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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부, 총선 일주일 앞두고 뒤늦게 외국인 단기비자 효력 정지

중앙일보 2020.04.09 07:34
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위기관리종합상황실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위기관리종합상황실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해외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전 세계 외국인에게 이미 발급한 관광 등 단기 체류용 사증(비자)의 효력을 중지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세균 총리, "사실상 입국 금지 효과"
해외발 코로나 확진자 유입 차단 조치
향후 단기비자 발급도 최소화할 예정
유학 등 장기 체류 비자는 해당 안돼
한국인 막은 나라엔 비자 면제도 정지

 
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우리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는 나라에 대해 사증(비자) 면제와 무사증 입국을 잠정 정지하고, 불요불급한 목적의 외국인 입국 제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뒤이어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조치와 관련 "기존 발급 비자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향후 비자 발급을 최소화하고, 비자 면제 협정도 잠정 중단하면 거의 입국 금지 수준에 맞먹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본 회의에서 말한 '불요불급한 목적의 외국인 입국 제한'이 기존 발급 비자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향후 비자 발급을 최소화하겠다는 설명인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외국인에게 이미 발급한 단기 비자(90일 이내)의 효력을 특정 시점 이후엔 정지하겠다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단기 비자를 소지하고 있더라도 다시 심사를 통해 비자를 받으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단, 유학이나 취업, 사업 등을 목적으로 받은 장기 체류 비자는 효력이 유지된다. 단기 비자는 사실상 관광 목적이 큰 만큼, 해외발 여행객을 막겠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빠르면 9일 이같은 조치를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이 당국자는 "이렇게 되면 당장 중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이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중국은 단기·장기 비자를 사전에 발급받아야 한국에 입국할 수 있다. 법무부 통계월보에 따르면 2월 한국에 입국한 중국인 8만 6141명인데, 약 56.6%(4만 8751명)가 단기 비자로 들어왔다.
 
8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우리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해 사증 면제와 무사증 입국을 잠정 정지하기로 했다. [뉴스1]

8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우리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해 사증 면제와 무사증 입국을 잠정 정지하기로 했다. [뉴스1]

 
정부는 또 기존 단기 비자 효력 정지에 더해, 사증(비자) 면제 및 무사증 입국도 효력을 잠정 중단할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사증 없이 입국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심사를 거쳐 사증을 받아야만 입국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정부는 영국, 독일 등 서유럽 대다수 국가와 아랍에미리트(UAE),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 69개국에 대해 비자 면제 협정을 맺고 있다. 비자 면제 협정을 체결하지 않았지만 국가 이익 등을 고려해 무비자 입국 허가 대상으로 지정한 곳도 미국, 캐나다, 호주 등 47개국이다.
  
다만, 정부 당국자는 "사증(비자) 면제 및 무사증 입국 중단은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해 현재 한국에 대해 입국 금지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발 여행객에 대해 입국을 제한하는 나라는 148개국으로, 이들 국가의 국민은 한국 입국을 위해 사증을 새롭게 발급받아야 한다.  
 
이번 정부의 강화된 입국 금지 조치에 해당되지 않는 국가는 미국, 영국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미국과 영국은 현재 한국인 입국을 막지 않고 있어 비자 면제 및 무비자 입국 효력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란 설명이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 이후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경 개방성 원칙을 고수해왔다. 그러다 갑자기 사실상의 외국인 입국 금지 수준의 조치를 뒤늦게 하겠다는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4·15 총선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그동안 고수해온 특별 입국 관리가 한계에 부닥치고, 자가 격리 이탈자가 나오는 등 여론이 나빠지자, 이제야 해외 입국자 숫자 자체를 줄이는 조치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사태가 해외에서도 심각해지면서 외국인 입국자 수는 이미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7일 하루 국내 입국자는 총 5073명인데, 한국이 3811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밖에 미국 206명, 중국 190명, 유럽 57명, 기타 809명 등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정부는 중국 우한 외에 전면적 입국 금지는 안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고, 앞으로도 안 할 것"이라며 "다만, 최근 국내 확진자 중 해외 유입 건수가 상당하기 때문에 좀 더 타이트하게 흐름을 통제하는 조치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달 1일부터 해외 입국자에 대해 전원 2주간 자가 격리를 실시 중이지만, 자가 격리 대상자가 4만 명을 넘어서면서 방역 당국도 힘에 부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 국가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 국가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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