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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n번방 부산경찰" 폭로 주홍글씨, 부산경찰이 수사한다

중앙일보 2020.04.09 14:41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경찰청을 찾아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당부했다. 뉴스1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경찰청을 찾아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당부했다. 뉴스1

텔레그램 성 착취 범죄 의심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자경단(自警團) ‘주홍글씨’에 대해 부산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주홍글씨가 엉뚱한 사람을 범죄자로 지목하거나 활동 과정에서 공갈·협박을 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정보를 함께 올려 2차 피해를 가한다는 논란도 일었다. 주홍글씨 운영진이 과거 성 착취 단체대화방을 운영한 적 있다는 의혹 역시 불거졌다. 행여 주홍글씨에 찍힌 범죄 의심자가 실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져도 주홍글씨는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주홍글씨 관련 수사를 맡겼다. 부산청은 주홍글씨에 의해 ‘유사 n번방 회원’으로 지목된 A총경이 근무하는 곳이기도 하다.
 

A총경 “음란물 꾸짖자 신상 털려”

주홍글씨는 “A총경이 박사방과 유사한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 입장했다가 경찰 신분이 들통나자 탈퇴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현재 A총경의 개인정보만 모아둔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버닝썬(구독자 690명)’도 만들어져 있다. 이에 대해 A총경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한다.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텔레그램 가상화폐 오픈 토론방에 가입했는데, 일부 이용자가 음란물을 게시한 것을 보고 문제를 제기하자 신상이 털렸다”는 게 A총경의 해명이다. 그는 “신상을 턴 사람들은 내 행세를 하며 막말을 하고 다니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A총경은 공갈·협박도 당했다고 한다. 어느 쪽의 말이 진실일지 역시 이번 수사로 밝혀질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주홍글씨’에 올라온 소개 글. 김민중 기자

지난달 31일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주홍글씨’에 올라온 소개 글. 김민중 기자

 

유사 주홍글씨도 수사

경찰은 주홍글씨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아카츠키(구독자 6300명가량)’ 등도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카카오톡 등을 통해 퍼지고 있는 ‘n번방 유료회원결제 리스트’ 파일도 수사 대상이다. 이를 보고 당사자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도 조사받을 수 있다. 또한 주홍글씨 수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개인정보를 올린 ‘주진요(주홍글씨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등이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부산청 관계자는 “현재는 주홍글씨 운영진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법 따른다는 주홍글씨 실체는?

주홍글씨는 자신들을 ‘텔레그램 성 착취 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와 검거를 돕기 위해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자경단’으로 소개한다. 20여 명의 자경단원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중화인민공화국의 법률을 준수한다고 내세운다. 주홍글씨는 “문제 될 소지가 다소 발생했던 점은 인정한다”며 “타깃 남성을 대상으로 협박하거나 공갈한 운영진이 있었는데, 그에 대해선 제명 등 인적 쇄신을 거듭해왔다”고 해명했다. 과거 주홍글씨 운영진이 성 착취 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여지와 관련해선 “범죄자 단죄를 위해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주홍글씨를 집중 수사한다고 해서 ‘주홍글씨 리스트’에 껴 있을 수 있는 실제 성 착취 범죄 혐의자들을 봐준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증거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텔레그램 대화방 ‘박사방’을 공동 운영한 강 모(18·대화명 부따)씨가 9일 구속 심사를 받았다. 뉴스1

텔레그램 대화방 ‘박사방’을 공동 운영한 강 모(18·대화명 부따)씨가 9일 구속 심사를 받았다. 뉴스1

 

SNS 성 착취범 221명 검거

경찰청은 이날 기자 간담회를 열고 “현재까지 텔레그램 등 SNS 이용 디지털 성범죄(성 착취물 제작·유포·소지 등)자를 221명 검거해 그중 3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자수자는 총 5명이다. 피의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103명으로 가장 많다. 그 뒤를 10대(65명), 30대(43명), 40대(4명) 등이 따른다. 확인된 피해자 수는 총 58명이다. 이 가운데 미성년자는 30명에 달한다. 50대에서도 피해자가 1명 나왔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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