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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VS넷플릭스, '패션 리얼리티 프로그램' 시작한 이유

중앙일보 2020.04.09 10:56

“패션의 세계는 냉정합니다. 진보한 디자인은 박수를 받지만 진부한 디자인은 외면당합니다.”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의 사회자였던 슈퍼모델 이소라의 명대사다.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는 지난 2009년 2월 시즌1이 시작돼 2012년 시즌4까지 인기리에 방영했던 케이블 채널 온 스타일의 패션 프로그램이다. 아마추어 디자이너들이 옷을 만들며 경쟁하는 패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윤춘호, 정고운 등 현재 한국 패션계를 이끌고 있는 차세대 디자이너들을 발굴했다.  
경쟁 구도의 패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국내서 인기를 끌었던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사진 중앙포토

경쟁 구도의 패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국내서 인기를 끌었던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사진 중앙포토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의 원조는 미국 케이블 방송사 브라보(Bravo)에서 방영한 ‘프로젝트 런웨이’다. 2004년 12월 시즌1을 시작해 지난 3월 시즌18이 방영됐다. 
 
지난 3월 27일 공개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메이킹 더 컷.' 역시 경쟁 구도의 패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사진 메이킹 더 컷

지난 3월 27일 공개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메이킹 더 컷.' 역시 경쟁 구도의 패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사진 메이킹 더 컷

12번째 시즌까지 프로젝트 런웨이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사회자 하이디 클룸과 심사위원 겸 멘토였던 팀 건이 다른 프로그램에서 다시 뭉쳤다. 바로 지난 3월 27일(현지시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공개된 ‘메이킹 더 컷(Making The Cut)’이다. 역시 패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100만 달러(한화 약 12억원)의 상금을 놓고 12명의 디자이너가 경쟁한다. 매주 금요일 2개의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총 10회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개발‧운영하는 주문형 비디오 인터넷 서비스다.  
 
지난 1월 29일 공개된 넷플릭스의 패션 리얼리티 프로그램 '넥스트 인 패션.' 사진 넥스트 인 패션

지난 1월 29일 공개된 넷플릭스의 패션 리얼리티 프로그램 '넥스트 인 패션.' 사진 넥스트 인 패션

지난 1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에선 ‘넥스트 인 패션(Next in Fashion)’이 공개됐다. 한국인 디자이너 김민주의 우승으로 화제가 됐던 프로그램이다.  
 

한국인 디자이너·한층 화려해진 볼거리

에피소드마다 도전 과제를 주고 수행 과정을 보여주며, 주제에 맞는 가장 좋은 옷을 선보인 디자이너가 이기는 설정은 세 프로그램 모두 비슷하다. 다만 프로젝트 런웨이가 아마추어 디자이너들을 데려다가 경쟁시키는 설정이라면, 메이킹 더 컷과 넥스트 인 패션은 자신의 브랜드를 가졌지만 아직은 덜 알려진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한다. 또 과제를 수행하면서 디자이너들 간의 경쟁이나 알력에 초점을 둔 프로젝트 런웨이와 달리, 메이킹 더 컷과 넥스트 인 패션은 디자이너의 작업 과정과 패션쇼 연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파리, 도쿄 등 로케 촬영으로 화려한 볼거리를 전하는 '메이킹 더 컷.' 왼쪽이 메인 사회자 하이디 클룸, 오른쪽이 사회자 겸 멘토 역할을 하는 팀 건이다. 두 사람은 기존 장수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런웨이'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인물들이다. 사진 메이킹 더 컷 공식 인스타그램

파리, 도쿄 등 로케 촬영으로 화려한 볼거리를 전하는 '메이킹 더 컷.' 왼쪽이 메인 사회자 하이디 클룸, 오른쪽이 사회자 겸 멘토 역할을 하는 팀 건이다. 두 사람은 기존 장수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런웨이'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인물들이다. 사진 메이킹 더 컷 공식 인스타그램

넥스트 인 패션과 메이킹 더 컷은 전 세계에 시청자를 둔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의 새로운 패션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다. 게다가 메이킹 더 컷은 아마존의 풍부한 예산을 바탕으로 파리·도쿄 등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로케 촬영으로 눈길을 끌기도 한다. 첫 에피소드에서는 디자이너들이 파리 에펠탑 앞에서 화려한 패션쇼를 열었다. 
 
