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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美대사 11월 사임설···"한·미 방위비 갈등에 부담 느껴"

중앙일보 2020.04.09 16:37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정동 대사관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정동 대사관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올해 미국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11월을 넘기지 않고 사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9일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여러 곳의 소식통을 인용해 “해리스 대사가 임기를 끝까지 채우는 것에 대해 좌절감을 표명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더라도 11월까지만 한국에 머무르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로이터, "트럼프 재선 관계없이 11월 안 넘길 것"
美대사관 "대통령 뜻 따라 직무 수행" 원론 입장

 
미 대사관은 보도가 나간 직후 대변인 명의의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해리스 대사는 대통령 뜻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미국을 위해 지속적으로 적극 봉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정부 당국자, 훌륭한 한국민, 독립적인 언론 등과 적극 소통함으로써 한·미동맹 강화에 일조하겠다는 대사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대사의 11월 사임설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변은 피하면서 원론적인 입장을 낸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해리스 대사의 사임 논의 여부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2월 서울 중구 미국 대사관저를 소개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2월 서울 중구 미국 대사관저를 소개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하지만 해리스 대사의 조기 사임설은 외교가 안팎에서 회자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앙일보에 “해리스 대사가 트럼프행정부 2기까지 임기를 지속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태평양사령관을 지낸 해리스 대사는 한·미 동맹을 매우 중시하는 편인데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으로 한·미 간에 갈등이 계속 부각되는 데 대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2018년 7월 해리스 대사 부임 이후 한·미 간에는 과거에 비해 갈등 현안이 많았다. 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위치다 보니 해리스 대사는 그동안 한국에선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의 상징과 같은 악역을 맡아야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방위비 분담금 협상 이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해 10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 막판에 청와대에 "트럼프 대통령은 10억 달러 선을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장본인이다.  
 
이에 더해 현재 진통을 겪고 있는 11차 SMA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50억 달러 수준의 분담금을 요구했고 한국 내에선 반미 감정이 고조됐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일부 회원들이 서울 정동의 미 대사관저를 침입하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고, 이런 와중에 해리스 대사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콧수염과 인종적 배경까지 도마 위에 오르는 곤욕을 치렀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이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방위비분담금 협상 관련 기습 농성을 하기 위해 담벼락을 넘고 있다. [뉴시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이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방위비분담금 협상 관련 기습 농성을 하기 위해 담벼락을 넘고 있다. [뉴시스]

 
대북 정책을 둘러싼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의 근본적인 관점의 차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이탈 문제 등도 한·미동맹 관계를 삐걱거리게 만들었다. 특히 올 초 문재인 대통령의 금강산 개별관광 추진 계획과 관련, 해리스 대사가 외신 간담회에서 했던 발언이 와전되면서 여권으로부터 '일제시대 총독'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해리스 대사는 미 태평양사령관을 끝으로 전역한 후 2018년 호주 대사로 지명됐다가 돌연 한국 대사로 지명됐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내정자의 제안으로 부임지를 한국으로 변경했다. 
 
부임 이후 해리스 대사는 사상 첫 정상회담 개최 등 북·미 정상 간 직접 소통에서 메신저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북·미 간 대화가 교착되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의 최우선 순위에서 북한 문제가 멀어진 것도 해리스 대사의 사임설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1월 사임설'이 불거진 9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올린 트윗.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식사를 했다는 내용이다. 해당 트윗은 사임 관련 보도가 나온 뒤 올라왔지만, 해리스 대사는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트위터 캡처]

'11월 사임설'이 불거진 9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올린 트윗.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식사를 했다는 내용이다. 해당 트윗은 사임 관련 보도가 나온 뒤 올라왔지만, 해리스 대사는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트위터 캡처]

 
11월에 사임할 경우 해리스 대사는 통상 3년인 임기를 채우지 않고 떠나는 주한 미국대사가 된다. 전임 마크 리퍼트 전 대사는 2년 2개월(2014년 11월~2017년 1월), 성 김 전 대사는 2년 11개월(2011년 11월~2014년 10월), 캐슬린 스티븐스 전 대사는 3년(2008년 10월~2011년 10월)을 각각 근무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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