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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범행 30여년 만에 법정 서나…"본인도 궁금해 한다"

중앙일보 2020.04.13 17:43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청구인 윤모씨. 연합뉴스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청구인 윤모씨. 연합뉴스

진범 논란이 불거진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을 맡은 재판부는 이 사건 진범이라고 자백한 이춘재의 출석을 일단 보류했다. 재판 과정을 지켜본 다음 필요성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재심 재판부 "일단 보류"

13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박정제) 심리로 열린 이 사건 2차 공판 준비기일에서 검찰과 변호인 양측 모두 이춘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이춘재 자백 등 새로운 증거의 발견 ▶당시 수사기관의 불법체포·감금·가혹행위 확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의 치명적 오류 발견 등 세 가지 쟁점을 이유로 재심 결정이 내려졌다. 검찰은 “이춘재 진술을 청취해 그 주장에 신빙성이 있는지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심 청구인 윤모(53)씨를 돕는 박준영 변호사와 법무법인 다산도 이춘재를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이춘재는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쌍방 증인으로 법정에 반드시 나와 당시 수사 과정 등에 대해 분명하게 얘기해야 한다”며 “본인 또한 자신이 당시 왜 수사 선상에 오르지 않았는지 등을 궁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에 보관된 이춘재 8차 사건 현장의 체모 2점에 대한 감정 필요성도 논의됐다. 박 변호사는 “그 당시 체모가 현장에서 발견된 것인지는 확신은 못 하지만 감정하는 것이 맞다. 이춘재의 것이라는 걸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이 이춘재를 포함해 각각 신청한 증인 17명, 6명 가운데 이춘재를 제외한 모든 이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여기엔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찰·검찰·국과수 관계자 등이 포함됐다. 
재판부는 “이춘재에 대한 증인신청은 추후 검토해 정할 것”이라며 “모든 게 정황과 맞아떨어져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 재판을 통해 심증을 어느 정도 해소한 다음 이춘재를 증인으로 소환하겠다”고 밝혔다. 첫 재판부터 증인으로 부르기보다는 재판을 진행하면서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증인 채택을 하겠다는 것이다.
 
윤씨 측 변호인들이 13일 이춘재 8차사건 재심 2차 공판준비기일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윤씨 측 변호인들이 13일 이춘재 8차사건 재심 2차 공판준비기일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변호인 측은 이날 준비기일을 마친 후 “심리 경과에 따라 (이춘재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이 단계가 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재판부의 보류 판단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씨는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 준비기일을 마치고 다음 달 19일 오전 11시 정식 재판을 열기로 했다. 첫 공판기일에서는 사건 현장 체모 감정 등을 위한 영장 발부 여부 결정, 첫 증인신문 대상 선정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채혜선·최모란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이춘재 8차 사건'은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 화성시 진안동) A양(당시 13세)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말한다. 경찰은 이듬해 A양 집 인근 농기구 수리점에서 일하는 윤씨를 용의자로 보고 구속했다. 이후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당시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검찰도 한 달 뒤 재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법원에 냈다. 법원은 지난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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