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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서 배식한다고?" 결국 학부모와 교장 몸싸움까지

중앙일보 2020.04.09 07:00
최근 서울실용음악고 전경. 이가람 기자

최근 서울실용음악고 전경. 이가람 기자

서울 중구 서울실용음악고 출입문 주변에는 ‘학부모 출입 금지’ 공지가 붙어 있다. 지난달 6일 오후 교장과 학부모 간 몸싸움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하주차장 급식’ 문제였다. 학부모들이 “급식 장소가 부적절하다”며 항의하는 과정에서 교장과 학부모 이 모씨가 서로 몸을 밀치고 넘어진 것이다.
 

학부모와 교장 몸싸움까지

폭행이 발생하기에 앞선 당일 오전 학부모들은 ‘이번 학기부터 급식 장소가 바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조달청 나라장터 웹사이트에 올라온 급식 용역 입찰 공고를 통해서다. 공고문에 따르면 배식 장소는 지하주차장, 식사 장소는 지상 1층 콘서트홀이었다. 이에 학부모 6명은 교장에게 자초지종을 듣기 위해 학교 4층 교무실을 찾았다.
 
그러나 면담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학부모 이씨는 “교장이 바뀐 급식 장소를 처음 듣는 것처럼 반응했다”며 “아무런 해명 없이 자리를 피하기에 문 앞에서 막아섰다가 함께 넘어졌다”고 말했다. 반면 교장은 “은행 업무를 위해 급히 나가야 하는데 이씨가 출입구를 막고 폭력적인 말을 했다”고 반박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폭행 혐의로 학부모 이씨를 연행했다. 이씨의 고소로 교장 역시 폭행으로 입건됐다.
급식을 하려던 서울실용음악고 지하주차장. 이가람 기자

급식을 하려던 서울실용음악고 지하주차장. 이가람 기자

 

학교 “공간 부족 때문에”

급식 장소가 바뀐 배경에는 학교의 공간 부족 문제가 있다. 서울실용음악고는 급식실이 없어 그동안 학교와 100m가량 떨어진 교회 2층 식당에서 급식을 했다. 교회의 담임목사는 이 학교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그러다 올해부터 교회 측은 급식 장소 제공을 중단했다. 교회 관계자는 “교회를 학교 급식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고발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교회는 원래 면세 대상인데, 종교시설 외의 목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지적받으면서 세금 1억7000만원을 부과받았다고 한다.
 
서울실용음악고는 학교 내 대체 장소를 찾아야 했고, 결국 지하주차장 등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학교 측은 교육청에 지하주차장에서의 급식과 관련해 문의하기도 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지하주차장에서 급식하는 것에 대한 설비 비용을 지원해줄 수 있느냐는 문의였다”며 “급식 장소가 지하라면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바뀐 콘서트홀 급식도 문제

취재가 시작되자 서울실용음악고는 뒤늦게 “지하주차장 급식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교장은 “입찰 문건에 결재를 하긴 했지만 디테일한 부분을 챙겨보지 못했다”며 “직원이 입찰공고문을 잘못 올려 일어난 일이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이번 학기 배식과 급식 모두 콘서트홀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급식 용역 입찰 공고에서도 ‘지하주차장’은 삭제됐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이승준 학교운영위원장은 “교장이 아무 생각 없이 지하주차장에서 배식을 하는 것으로 정했다가 논란이 되니 뒤늦게 말을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변경된 급식 장소인 콘서트홀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학부모 김 모(50)씨는 “콘서트홀은 식탁 하나 없는 곳”이라며 “환기도 잘 안 되고 먼지 가득한 콘서트홀에서 학생들이 밥을 먹을 수는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콘서트홀 급식에 대해 “학교 급식에 적합한 위생 규격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윤지현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콘서트홀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 자체에 위생적으로나 교육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가람·김민중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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