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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폭풍구매?…'보복성 소비' 中 경제 구세주될까

중앙일보 2020.04.09 05:00
[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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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0대 명산 중 하나인 안후이성의 황산(黃山). 이곳은 청명절 휴일인 지난 5일 사람으로 들끓었다. 줄은 오전 4시부터 길게 늘어졌다. 8시도 되기 전에 대기 인원이 일일 제한인 2만 명을 넘었다. 안후이성이 4일부터 황산 등 29개 관광지를 지역 주민에게 무료로 개방하자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관리소 측은 발권을 중단해야 했다.
[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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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푸젠성 푸저우시의 한 가게에선 5ℓ짜리 대형 생수통이 등장했다. 이곳에 버블티를 담아 판매하기 위해서다. 가게는 이 ‘대왕 버블티’를 코로나19 봉쇄령으로 밖을 다니지 못한 사람들을 겨냥했다. 버블티를 못 먹었던 소비자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홍보한다. 중국 경제일간 21세기경제보에 따르면 소비자 반응도 좋다고 한다.

최근 관광·화장품 위주로 소비 증가
억지로 참은 구매심리 폭발하는 것
中정부, 보복소비로 경제 회복 노려
팬데믹·정부 부채로 지속성은 의문

 
중국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울며 겨자 먹기로 ‘소비 다이어트’를 해왔다. 이제 바이러스 창궐은 진정 기미를 보인다. 그러자 ‘폭풍 구매’에 나서는 조짐이 보인다. 이른바 ‘보복성 소비’다.
  5일 중국 산둥성 지난시의 한 야시장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음식 주문을 기다리고 있다.[신화망 캡처]

 5일 중국 산둥성 지난시의 한 야시장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음식 주문을 기다리고 있다.[신화망 캡처]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최대 여행 예약사이트 트립닷컴의 지난 4~6일 청명절 연휴 예약 건수는 전주보다 2배 늘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拼多多)의 하루 화장품 주문 건수는 지난달 중순부터 5000만 건을 넘기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0% 증가했다. 핀둬둬 관계자는 SCMP에 “립스틱과 아이섀도, 아이브로우펜슬 등 색조화장 위주로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소비도 급증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판리닷컴(Fanli.com)에 따르면 중국 전체 식품 소비는 24% 증가했다.
지난 8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흐르는 양쯔강 위에서 배를 탄 중국 청년들이 주변 풍경을 핸드폰으로 찍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8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흐르는 양쯔강 위에서 배를 탄 중국 청년들이 주변 풍경을 핸드폰으로 찍고 있다.[AP=연합뉴스]

중국에서 왜 보복성 소비 조짐이 보일까. 중소기업연구원이 지난달 초 발표한 연구 보고서를 보자. 이 연구원의 황경진 연구위원은 “‘보복적(보복성) 소비’에서 보복이란 말이 부정적으로 들리지만, 이는 외부적 요인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분출되는 ‘소비 요요(Yo-yo)’를 가리킨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격리조치와 외출 자제 권고 등으로 큰 타격을 입은 여행, 외식, 문화오락, 뷰티 산업 등 서비스 분야의 소비 수요가 코로나19 사태 종식 후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에서 한 노점상이 중국식 부침개를 만들고 있다.[중신망 캡처]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에서 한 노점상이 중국식 부침개를 만들고 있다.[중신망 캡처]

중국에선 보복성 소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웨이젠궈(魏建國) 전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은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문화·관광·스포츠·건강의료 방면의 소비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며 올해 중국의 소매판매액이 45조 위안(약 776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41조 위안보다 9%가량 증가한 수치다.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보복성 소비를 거론할 정도다. 성라이윈(盛來運) 중국 국가통계국 부국장은 지난달 말 “코로나19로 억제된 소비가 1조5000억 위안(약 258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사태가 마무리되면 소비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심지어 ‘보복적 반등’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인민들에 ‘지름신’이 내리길 기원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지난 6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에서 한 여성이 중국 정부가 만든 코로나19 관련 선전 포스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6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에서 한 여성이 중국 정부가 만든 코로나19 관련 선전 포스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의 이런 행동은 어느 정도 예측된 모습이다. 중국 지도부의 특성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 선거를 통해 집권하지 않아서다. 대신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인민생활 수준의 향상을 내세워 통치를 정당화한다. 이른바 업적 정당성(Perfomance legitimacy)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업적 정당성이 위태로워졌다. 감염 확산은 겨우 막았지만 대가가 너무 컸다.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 경제의 작동 전원을 꺼버리다시피 했다. 마비된 중국 경제는 1978년 개혁·개방 정책 채택 이래 처음으로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의 한 쇼핑몰 모습. [EPA=연합뉴스]

지난 6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의 한 쇼핑몰 모습. [EPA=연합뉴스]

감염병에서 한시름 놓은 중국 정부에 경제 회복이 생존의 문제인 이유다. 황 연구위원은 “올해는 중국 정부가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10년 전 대비 두 배로 키우겠다는 이른바 샤오캉(小康) 사회 실현의 마지막 해”라며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유명 경제컨설턴트 우샤오보(吳曉波)도 생각이 비슷하다. 그는 지난 2월 한 강연에서 “정부는 인프라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릴 것이고 은행은 돈줄을 풀 것”이라며 “돈이 돌면 7~8월 이후 ‘보복성 소비’가 생기고 이것이 경제성장의 추진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은 과거 위기극복의 경험도 떠올릴 것이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으로 경제를 다시 끌어올렸다.
지난 6일 체코 프라하에서 한 여성이 존 레논 그래피티가 그려진 벽 앞에 서 있다. 존 레논 그래피티에도 누군가가 마스크를 씌워놨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일 체코 프라하에서 한 여성이 존 레논 그래피티가 그려진 벽 앞에 서 있다. 존 레논 그래피티에도 누군가가 마스크를 씌워놨다.[로이터=연합뉴스]

관건은 지속 가능성이다. 최근의 소비회복 조짐이 계속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코로나19는 과거 중국이 경험한 사스나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다르다. 사스는 주로 중국에서 유행했다. 해외 영향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다. 유럽과 미국이 언제 감염병 수렁에서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 지난달 27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전 세계가 경기침체(recession)에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내수를 회복시켜도 세계 시장이 마비되면 중국도 힘들다. 아직도 수출은 중국 경제를 지탱하는 큰 기둥이다. 독일 컨설팅 회사 롤런드버거의 천커 애널리스트는 SCMP에 “코로나 불확실성으로 중국 소비자도 중장기적 구매는 꺼리고 있다”며 “중국 경제가 회복된다고 한들 지난해 만큼은 안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8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한 쇼핑센터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EPA=연합뉴스]

8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한 쇼핑센터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EPA=연합뉴스]

코로나19 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와도 다르다. 금융위기에도 어려웠지만, 당시 중국 경제는 상승세가 확연했다. 경기부양의 ‘약발’이 잘 먹혔다. 하지만 지금 중국 경제의 체력은 10여년 전보다 사정이 좋지 않다.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6.1%로 2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재정 적자 부담은 커지고 있다. 중국 창장증권(長江證券)은 “지난해 중국 정부의 재정 적자율은 4.9%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소비 진작 정책으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효과를 재현해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차이나랩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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