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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구충제·천식약이 코로나 치료제라 하자 “좀 엉뚱한 느낌…”

중앙일보 2020.04.09 15:55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산업계·학계·연구소·의료계 합동 회의에 앞서 연구시설에서 김승택 연구팀장으로부터 코로나19 대응 약물 재창출 과정 및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산업계·학계·연구소·의료계 합동 회의에 앞서 연구시설에서 김승택 연구팀장으로부터 코로나19 대응 약물 재창출 과정 및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게 뭔가 좀 엉뚱한 느낌이 좀 드는….”
 
9일 경기도 성남시 한국파스퇴르연구소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김승택 연구소 연구팀장의 설명을 듣고 의문을 표시했다. 김 팀장이 구충제와 천식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를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설명해서다. 문 대통령은 “천식약은 본래 항바이러스제니까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것 같은데, 구충제는 그쪽(코로나19)하고는 좀 무관한 거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약물 재창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약물 재창출은 이미 시중에 판매되는 약물 중에서 바이러스 치료제로 쓰일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연구다. 백신 등 새로운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에는 5~10년 정도가 걸리는 데 반해 약물 재창출은 안정성이 검증된 의약품의 약효만 검증하면 돼 짧으면 3개월 안에도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치료제를 개발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기도 성남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열린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산·학·연·병 합동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기도 성남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열린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산·학·연·병 합동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이미 승인받은 약물 1500종을 포함해 전체 2500여종의 약물을 대상으로 약물 재창출 연구를 진행했다. 이 중 약효가 있는 24종을 골라냈는데, 연구소 측은 문 대통령에게 대표적으로 시클레소니드라는 천식약과 니클로사마이드라는 구충제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구충제의 코로나19 치료 효과에 의문을 표시하자 김 팀장은 “이게(니클로사마이드) 의외로 예전에 메르스나 사스에서도 항바이러스 효과를 본 적이 있었다. 굉장히 광범위한 항바이러스 효과가 이미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 측은 약물의 농도를 높였을 경우 바이러스 감염이 줄어드는 모습을 시연하기도 했다.
 
류왕식 연구소 소장은 다만 니클로사마이드가 몸에 흡수가 잘 안 되는 단점이 있어, 약물이 폐에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제형(약품의 형태)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류 소장은 “국내 제약사가 현재 (니클로사마이드를)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하던 중에 저희 소식을 듣고서 지금 방향을 틀어서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설명을 듣곤 “보도에서 본 적이 있는데, 전혀 엉뚱한 이야기가 아니군요”라고 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경기 성남시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연구 시설에서 이홍근 선임연구원에게 화합물 처리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경기 성남시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연구 시설에서 이홍근 선임연구원에게 화합물 처리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어 열린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산·학·연·병 합동 회의에서 ‘K바이오’로 불리는 한국 바이오산업을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에 2100억원을 투자하고,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한 치료제 개발 연구개발(R&D) 투자와 신종 바이러스 연구소 설립을 시작으로 치료제와 백신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전 세계가 절실하게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기다린다”며 “우리가 남보다 먼저 노력해 진단기술로 세계의 모범이 됐듯 우리의 치료제와 백신으로 인류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공개 논의 과정에서 일부 참석자는 치료제·백신 개발 마지막 단계에서 감염병이 종식되는 바람에 개발이 중단된 사례를 거론하며, 경제성이나 상업성에 대해 염려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개발한 치료제나 백신에 대해서는 정부가 충분한 양을 다음을 위해서라도 비축하겠다”며 “시장에서 경제성이나 상업성이 없더라도 정부가 충분한 양을 구매해 비축함으로써 개발에 들인 노력이나 비용에 대해 100% 보상받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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