 매일 일터에 나가야 하는 노동자에게 집에 머물라고 하는 것은 ‘아내와 자식은 굶어 죽으란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미 인도에서 시행되고 있는 강력한 정책들은 이런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선진국과 중진국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주는 이익이 매우 크기에 논쟁의 여지가 없지만, 저개발 국가에선 이를 무작정 따라 해선 안 된단 주장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음식을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한 여인의 모습.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나라로, 양극화 문제가 극심하다. [EPA=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음식을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한 여인의 모습.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나라로, 양극화 문제가 극심하다. [EPA=연합뉴스]

 
그렇다면 저개발 국가에선 신종 코로나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전염병의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생계를 잇는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주의 깊게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이 기고문의 골자다. 
 
60세 이상 고연령층과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들 등 고위험군은 집에서 머물도록 하되, 일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외출을 허락해야 한단 얘기다. 일하러 나가야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위생 수칙과 관련 정보를 정확히 알려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식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한다고 해서 종교 활동이나 취미 활동, 친목 모임 등을 권장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모바라크 교수는 “신종 코로나 팬더믹은 전 세계에 심각한 위협이 됐지만, 그 위협은 각 나라에서 다른 양상을 보인다”며 “혼란을 견딜 수 있는 각 사회의 능력은 다르기에 각각의 정책이 가져올 효과가 신중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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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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