'메이킹 더 컷'의 패널들. 왼쪽부터 메인 사회자인 모델 하이디 클룸에 이어 심사위원을 맡은 디자이너 조셉 알투자라, 스타일리스트 카린 로이펠드, 디자이너 니콜 리치, 모델 나오미 캠벨. 사진 메이킹 더 컷 공식 인스타그램

'메이킹 더 컷'의 패널들. 왼쪽부터 메인 사회자인 모델 하이디 클룸에 이어 심사위원을 맡은 디자이너 조셉 알투자라, 스타일리스트 카린 로이펠드, 디자이너 니콜 리치, 모델 나오미 캠벨. 사진 메이킹 더 컷 공식 인스타그램

쟁쟁한 출연진도 볼거리다. 넥스트 인 패션에는 미국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퀴어아이’의 패션 전문가 탠 프랜스와 패션 아이콘 알렉사 청이 출연한다. 메이킹 더 컷에는 하이디 클룸, 팀 건 외에도 유명 패션 디자이너 조셉 알투자라, 세계적인 모델 나오미 캠벨, 보그 파리 편집장을 지낸 스타일리스트 카린 로이펠드, 패션 디자이너 니콜 리치 등이 출연한다.  
 
'넥스트 인 패션'의 최종 우승자는 한국인 디자이너 김민주(왼쪽)였다. 사진 넥스트 인 패션 공식 인스타그램

'넥스트 인 패션'의 최종 우승자는 한국인 디자이너 김민주(왼쪽)였다. 사진 넥스트 인 패션 공식 인스타그램

우리에겐 또 다른 관전 포인트도 있다. 바로 한국 디자이너들의 출연이다. 넷플릭스의 넥스트 인 패션에선 김민주 디자이너가 18명의 여러 나라 디자이너를 제치고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아마존의 메이킹 더 컷에는 디자이너 최지원이 출연하고 있다. 아직 4개의 에피소드밖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첫 에피소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독일의 에스더 페어반트와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선 페어반트와 협업 과제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 출신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 ‘지원 최(JI WON CHOI)’를 이끌고 있는 최지원은 지난해에는 아디다스와 함께 런던 패션위크에서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였고, 글로벌 편집숍 ‘육스’가 주최하는 육시젠(YOOXGEN) 어워드의 첫 우승자로 발탁된 바 있다.  
'메이킹 더 컷'의 두 번째 에피소드 우승자인 한국인 디자이너 최지원. 사진 아마존 홈페이지

'메이킹 더 컷'의 두 번째 에피소드 우승자인 한국인 디자이너 최지원. 사진 아마존 홈페이지

 

유통사와 합작, 팔리는 옷 만든다 

중요한 것은 이 패션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의 존재 이유다. 콘텐트 제작 및 유통사인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왜 낡은 포맷의 패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걸까.    
이들의 차별점은 프로그램 구성이나 포맷이 아닌 프로그램 외부에 있다. 유통사와 합작해 프로그램에 등장한 옷을 방송 직후 직접 살 수 있도록 했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온라인 패션 플랫폼 ‘네타 포르테’와 협업해 넥스트 인 패션을 제작했다. 1월 말 프로그램 공개 후 2월부터 우승자인 김민주 디자이너의 컬렉션이 판매됐고 현재 몇몇 품목은 매진 상태다.  
네타포르테에서 판매중인 '넥스트 인 패션'의 최종 우승자 김민주 디자이너의 컬렉션. 몇몇 제품은 매진이다. 사진 네타 포르테 홈페이지

네타포르테에서 판매중인 '넥스트 인 패션'의 최종 우승자 김민주 디자이너의 컬렉션. 몇몇 제품은 매진이다. 사진 네타 포르테 홈페이지

 
그 자체로 거대한 쇼핑몰인 아마존은 메이킹 더 컷 에피소드별 우승자의 옷을 프로그램 공개 직후 거의 실시간으로 판매한다. 현재 에피소드 4회까지 4명의 우승자가 만든 옷이 아마존에서 팔렸고 놀랍게도 주요 상품은 완판됐다.  
'메이킹 더 컷'의 각 회차 우승자의 의상을 바로 판매하고 있는 아마존. 사진 아마존 홈페이지

'메이킹 더 컷'의 각 회차 우승자의 의상을 바로 판매하고 있는 아마존. 사진 아마존 홈페이지

 
이처럼 유통사와 합작한 새로운 패션 경연 프로그램은 콘텐트의 재미로만 승부했던 프로젝트 런웨이와 목적이 확연히 다르다. 디자이너들은 완벽한 디자인에도 주력하지만, 무엇보다 팔리는 옷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실제로 메이킹 더 컷 심사위원들은 “소비자와 고객을 생각하라”는 말을 자주 한다. 
미국 현지 패션 매체 GQ는 이를 두고 “엔터테인먼트와 전자 상거래의 융합”이라며 “홈쇼핑의 ‘젠지(Generation Z‧1995년 이후 태어난 세대)’ 버전”이라고 평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메이킹 더 컷을 아마존의 패션 사업 확장 전략 중 하나로 평가했다. 지난 3일 기사에서 “온라인 소매로 연간 2800억 달러(약 340조원)의 수익을 올리는 아마존은 리얼리티 패션 프로그램으로 더 나은 패션 사업을 할 수 있다”며 “기존에 양말이나 속옷을 중심으로 판매하던 아마존이 더 높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고급 패션 시장에 진입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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