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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초1 온라인 개학 살펴보니… ‘학생도 학부모도 힘들지 않아요’

중앙일보 2020.04.10 13:07

초1 수학 녹화 강의 6분, 화상으로 손뼉 치며 노래, ‘부담 적어’

“어제 우리 화상 수업은 정말 최고였어요. 너무 많은 학생과 형제자매, 애완동물들까지 만났네요! 다음 수업에선 각자 지어낸 재미있는 이야기를 발표할게요. 읽는 연습을 해서 만나요.”
4월 8일 오후 3시 30분. 캐나다 토론토 인근의 한 초등학교 1학년 23명은 담임 교사와 함께 화상 수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수업 시간은 단 30분. 4월 1일에 첫 수업을 시작하고 벌써 3번째인 이날 학생들은 한껏 여유로운 태도로 부모의 스마트폰 또는 노트북 등을 이용해 교사와 노래를 부르고 큰 소리로 동화책을 읽었다. 

초 1 수학 녹화 강의 6분, 화상으로 손뼉 치며 노래, '부담 적어'
교사, 매일 아침 이메일 통해 학생, 학부모에 정보 전달
매일 오후 2시부터 4시엔 온라인으로 일대일로 학생 질문 받아

학습보다는 같은 반 친구들과 소통, 교류가 목적인 화상 수업은 주 2회(월·수) 30분씩만 진행한다. 학년별로 시간 차이를 둬 형제자매가 많은 집의 기기 사용 문제와 혹시 생길지 모를 서버 마비를 방지했다.
매일 진행하는 주된 학습은 온라인 과제와 녹화 강의 시청이다. 매일 아침 도착하는 담임 교사의 이메일 속 링크를 눌러 그날의 숙제를 확인하고 자유롭게 원하는 시간에 녹화 강의 시청과 숙제를 마친다. 
담임 교사가 직접 촬영한 1학년 과목별 녹화 온라인 수업은 국어와 수학 두 과목. 이마저 저학년의 집중도를 고려해 각 6분에서 15분 내외로 짧았다.
국어 시간에는 시제(was-is-will)를 다뤘는데, 처음 촬영하는 영상이 조금 어색한 듯 빨리 발음하던 담당 교사가 “Tomorrow ‘was’(will이 맞는 표현) oh, no”라고 실수하자 소형 칠판을 들어주던 동료 교사가 너털웃음을 웃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지나갔다. 동영상은 학생이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 반복시청이 가능하도록 학급 홈페이지에 남아있다.
숙제는 봄방학 직전까지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내던 숙제를 그대로 진행한다. 간단한 파닉스 단어 암기와 수학 연산 풀이 등이다. 숙제하고 나면 학부모가 사진을 찍어 이메일로 전송하는 것이 전과 달라진 점이다.
 

교사-학생-학부모 자율성 높여…. 온라인 보조교사 도움도 

현재 온라인 개학 2주차에 접어든 이곳의 시스템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단계다.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이전부터 활용해 온 학급별 온라인 공간의 존재다. 학교 단위의 온라인 플랫폼(e 알리미)을 주로 사용하는 우리와 달리, 이곳은 담임교사마다 반별 미니 온라인 홈페이지로 매주 숙제와 각종 전달사항을 안내해왔다. 학부모들 또한 기존부터 사용해온 익숙한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개학용 강의 영상을 시청하거나, 과제를 확인하는 일이 수월했다. 온라인 개학을 위해 학생과 학부모가 새롭고 복잡한 시스템을 익히거나 새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일은 최소한으로 줄였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하는 학제로 기존에 6개월 이상 함께 생활해 온 반 친구들과 담임 교사인 것도 안정도를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3월 신 학기제로 낯선 반 친구들과 새 담임교사가 서로 적응해야 하는 우리와 달리, 아직 학년이 바뀌지 않았기에 휴교 전까지 매주 해왔던 익숙한 담임교사의 지도가 그대로 이어져 아이들의 적응이 쉽다. 
정보창구도 단일화했다. 학부모가 알아야 하는 정보는 매일 아침 담임교사가 보내는 이메일 한 통에 모두 정리돼 있다. 메일 말미엔 학생과 학부모가 필요한 목적에 따라 누르기만 하면 되는 바로 가기 링크를 제공했다. 

