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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 읽기] 팬데믹과 인터넷의 도약

중앙일보 2020.04.14 00:07 종합 31면 지면보기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지난 10년 동안 웹(월드와이드웹)은 꾸준히 하향길을 걸어왔다. 누구나 컴퓨터 앞에 앉으면 웹브라우저부터 켜지만,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은 줄고 대신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폰에도 웹브라우저가 있지만 개별 기능을 가진 앱을 사용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발전하면서 이런 추세에 변화가 생겼다. 한 분석에 따르면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집에 머물게 되면서 페이스북,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인기 서비스의 이용시간이 크게 늘었다. 이때 앱을 통해 접하는 사람들은 거의 변동이 없거나 줄었고, 웹사이트를 통해 접근하는 비율은 15%에서 27%까지 급증했다.
 
한국처럼 인터넷이 많이 보급된 나라에서는 별 차이가 없지만, 이탈리아 같은 나라들은 전체 인터넷 사용량이 40% 가까이 늘었다.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보급·확충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계속되는 트래픽 상승에 대비해 밀렸던 인프라 확장에 나서고 있다. 화상회의처럼 한때 인터넷의 미래라고 생각했지만 보급이 더뎠던 기술 역시 새로운 습관과 문화의 확산으로 빠르게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트리밍을 통한 영화 시청으로 웹트래픽이 급증하면서 관련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화질을 떨어뜨려 배려하는 모습은 웹의 공공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사람들이 편향된 의견을 쏟아내는 매체보다 팩트를 전달하는 매체에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도 반갑다. 차별과 독점 없이 모두 참여하고 함께 결정하는 민주적인 원칙을 품고 설계되었던 웹의 이상이 팬데믹을 맞아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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