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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 거리두기' 무너진 사전투표소…다닥다닥 대기줄 섰다

중앙일보 2020.04.10 12:45

사회적 거리 두기 사라진 투표현장

 

광주의 한 서구 사전투표소 유권자 몰리자 혼란
"왜 대기줄 간격 벌리지 않느냐" 항의 유권자도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대구는 여권검사하듯 투표

"정치는 잘 모르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난리라는데 이렇게 붙어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10일 오전 국회의원 총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광주광역시 서구 학생교육문화회관(학생회관) 사전투표소장을 찾은 박모(35)씨가 다닥다닥 붙어선 채 늘어선 대기줄을 보고 전한 말이다. 그는 사전투표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불감증이 찾아든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왜 대기줄 간격을 띄우지 않느냐"고 관계자에게 항의하는 유권자도 있었다.
10일 국회의원 총선거 사전선거가 시작된 광주광역시 서구 학생교육문화회관 투표장을 찾은 시민들이 다닥다닥 붙어선 채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10일 국회의원 총선거 사전선거가 시작된 광주광역시 서구 학생교육문화회관 투표장을 찾은 시민들이 다닥다닥 붙어선 채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학생회관 사전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는 입구에서 2명의 투표 안내원에게 발열 검사를 받는다. 이후 손 소독제를 사용하고 양손에 비닐장갑을 끼운 뒤 투표용지를 받아 한표를 행사할 수 있는 방역 과정을 거친다. 원칙대로라면 1m씩 거리를 둔 채 투표를 기다려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다면 신원 확인 절차만 거친 뒤 곧바로 투표할 수 있었겠지만, 지역에 구분 없이 투표할 수 있는 사전투표 특성상 불특정 감염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별도의 방역절차가 추가된 셈이다. 이날 체온을 재고 비닐장갑을 착용하는 절차는 지켜졌지만, 정부나 보건당국이 강조하던 1m씩 사회적 거리 두기는 달랐다.
10일 국회의원 총선거 사전선거가 시작된 광주광역시 서구 학생교육문화회관 투표장을 찾은 시민들이 다닥다닥 붙어선 채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10일 국회의원 총선거 사전선거가 시작된 광주광역시 서구 학생교육문화회관 투표장을 찾은 시민들이 다닥다닥 붙어선 채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유권자 몰려들자 사전투표소 혼란

 
 광주 서구 사전투표소 외부 대기공간에는 4명의 선관위 관계자가 체온 측정, 손 소독제 및 비닐장갑 배부, 관내·관외 투표자 구분 절차에 배치됐다. 이날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이곳 사전투표소에 9084명의 유권자가 몰렸다. 오전 8시 이전 2750명의 유권자가 찾았을 때보다 3배 이상 유권자가 몰렸다.
10일 국회의원 총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광주광역시 서구 학생교육문화회관 투표장을 찾은 시민들이 다닥다닥 붙어선 채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10일 국회의원 총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광주광역시 서구 학생교육문화회관 투표장을 찾은 시민들이 다닥다닥 붙어선 채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광주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유권자들에게 "1m씩 거리를 벌려달라"고 외치긴 했지만, 실제로 간격을 벌리게 하거나 일행과 붙어선 유권자들을 제지하는 행동이 없어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다름없는 투표소 현장이 돼버렸다.
 
 "유권자가 몰려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곳 사전투표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체온이 37.5도 이상으로 측정돼 코로나19 의심증상이 확인된 유권자가 사용하는 임시 기표소에 관리 인력이 1명 배치돼야 하지만, 인력이 부족한 대기줄 안내 쪽으로 배치됐다.
 
투표 이렇게 하세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투표 이렇게 하세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발열이 있는 유권자를 보건소나 선별진료소로 안내하는 후속 절차는 없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발열 증상이 확인된 유권자는 본인 확인서를 쓰고 투표용지를 받아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한 뒤 참관인이 대신 투표함에 넣는다"며 "발열 증상이 있다고 해서 보건소로 이송하는 절차를 강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1m 거리 두고 여권 검사하듯 사전투표소도

 
 10일 오전 강원 춘천시 후평1동행정복지센터 2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의 경우 큰 혼란은 없었다. 사전투표사무원 2명이 복지센터 입구에서 발열 검사를 한 뒤 ‘1m 거리 두기’를 안내했다. 간혹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간격이 흐트러지긴 했지만, 기표소로 향하는 건물 곳곳에 붙은 1m 거리 두기 안내문을 보고 이내 간격이 유지됐다.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오전 강원 춘천시 후평1동행정복지센터 2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1m 거리두기’ 원칙을 지키고 있는 모습. 춘천-박진호 기자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오전 강원 춘천시 후평1동행정복지센터 2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1m 거리두기’ 원칙을 지키고 있는 모습. 춘천-박진호 기자

 현장에서 만난 사전투표 사무원은 “아침부터 많은 시민이 투표소를 찾았는데 아직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이는 없었다”며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 모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시 달서구 송현초등학교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장은 공항 세관에서 여권 검사를 하듯 한명씩 과학실로 들어갔다. 선거사무원 안내에 따라 1m 간격으로 줄을 섰고 앞선 유권자가 한표를 행사하고 나오면 "다음분 들어가세요"라는 안내를 받은 뒤 투표소로 들어섰다.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오전 강원 춘천시 후평1동행정복지센터 2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1m 거리두기’ 원칙을 지키고 있는 모습. 춘천-박진호 기자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오전 강원 춘천시 후평1동행정복지센터 2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1m 거리두기’ 원칙을 지키고 있는 모습. 춘천-박진호 기자

 이곳은 한적한 주택가 주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지만, 오전 5시 40분부터 유권자가 찾아왔고 오전 8시에도 10명씩 줄이 끊기지 않았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탓에 유권자가 적은 이른 시간대에 투표를 마치려는 분위기였다.
 
 대구 선관위 관계자는 "대구는 코로나19 사태로 곤란을 겪은 곳이어서 더 감염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킨다고 보면 된다. 15일 투표 날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생각해 다소 한적할 때 사전투표를 미리 하겠다는 주민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춘천·대구=진창일·박진호·김윤호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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