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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문 정부 연상”…‘민생파탄’ 투표독려 피켓 불허

중앙일보 2020.04.13 00:04 종합 4면 지면보기
미래통합당 서울 동작을 지역 지지자들이 만든 투표 독려 문구. 선관위는 ‘민생파탄’이 현정권, ‘거짓말 OUT’이 민주당 이수진 후보를 연상시킨다며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유권해석 했다. [사진 독자]

미래통합당 서울 동작을 지역 지지자들이 만든 투표 독려 문구. 선관위는 ‘민생파탄’이 현정권, ‘거짓말 OUT’이 민주당 이수진 후보를 연상시킨다며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유권해석 했다. [사진 독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민생파탄 투표로 막아주세요’라는 미래통합당 지지자의 피켓 문구 사용을 불허해 편파 논란이 일고 있다. ‘민생파탄’이란 표현이 문재인 정부를 연상시켜 공직선거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불허한 반면, ‘100년 친일 청산 투표로 심판하자’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 독려 문구는 사용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친여단체 ‘70년 적폐청산’은 허용
선거법엔 “정당명 유추 내용 안 돼”
이수진 연상 ‘거짓말 OUT’도 불허
통합당 “심판이 한쪽 선수만 방해”

논란이 된 선거 구호는 이수진 민주당 후보와 나경원 통합당 후보가 맞붙는 서울 동작을에서 사용된 것들이다. 여권 지지자들은 ‘투표로 100년 친일 청산’ ‘투표로 70년 적폐청산’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고 투표를 독려했고, 야권 지지자들은 ‘민생파탄 투표로 막아주세요’ ‘거짓말 OUT 투표가 답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제58조(누구든지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 다만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사진 또는 명칭·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면 안 된다)를 근거로 “민생파탄은 현 정권을 연상시킨다”고 판단했다. ‘거짓말 OUT’도 나경원 후보가 유세 과정에서 이수진 후보를 겨냥해 “거짓말 후보” “거짓말 OUT” 같은 이야기를 많이 했기 때문에 이 후보를 연상시킨다며 사용을 불허했다. ‘거짓말 OUT’은 동작을에 한해 사용이 불허됐다.
 
선관위가 사용을 허가한 같은 지역 여권 지지자들이 제작한 ‘투표로 100년 친일 청산하자’ 라고 적힌 현수막. [사진 독자]

선관위가 사용을 허가한 같은 지역 여권 지지자들이 제작한 ‘투표로 100년 친일 청산하자’ 라고 적힌 현수막. [사진 독자]

선관위는 ‘투표로 100년 친일 청산’ ‘투표로 70년 적폐청산’ 문구의 사용을 허가하면서 “100년, 70년의 기간은 ‘보편적으로 긴 기간’이기 때문에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유추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반면에 ‘총선은 한일전이다’ ‘투표로 친일 청산’은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반대하기 위한 구호로 현재 사용된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100년 친일 청산’은 되고, 그냥 ‘친일 청산’은 안 된다는 것이다.
 
통합당은 “야권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선관위는 원래 중립을 엄정하게 지켜야 하는데 편파적으로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김우석 통합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심판이 장내에 들어와 한쪽 편 선수의 손발을 잡아 방해하고 있다”며 “이런 선거, 이런 선관위는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토착 왜구’ 등의 표현으로 통합당을 공격했다며 ‘100년 친일 청산~’ 문구 역시 불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합당은 선관위의 편파성을 의심하고 있다. 최근 홍영표 민주당 인천 부평을 후보의 허위 재산신고 의혹과 관련해 지역 선관위가 “선관위의 행정 착오 때문”이라고 해명한 것과 관련, “선관위가 여당 의원의 대변인을 자처한다”(황규환 통합당 부대변인)고 비판했다. 지난달 25일엔 심재철 공동선대위원장이 중앙선관위를 방문해 더불어시민당의 당명 변경을 수리한 데 대해 “비례한국당의 유사성은 인정했는데 더불어시민당은 왜 유사하지 않나”라고 항의했다. 통합당 자매정당인 미래한국당은 당초 ‘비례한국당’을 당명으로 추진했다가 선관위의 불허 판정을 받았다. 당시 선관위는 “‘비례○○당’은 이미 등록된 정당의 명칭과 뚜렷이 구별되지 않아 정당법 제41조(유사명칭 등의 사용금지) 제3항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의 선거운동 방해로 선거운동을 한때 중단했던 오세훈(광진을) 후보는 최근 “선관위의 미온적 대처에 분노한다”고 했다. 선관위는 대진연의 선거 방해에 대해선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행위는 중대한 선거 범죄로 엄정 대처할 계획”이란 자료를 냈다.
 
김기정·이병준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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