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영업 지도 만들어보니···코로나 이후, 동쪽이 더 힘들어진다

중앙일보 2020.04.09 05:00
2018년 가동 중인 개인사업자 증가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2018년 가동 중인 개인사업자 증가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 뉴스]코로나 이후, 자영업 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자영업이 벼랑 끝에 섰다. 중공업·자동차·정유 등 제조업 경영 부진은 식당 등에서 돈 쓸 사람을 줄여 자영업 침체를 가속한다. 이런 악영향은 지방에서 더 심하다. 지방은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자영업 상권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미 산업단지 경기에 빨간 불이 들어와 있던 강원·영남 등 동쪽 지역은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이후(AC·After Corona)의 국내 자영업·일자리 지형을 국세 통계 등을 통해 [그래픽 뉴스]로 분석했다. 과거의 통계는 미래를 보는 거울이다. 
 

장사하려면 서쪽으로 가라? 

국세청 국세통계(2018년 기준)의 시·군·구별 자영업자(개인사업자) 증가율을 지도로 그리면 강원·경북·경남·부산·대구 등 국내 '동쪽' 지역이 특히 낮게 나타난다. 위 지도에서 오른쪽의 색깔이 대체로 옅은 것이 이 때문이다. 
 
강원도는 지역 산업에서 광업·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2.4%다.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서울·제주도를 제외하면 가장 낮다. 코로나 피해를 가장 많이 본 대구·경북도 디스플레이·자동차 부품 등 지역 산업 침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5년 전후부터 이어진 조선 경기 불황 여파에 고용위기 지역으로 지정된 거제·통영·진해 등도 모두 경남에 있다. 
 
반면 자영업자 증가율이 6% 이상인 기초 지자체는 서울·경기·전북에 쏠려 있다. LG·코오롱 등 대기업 연구개발(R&D) 센터가 밀집한 '마곡지구'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아래 지도에서 서울 강서구(증가율 10.6%)의 색깔이 유난히 도드라지는 것이 바로 마곡지구 때문이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예정인 경기 용인시도 11.3%에 달한다.
2018년 가동중인 개인사업자 증가율(서울·인천 ·대구 ·부산) 그래픽=신재민 기자

2018년 가동중인 개인사업자 증가율(서울·인천 ·대구 ·부산) 그래픽=신재민 기자

 
자영업의 '서고동저' 현상은 증가율 상·하위 지자체 명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증가율 상위 10개 기초 지자체 중 9곳이 수도권·호남 지역이다. 반면 하위 10개 지자체 중 7곳은 강원도와 영남 지역에 분포됐다. 
 
2018년 가동 중인 개인사업자 증가율 상하위 10곳. 그래픽=신재민 기자

2018년 가동 중인 개인사업자 증가율 상하위 10곳. 그래픽=신재민 기자

 

자영업자는 공장을 좋아해 

자영업자 증가율이 제조업 등 산업 생산과 연관성이 높다는 것은 지역내총생산(GRDP)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GRDP는 국내총생산(GDP)을 지역 단위로 살펴볼 수 있는 경제 지표다. 전국 8대 도시와 9개 도의 GRDP 성장률(2018년)은 경북(-1.1%)·경남(0.4%)·강원(1.6%)·부산(1.5%)·대구(2.2%) 등은 전국 평균(2.8%)보다 낮다. 반면 서울(3.4%)·경기(4.9%)·충북(6.3%)·광주(5.2%)·전남(3.1%) 등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GRDP 성장률이 높으면 그만큼 해당 지역의 자영업 경기에는 좋은 신호가 된다. 김대유 통계청 소득통계과장은 "경북 등에선 통신·방송 장비 제조업 부진이, 충북·충남 지역은 2018년 반도체·디스플레이 호황이 GRDP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2018년 전국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2018년 전국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코로나가 수도권·지방 양극화 확대" 

전문가들은 코로나 경제 위기는 지역 일자리를 더욱 줄일 것으로 관측한다. 주력 제조업 공장과 산업단지 등이 지방에 밀집해 있어서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코로나 사태로 제조업 공급체계가 무너지면 자영업자 소득의 원천 역시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런 전망은 올해 2월 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도 엿보인다.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대구·경북의 2월 종사자 수는 각각 1000명, 2000명씩 줄었다. 경남도 3000명 감소했다. 종사자가 감소한 곳은 이 세 곳뿐이다. '서고동저'의 경향성에 지역 특수성(확진자 발생)이 더해진 결과로 분석된다. 
 
올해 2월 시도별 노동자 증감·증감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올해 2월 시도별 노동자 증감·증감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지방 일자리 감소→수도권 집중 

지역 제조업 위축으로 수도권 인구 집중은 더욱 가속할 전망이다. 인구 이동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주로 일자리를 따라 이동한다. 지난해 국내 인구이동통계에서 지자체별 인구 순 이동률은 세종시(7.3%)·경기도(1%) 순으로 높다. 지난해 수도권은 8만3000명이 순유입했고, 영남권은 7만1000명이 순유출했다. 전체 인구에서 전입해서 눌러앉는 사람은 수도권이 가장 많다는 의미다. 이 같은 인구이동은 지난 10년 동안 계속됐고, 코로나가 이동 속도를 더 빠르게 할 가능성이 있다.
 
10년 새 수도권으로 얼마나 이동했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10년 새 수도권으로 얼마나 이동했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지자체 인구가 주로 이사하는 지역을 순위별로 분석하면 1순위는 인접 지역, 2순위와 3순위는 대부분 서울과 경기도로 나타난다. 대구·울산 등 8개 시·도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이유로는 '직업'을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
 
지방 거주자의 이사 1~3순위 지역. 그래픽=신재민 기자

지방 거주자의 이사 1~3순위 지역. 그래픽=신재민 기자

수도권 집중→부동산 양극화 

코로나 이후 수도권과 지방 간 부동산 자산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 상승 원인을 '투기 세력'으로 지목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산업구조 변화로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한 것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 전체 주택 소유자 중 3채 이상 소유한 사람 비중은 2%(2018년)에 불과하다. 산업 구조조정 실패가 서울 부동산 가격 급등과 경기권 '풍선효과'를 낳는 근본 원인이란 것이다.
 

"양극화 해소 출발은 제조업 강화"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SK하이닉스 공장을 서로 유치하려 했던 것처럼 기업이 지방에서 일자리를 만들면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정부는 기업의 지방 이전과 지방 창업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산업 구조조정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원 전 교수는 "코로나 사태 이후 닥칠 부동산·지역·소득 분배의 양극화를 최소화하려면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며 "긴급 소득 지원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으로 앞으로 어떤 산업으로 먹고살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관련기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