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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공범들, 가담 정도 불문하고 전원 구속수사한다

중앙일보 2020.04.09 16:45
검찰이 앞으로 조직적으로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할 시 가담 정도를 불문하고 전원 구속 수사하기로 했다. 주범에게는 재판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구형할 방침이다.
 

제작자 전원 구속, 무기징역도 가능

[연합뉴스]

[연합뉴스]

대검찰청은 9일 이같은 내용의 ‘디지털 성범죄 사건 처리 기준’을 마련해 이날부터 전국 검찰청에서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기준은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을 비롯해 현재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에도 적용된다. 대검의 새 사건처리 기준에 따르면 조직적으로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할 경우 가담 정도와 무관하게 전원 구속하도록 했다.
 
성착취물 제작ㆍ유포ㆍ소지 범죄에 대한 검찰의 구형 수위도 높아진다. 제작 주범의 경우 기존엔 5년 이상으로 구형해왔지만, 앞으로는 15년 이상 구형하도록 했다. 죄질에 따라서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까지도 구형한다. 영리목적으로 성착취 영상물을 유포하면 징역 7년형 이상을, 그 피해가 크다면 법정 최고형인 징역 10년 이상을 법원에 요구한다. 기존 처리기준은 징역 2년 이상 구형에 불과했다.
 

1개만 소지해도 벌금 500만원 이상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아동 성착취 영상물을 갖고만 있었어도 구속되거나 실형을 살 수도 있다. 영업적으로 유포하려는 목적으로 소지하거나 최소 10개 이상 대량으로 소지할 경우 징역 2년 이상을 구형한다. 또 성 착취 음란물 공유방에 유료 회원으로 가입하기만 해도 벌금으로 끝나지 않고 재판에 넘기며, 아동 성 착취 영상을 한 두개만 소지해도 벌금 500만원 이상 구형키로 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소지사범은 통상 재판에 넘기지 않거나 벌금 100만원 정도로 관대하게 처분해 비판을 받아왔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존에 소지 사범은 같은 종류의 범죄 전력의 없을 경우 기소유예(범죄의 죄질이나 합의 내용 등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는 처분)가 많았던 점에 대해 굉장히 반성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성인은 초범이라도 기소유예하지 않고, 소년범은 기소유예를 하더라도 보호관찰 같은 조건을 붙이도록 바꿨다”고 설명했다.
 

박사방 가입, 벌금으로 안 끝난다

성착취물 공유 텔레그램방에 가입해 영상을 시청하기만 해도 조씨와 같은 ‘공범’이 될 수 있다. 텔레그램방에 가입하게 된 경위나 대화방에 올라온 영상물의 개수, 대화방 성격 등에 따라 달라진다. ‘박사방’처럼 신분을 인증하고 고액의 후원금을 내거나 운영진에게 특정한 포즈 등을 요구했다면 최소 성 착취 행위를 방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애기다.
 
검찰은 ‘켈리’ ‘와치맨’ 등 재판 과정에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었던 사건들도 다시 살펴보고 있다. n번방 계승자인 ‘켈리’ 신모(32)씨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이 사건은 검찰은 항소하지 않고 신씨측만 항소해 2심에서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하는 건 불가능하다. n번방의 전 운영자인 ‘와치맨’ 전모(38)씨의 경우 검찰이 1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3년 6월을 구형했지만 이후 변론이 재개돼 검찰이 더 높은 형량으로 다시 구형하는 게 가능하다.
 
검찰은 이날 “n번방 사건과 관련해 국민적 공분과 엄벌 요구가 이어지는 점을 감안해 관련 범죄에 적용할 강화된 사건 처리 기준을 마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상황을 심각히 인식하고 기존 처리방식으로는 신종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효과적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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