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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사재기 안보이는 한국···택배가 막은 거 맞네

중앙일보 2020.04.09 16:34
자동화물 분류기를 통해 택배 분류 작업이 진행 중인 CJ대한통운 청원허브터미널. 사진 CJ대한통운

자동화물 분류기를 통해 택배 분류 작업이 진행 중인 CJ대한통운 청원허브터미널. 사진 CJ대한통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가 사재기 파동에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 각국에 이어 미국과 일본에서도 사재기가 일상화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안심하고 진정하라”고 호소했다. 반면 일찌감치 코로나19가 확산한 한국은 이상하리만큼 평온하다. 외신들도 이를 집중 조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재기 없는 나라, 이건 국민 덕분”이라며 감사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 비결이 뭘까. 
 
자료 CJ대한통운

자료 CJ대한통운

이 같은 한국의 ‘기현상’에는 한국의 안정적인 배달망이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초반에 사재기 조짐이 일부 나타났지만, 안정적인 배송을 확인하면서 평시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것이다. e커머스 업체를 필두로 당일배송, 새벽배송이 일상화된 유통 선진국의 저력이 확인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9일 CJ대한통운에 따르면,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2월 18일 이후 생수와 라면 등 이른바 사재기 용품(긴급물품) 주문이 3일간 급등했다가 이후 안정세를 보였다. CJ대한통운이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월 1주부터 3월 2주(2월 1일~3월 14일)까지 자사 택배 송장 데이터 1억8000만건을 분석한 결과다. 31번 확진자는 신천지대구교회 신자로 대구ㆍ경북 지역에서 감염이 확인된 첫 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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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첫 확진 후 3일간 ‘반짝’ 후 안정  

분석 결과 2월 4주(23~29일)에 생수와 라면, 통조림 등 비상물품 주문량이 전주 대비 약 3배 수준으로 늘었다. 주말 물량이 통상 월요일에 송장 정보로 등록되는 점을 감안하면 31번 확진자 발생 이후 첫 주말인 2월 21~23일 주문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것이란 불안감이 소비에 반영된 시점이다.
 

2월 3주와 4주 사이 통조림은 4만건에서 14만건으로 3배, 라면은 12만건에서 31만건으로 두 배 넘게 물량이 늘었다. 택배는 박스 단위로 배송된다는 점에서 통조림은 최소 280만개(박스당 24~36개), 라면은 930만개(박스당 30개)가 배송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온라인 사재기’ 움직임은 곧바로 사그라들었다. 이 기간 전주 대비 2.5배까지 치솟았던 라면 배송량은 3월 1주(1~7일)와 2주(8~14일)에 전주 대비 각각 39%, 33% 감소세를 기록하며 안정세로 돌아섰다. 2월 4주에 2.5배로 늘었던 생수 역시 같은 기간 41%, 25%씩 줄어들면서 평시 수준으로 회복했다. 
 

3월엔 생필품 대신 '집콕용품' 소비 

자료 CJ대한통운

자료 CJ대한통운

대신 3월엔 생필품이 아닌 일상생활에 쓰는 ‘집콕’ 용품 소비가 늘었다. 개학이 연기되고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다. 홈 카페와 관련된 커피메이커(22.5%), 거품ㆍ반죽기(61.6%) 등이 3월 2주 들어 전주보다 배송 물량이 크게 늘었고 같은 기간 튀김기(21.3%)나 요구르트 제조기(30.2%) 등 홈 쿠킹 관련 물품도 배송량이 많아졌다.
  

도서ㆍ음반 분야 배송 물량은 2월 4주 170만건으로 전주 대비 13% 늘었다. 공연과 전시회 등이 중단되면서 문화 생활을 누리지 못한 소비자들이 집에서 여가를 즐긴 것으로 보인다. 보통 도서나 음반은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 1~2주에 판매량이 크게 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일주일 앞당겨졌다는 분석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2월 3주차 주말부터 주문량이 크게 늘었지만, 물품이 원활하게 배송된다는 점을 확인한 소비자들이 빠르게 안정감을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오프라인에서도 사재기가 없었고, 비상물품은 줄어드는 대신 일상적인 물품에 대한 온라인 쇼핑이 늘었다는 점은 ‘택배가 사재기를 막았다’는 분석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라고 밝혔다.
 

3월 2일 단일 택배 사상 최대 물량  

이 기간 CJ대한통운의 전체 물량은 3월 1주가 가장 많았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2월 4주에는 전주보다 22% 증가한 3200만개를 기록했고, 재택근무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된 3월 1주에는 3300만개까지 늘어나면서 주간 물동량의 정점을 찍었다.  
 
일일 택배 처리량은 3월 2일 960만건으로 국내에서 택배 서비스가 개시된 이후 단일 기업 사상 최대 물량을 기록했다. 택배는 주말 온라인 주문량이 접수되는 월~화요일 물동량이 가장 크고, 이후 갈수록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2019년 기준 CJ대한통운의 택배 시장 점유율은 47.2%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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