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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90곳 금융위기 조짐 “이제 IMF가 행동 나서라”

중앙일보 2020.04.13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코로나19 경제위기 난제 만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연합뉴스]

코로나19 경제위기 난제 만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연합뉴스]

브라질 헤알, 멕시코 페소,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는 올들어 달러 대비 통화가치가 25% 가까이 하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충격으로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주식과 채권을 팔고 안전자산으로 옮겨타면서 신흥국 곳곳에서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IMF 역할 주문
한달 새 830억 달러 신흥국서 유출
회원국 절반이 도와달라 요청
“특별인출권·달러 유동성 확대를”
14일 IMF총회, 대응책 낼지 주목

국제금융협회(IIF)는 지난 9일 발간한 ‘자금 흐름 보고서’에서 올해 58개 신흥국(중국 제외)에서 2160억 달러(약 262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IIF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 달에만 이미 830억 달러가 신흥국에서 유출됐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1일자 최신호 기사에서 흔들리는 신흥국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로 인해 무역 감소, 천연자원 가격 하락, 여행객 방문 중단 등이 동시에 닥치며 신흥시장은 금융위기와 사투 중”이라며 많은 신흥국이 IMF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당장의 수입 대금과 달러 표시 채권도 막지 못해서 최후의 대부자(the lender of last resort)인 IMF에 도움을 요청한 국가가 90개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IMF 회원 189개국 가운데 절반이 SOS를 치고 있는 셈이다. 전 IMF 수석이코노미스트 마우리 옵스펠트는 12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사느냐, 죽느냐를 가르는 기점에 서 있다”라며 “(IMF에게 있어) 아마도 세계대전 이후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세계 금융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로 인한 신흥국 위기를 막기 위해 이미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일정 역할을 해왔다. 기축통화국을 비롯해 한국·브라질·멕시코·싱가포르 등 일부 신흥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통화스와프를 맺은 국가들은 자국 통화를 담보로 4000억 달러를 Fed로부터 빌려갔다. Fed는 이와 별도로 대부분의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담보로 임시로 달러를 공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등 미 국채를 많이 보유한 국가와도 공조 채널을 열어둔 것이다.
 
하지만 통화스와프도 맺지 않고 미 국채 보유량도 많지 않은 나라들은 IMF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Fed와 같은 발권력도 없는 IMF가 전례 없는 규모로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IMF는 이번 위기 대응을 위해 신흥국에 적어도 2조5000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맞서 IMF가 당장 해야 할 일 3가지를 제안했다. 먼저 ▶IMF 특별인출권(SDR·IMF가 발행하는 일종의 가상통화) 한도를 대폭 늘리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지원 대상이 아닌 여타 신흥국에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며 ▶의료·경제 지원 사각지대에 있는 아프리카 최빈국 구제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IMF가 14~17일 화상회의로 여는 연차총회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총회에 앞서 9일 공개한 화상 연설문에서 “과거에 없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지금 우리가 할 행동이 경제 회복의 속도와 강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하며 행동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IMF가 감당한 충분할 능력이 있을지 의문이 일고 있다”고 짚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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