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구내식당 운영까지 말썽…광주시 공무원 밥값 월급에서 뗀다는 속사연

중앙일보 2020.04.09 05:00
광주광역시청 구내식당 결제방식이 '부서별 결제'에서 월급에서 직접 걷는 '원천징수' 방식으로 바뀐다. 그동안에는 직원 한 명이 같은 부서 직원의 구내 식당 점심값을 한꺼번에 걷어 내왔다. 하지만 밥값 납부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식자재 구매 차질까지 이어지면서다. 
 

광주시, 4월부터 공무원 점심값 월급 원천징수
과거에는 직원이 부서원 밥값 걷어와
내부게시판 "상사에 돈달라 하기 어렵다"
점심값 연체에 구내식당 식자재 구매 차질

4월부터 광주시 공무원 밥값 월급에서 뗀다 

 
 8일 광주시에 따르면 4월부터 시청 공무원들의 구내식당 점심값 결제방식이 '원천징수' 형태로 바뀐다. 광주시청 공무원들의 점심값은 실과별로 1명씩 지정된 '서무 담당자'가 10여 명 이상 부서원들의 한 달 점심값을 걷어 일괄 납부하는 '부서결제'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광주광역시청 내부 구내식당. 연합뉴스

광주광역시청 내부 구내식당. 연합뉴스

 
 직원들이 구내식당을 이용할 때마다 공무원 신분증으로 인증하기 때문에 각 직원이 몇끼의 점심을 먹었는지 취합하는 과정은 자동화됐지만, 서무 담당자가 각각 직원들을 찾아다니며 부서별로 통지된 점심값을 걷는 불편함이 있었다.
 
 서무 담당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광주시청 부서의 서무 담당자는 "일부러 돈을 떼먹으려는 아니겠지만, 매달 점심값을 걷으려고 하면 돈을 제때 안주는 직원들이 있다"며 "본인 업무가 바빠서 그럴 수 있겠지만 돈을 걷는 직원도 바쁜데 우리 입장에서는 일만 더해지는 꼴"이라고 했다.
 

광주시 서무 담당자들 내부 게시판에 불만 토로

 
서무 담당자들의 불만 글이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직원용 내부 익명 게시판에 쏟아졌었다. "원천징수 제도 꼭 시행해달라. 상사들한테 돈 달라고 말하기 힘들다"  "매월 급량비를 받고 있으니 점심값을 원천징수해 우리의 권리를 찾으면 좋을 것 같다" 등의 내용이다. 공무원 사회가 수직적 관료조직이기 때문에 상사에게 밥값 달라고 말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반면 원천징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친 글도 있었다. "우리 상사는 알아서 잘 준다" "안 주려고 안 주는 게 아니라 얼마 안 돼 깜빡할 때가 있다" "같이 근무하는 선배, 동료 직원 대다수가 서무의 과정을 거치는데 요새 서무들은 (불만) 의사 표현을 너무 쉽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중식대 납부 지연에 구내식당 식자재 구매 차질도

 
 광주시 구내식당은 직영으로 운영된다. 서무 담당자들이 매달 납부하는 점심값을 걷어 필요한 식자재를 사 왔다. 하지만 실과별로 납부가 지연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식자재를 제때 사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광주시 관계자는 "각 실과 서무담당자들이 돈을 모아서 점심값을 납부해야 하고 식자재를 구매하는 일이 순환돼야 하는데 이 과정이 늦어지면서 서무 담당자나 구내식당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개인별로 점심값을 결제할 수 있는 대안인 '식권 구매' 방식은 외부인만 가능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시 구내식당은 수익을 위한 영업용이 아닌 내부 직원용이기 때문에 공무원이 식권을 각각 구매하는 방식은 원칙상 불가능하고 업무상 시청을 찾는 외부인을 대상으로 한 편의 차원이다"고 했다.
 

광주시 "앞으로 부서결제에 따른 문제 없을 것"

 
 광주시는 "앞으로 점심값을 원천징수하기 때문에 실과별 서무 담당자들의 고충과 구내식당 운영 차질 등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광주지역 내에서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4개 자치구 중 광산구도 구내식당 점심값을 공무원의 월급에서 원천징수하고 있다.
 
 광주시에 앞서 대전과 울산이 공무원 구내식당 점심값을 월급에서 원천징수하고 있다. 서울과 인천은 공무원 구내식당 점심값을 공무원증으로 입금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