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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한다던데 출퇴근 시간이 왜 이리 막히지

중앙일보 2020.04.13 11:20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하면서 대중교통 방역 체계를 가동한 가운데 지난달 2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버스터미널에서 마스크를 쓴 승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한 칸씩 떨어져서 앉고 있다. 뉴스1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하면서 대중교통 방역 체계를 가동한 가운데 지난달 2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버스터미널에서 마스크를 쓴 승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한 칸씩 떨어져서 앉고 있다. 뉴스1

정부 과천청사로 출근하는 공무원 박모(52)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기 전까지 주로 지하철로 출·퇴근했다. 승용차 출퇴근은 2주에 한 두 차례 정도였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자가용으로 주된 출·퇴근 교통수단을 바꿨다. 박씨는 "출·퇴근 시간이 예전 승용차로 움직일 때보다 30분은 더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재택근무, 원격근무, 시차출근제와 같은 유연 근무를 하는 회사가 많다고 하는데, 출·퇴근 길은 더 막힌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교통량 분석 결과
전체 교통량은 줄었지만 출퇴근 시간은 늘어나
감염 우려에 대중교통 기피하면서 승용차 이용
출퇴근 시간만 반짝 늘고, 나머지 시간은 줄어

 
박씨의 느낌은 사실이었다. 코로나19로 도로를 운행하는 전체 교통량은 감소했다. 그러나 출근(오전 7~9시)과 퇴근 시간(오후 6시~8시)의 교통량은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야근이나 퇴근 뒤 모임 등으로 분산효과가 나타나는 퇴근시간보다 출근시간대의 교통량은 코로나19 발병 이후 지속해서 늘고 있다. 서울시가 코로나19 발병(1월 27일) 이전과 이후 10주간 매주 교통량을 분석한 결과다.
 
서울시 코로나19 발병 후 교통량 분석. 그래픽=신재민 기자

서울시 코로나19 발병 후 교통량 분석.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에 따르면 서울시내 90개 지점에서 측정한 전체 교통량은 코로나19 발병 이전보다 주당 최고 7.5%까지 줄었다. 발병 사실이 알려진 뒤 첫 주에는 0.3% 감소에 그쳤지만 이후 4주차에 3.2%, 5주차에 7.5% 감소세를 보였다. 10주차(3월 30일~4월 5일)에도 3.9% 줄었다. 특히 휴일과 공휴일에는 최고 24.4%까지 줄기도 했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은 달랐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첫 주에 1.1% 증가하며 꾸준히 늘더니 10주차에는 1.9% 증가로 불었다. 서울시 교통정보센터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심각 단계로 들어선 5주차 금요일인 2월 28일의 경우 출근 시간대 올림픽대로 영동대교 남단 상행선 구간의 속도가 발병 이전보다 26.9㎞/h나 줄었다.
 
서울 을지로로 출근하는 김모(43)씨는 "코로나19 이후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인 차량도 많이 늘어난 것 같다"며 "감염 공포 때문에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을 이용하는 추세가 확연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하자 드라이브 스루 진료, 드라이브 스루 교과서 배부와 같은 승용차 이용을 권장해왔다.
지난달 19일 경기도 고양시의 자동차 이동형(Drive Thru) 선별진료소에서 차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진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경기도 고양시의 자동차 이동형(Drive Thru) 선별진료소에서 차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진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관계자는 "재택근무와 시차출근제를 하더라도 아직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6시에 퇴근하는 문화가 여전한데다 재택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자가용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평소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자가용으로 교통수단을 바꾸면서 출·퇴근 시간만큼은 교통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체 교통량 감소를 이끈 것은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과 관광버스 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3월 첫째 주의 경우 지하철 이용량은 25.5%, 버스 이용량은 24% 줄었다.
 
다만 출·퇴근 위주로 승용차를 이용한 덕분에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은 80%를 밑돌았다. 특정 시간대만 잠깐 교통량이 증가하고, 나머지 시간대는 도로가 한산해 사고가 줄었기 때문이다. 3월 말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9.3%였다. 보험사가 100만원의 보험료를 받아서 79만3000원을 보험금으로 지불했다는 의미다. 올해 2월 손해보험사의 평균 손해율은 86.4%였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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