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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라임 김회장, 기업 사냥용 페이퍼컴퍼니 리스트 찾았다

중앙일보 2020.04.09 16:31
중앙일보가 입수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페이퍼컴퍼니 리스트' 문건. 강광우 기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중앙일보가 입수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페이퍼컴퍼니 리스트' 문건. 강광우 기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기업사냥에 활용한 페이퍼컴퍼니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회장은 주변 인물들의 명의로 다수의 껍데기 회사를 설립한 뒤 라임 펀드 자금을 빼돌리거나 기업 탈취에 활용했다.
 
9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김 전 회장의 ‘페이퍼컴퍼니 리스트’ 문건에는 19개의 페이퍼컴퍼니(6개는 설립 준비 중으로 표시)의 회사명과 대표자, 이사, 주주명부, 주소 등의 정보가 담겨 있다. 인감도장과 통장, 거래를 위한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 등을 보유하고 있는 지 여부도 표시해뒀다. 실질적으로 김 전 회장이 이 회사들을 지배해 온 것으로 확인되는 대목이다. 이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관리 실무는 김 전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김모 사장이 총괄했다고 한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달 30일 김 사장을 수원여객 162억원대 횡령 혐의로 체포했다.  
 

리스트에 나온 인물들은 누구?

경찰이 최근 1조원대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측근을 김 회장과 공모해 경기지역의 한 버스업체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했다.  사진은 2일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스타모빌리티 건물 전경. [연합뉴스]

경찰이 최근 1조원대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측근을 김 회장과 공모해 경기지역의 한 버스업체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했다. 사진은 2일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스타모빌리티 건물 전경. [연합뉴스]

문건에 등장하는 페이퍼컴퍼니의 대표와 주주는 김 전 회장의 가족, 운전기사와 교회 지인, 회사 직원 등 주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일부는 사기 피해자로 명의를 도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의 자금이 흘러들어간 스타모빌리티 현 대표인 이모 씨는 “김 전 회장이 내 인감 증명을 급하게 쓸 데가 있다고 해서 줬는데 나중에 보니 ‘브레이브컴퍼니’라는 페이퍼컴퍼니의 대표로 등기를 해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브레이브컴퍼니는 김 전 회장이 실질적으로 움직인 회사”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 전 회장이 회삿돈 517억원을 횡령했다며 검찰에 지난달 고발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브레이브컴퍼니는 루플렉스 1호조합의 최대주주이며 루플렉스 1호조합은 현재 스타모빌리티의 최대주주다. 김 전 회장이 다른 사람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를 내세워 실질적으로 회장 행세를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페이퍼컴퍼니는 어떻게 활용됐나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CIO)이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CIO)이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 회사들은 김 전 회장과 이종필(42) 전 라임 부사장이 라임 펀드의 자금을 빼돌리거나 기업을 탈취할 목적 등으로 쓰였다. 리스트에 등장하는 스피릿츠써밋은 라임이 스타모빌리티의 전환사채(CB) 195억원어치를 매입하는 데 활용됐다. 스피릿츠써밋은 매출액 정보가 불분명한 자본금 2억원짜리 회사에 불과해 자금 조달 능력이 없는 회사다. 여기에 라임 펀드의 자금이 활용된 것으로 금융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서원홀딩스는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이 수원여객을 탈취하려고 시도할 때 등장한 회사다. 스트라이커캐피탈은 2018년 4월 수원여객을 인수할 당시 라임으로부터 276억원을 빌렸다. 라임은 2019년 1월 대출 만기가 되지 않았는데, 스트라이커캐피탈에 원금과 이자를 합친 317억원을 48시간 이내에 상환하라고 요구했다. 김 전 부회장과 이 전 부사장이 짜고 상환을 하지 못할 경우 라임은 수원여객의 지분을 서원홀딩스로 넘길 계획이었다. 스트라이커캐피탈은 48시간 안에 317억원을 마련해 경영권 방어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라임이 대출을 해주면서 추천해 수원여객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있었던 김모 씨가 김 전 회장과 공모해 161억원을 횡령한 뒤 도주했다.
 
김 전 회장의 페이퍼컴퍼니에는 김 전 회장의 이름을 딴 회사도 있다. 현재는 브렌체스라는 이름으로 바꾼 비에이치(BH)에셋은 ‘봉현’의 영문명 첫 글자를 땄다. 이 회사는 김 전 회장이 유사수신행위 사기에 활용된 회사로 전해졌다. 현재 글로리제이파트너스로 이름을 바꾼 케이비에이치(KBH)파트너스 역시 ‘김봉현’의 영문명 첫 글자에서 가져왔다. 이 회사의 대표는 김 전 회장이 핵심 측근 김 사장이다.
 
김 전 회장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사기 행위의 타깃이 된 회사 대부분에서는 사기·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액은 스타모빌리티 517억원, 수원여객 161억원, 향군상조회 230억원 등으로 1000억원대에 달한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페이퍼컴퍼니들을 조사해 문제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남부·중앙 이어 수원지검도 라임 수사

1조6000억원 규모의 '라임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횡령을 도운 혐의를 받는 라임 김모 본부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김 본부장은 스타모빌리티의 전환사채(CB) 대금 195억원을 다른 용도로 전용하게 한 혐의와 라임 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한 상장회사 주식을 처분해 11억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는다.[뉴스1]

1조6000억원 규모의 '라임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횡령을 도운 혐의를 받는 라임 김모 본부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김 본부장은 스타모빌리티의 전환사채(CB) 대금 195억원을 다른 용도로 전용하게 한 혐의와 라임 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한 상장회사 주식을 처분해 11억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는다.[뉴스1]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의 수원여객 탈취사건으로 구속된 김 전 사장의 사건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현재 수원지검으로 송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남부지검과 중앙지검에 이어 수원지검까지 라임 관련 수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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