학생이 과제를 하거나 강의를 듣다 궁금한 내용이 생길 때 안내된 링크를 따라 접속하면 오전 오후와 관계없이 화상 사이트에 '온라인 출근'해 상시 대기 중인 학교 관계자의 도움을 받도록 했다. 매일 오전(9시~11시)에 링크에 접속하면 보조 교사에게 질문할 수 있고, 오후(12시~2시)에 접속하면 담임교사를 만날 수 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시간 활용에 최대한 자율성을 주고, 학교의 상담 기능을 강화해 학부모의 피로도를 줄이고 간결성을 높였다. 
 

빠른 대비와 학교 주도로 순항 중인 캐나다 온라인 개학

온라인 개학의 전 과정을 관통하는 캐나다 학교의 슬로건은 ‘건물은 닫아도, 학교는 계속된다(Even if our building is closed, school will continue!)’이다.
현재 캐나다는 일부 사립학교들이 자체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고 있다. 공립 학교 역시 교사가 학부모와 연락하며 학생들의 스마트 기기 소지 여부를 점검하는 등 전국적인 온라인 개학을 예고하고 있다.
이 학교는 지난 3월 30일부터 온라인 개학을 했다. 주 정부가 개학 연기를 예고한 지 불과 7일 만인 3월 20일에 온라인 개학 준비를 알리는 전체 메일을 학부모에게 발송했다. 교장 명의로 발송된 메일에는 “4월 6일로 개학이 예정돼 있지만, 우리는 더 긴 봉쇄를 미리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알렸고, 메일을 보낸 지 10일만인 3월 30일, 첫 온라인 개학을 했다.
실제 개학 연기는 곧 현실로 나타났다. 3월 12일부터 2주 예정이었던 봄방학이 시작과 동시에 코로나19로 4월 6일까지 연장되고, 다시 5월 4일까지 개학이 미뤄지면서 이 학교의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으로 학습 공백을 채우고 있다.
 

낮은 학습량 제시…. 초등생 일 1시간, 중학생 일 2시간 자습 권장

학교가 학부모와 학생에게 보내는 지속적인 메시지는 ‘느리게 가기’다. 비상상황임을 알리고 학생과 학부모 모두 서두르지 않을 것을 지속해서 주문한다.
교사는 학부모에게 보내는 이메일에 “우리가 천천히 시작하고 있음을 기억하십시오(remember we are starting slowly)”라고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학생들의 집중력이 정상 등교수업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평소보다 적은 시간의 학습량을 목표로 제시한다.
현재 캐나다는 온라인 수업을 제외하고 부모와 함께 초등학생이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으로 초등 1학년부터 2학년은 일일 1시간, 3학년부터 6학년까지는 1시간 30분을 권장한다. 7·8학년(우리의 중1, 2)에게 권장하는 자습시간은 2시간이다. 학교의 역할은 학생들이 이러한 시간을 알차게 채울 수 있도록 흥미를 유도하는 짧은 강의와 적절한 양의 과제를 제공하는 것이다.
학교가 최전방에서 조직적으로 학부모와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 주 정부는 학부모와 학생의 입장에서 불안해할 요소에 대해 최대한의 대비책을 마련해 빠르게 대응한다. 만13세 미만 긴급 아동수당을 간단한 신청 절차만 걸치면 바로 지급하고 있다. 3월 31일 공개된 온타리오주 교육부 장관 명의의 공개 서신 ‘학부모에게 보내는 편지’ 또한 이러한 원칙을 보여준다. 
다국적 출신의 국민을 배려해 총 16개 언어로 번역해 5페이지 분량으로 업로드된 서신은 자녀가 입시를 준비하는 졸업 학년인 학부모를 위해 해당 학년을 대상으로 한 각종 평가와 시험, 졸업 요건 변경을 축소 또는 변경했다며 아래와 같이 밝혔다.
“2주간의 휴교 및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졸업하지 못하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또한 학생들이 이번 학기의 상황과 상관없이 입시를 잘 치르도록 대학부(Ministry of Colleges and Universities) 및 노동훈련기술개발부(Ministry of Labour, Training and Skills Development)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부도 참고할 부분이다. 
※이지은 객원 기자는 캐나다 연수를 마치고 지난달 귀국했습니다. 연수 기간 동안 맺은 네트워크를 통해 해당 기사를 취재했음을 알립니다.  
 
이지은 객원기자는 중앙일보 교육섹션 '열려라 공부' 'NIE연구소' 등에서 교육 전문 기자로 11년간 일했다. 2017년에는 『지금 시작하는 엄마표 미래교육』이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지금은 교육전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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