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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총선”…진영대결에 지역주의로 뒷걸음질

중앙일보 2020.04.09 05:00
21대 총선 선거운동이 중반전으로 접어 들었다. 각 당 후보 선거운동원들이 마스크에 기호를 붙이고 서울 지역 곳곳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뉴스1]

21대 총선 선거운동이 중반전으로 접어 들었다. 각 당 후보 선거운동원들이 마스크에 기호를 붙이고 서울 지역 곳곳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뉴스1]

8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초대된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꼽은 4ㆍ15 총선의 특징은 ‘낯섬’과 ‘의외’였다.

 
“코로나19 때문에 신인들이 고전할 것이다. 정당중심 선거로 바뀌었다”(박시영 윈지코리아 대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선거를 지금 경험해보고 있다. (과거에 강했던) 여당심판론이 이번에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세대교체가 화두가 됐는데 인물이 부각되지 않고 기호 중심 선거가 돼버렸다”(이은영 한국여론연구소장)

 
김어준씨도 “이런 선거는 처음”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정권 중간평가 성격이나 정책대결이 실종된 4ㆍ15 총선을 두고 정치권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코로나 총선’ ‘조용한 선거’라고들 한다. 대선이 미래 전망적 투표라면 정권 중반의 총선은 정부를 평가하는 회고적 투표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이번 21대 총선은 코로나19 사태가 모든 이슈를 압도하며 부동산 및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이나 대북ㆍ외교안보 정책 등 현 정부 핵심 정책에 대한 심판 성격이 부각되지 않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적용 대상과 재원이 선거 막판 어젠다가 됐지만 당위적 측면에선 여야가 별 차이점 없이 오히려 경쟁적으로 돈 풀기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19가 불러올 사회ㆍ경제적 메가트렌드 변화에 대한 논의는 총선에서 뒷전이다.

 
21대 총선을 7일 남겨둔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선거 유세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총선을 7일 남겨둔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선거 유세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총선이 과거로 돌아가는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학계 등 전문가들은 한때 옅어지는 듯했던 지역 쏠림 현상이 다시 심화되는 현상을 주목한다. 28석이 걸린 호남의 경우 20대 총선 때 국민의당이 녹색 돌풍을 일으키며 23석을 가져갔고 미래통합당 전신인 새누리당도 이정현ㆍ정운천 의원을 배출하는 등 교두보를 확보하는 듯했다. 이번에는 민주당이 25석 이상 싹쓸이를 자신하고 있다.

 
반대로 25석이 걸린 대구ㆍ경북(TK)에서는 통합당의 전승 가능성이 높다. 20대 총선 때는 민주당 소속 김부겸 의원, 민주당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의락 의원(이후 민주당 복당)이 당선되면서 지역주의가 완화되는 듯했지만 이번 총선에선 민주당 전멸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남은 통합당, 호남은 민주당’이라는 고질적 지역대결 구도가 재연되는 셈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권 들어 편 나누기 정치, 갈라치기 정치가 가속화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4ㆍ15 총선 광주·전남 후보자,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자 등이 8일 오전 광주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원회의'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4ㆍ15 총선 광주·전남 후보자,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자 등이 8일 오전 광주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원회의'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지난 7일 오전 강원 춘천시 미래통합당 강원도당에서 열린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공동 강원권역 선대위 회의에서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정권 교체를 호소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오전 강원 춘천시 미래통합당 강원도당에서 열린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공동 강원권역 선대위 회의에서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정권 교체를 호소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총선은 양대 정당이 주도하는 비례 정당 싸움 속에 거대한 진영 대결 양상도 뚜렷하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전략홍보유세 매뉴얼’에서 통합당을 ‘아베 정권을 옹호하고 일본에는 한마디도 못한다’는 친일 프레임을 씌웠다. 반면 통합당은 정부 여당을 "중국이나 북한에 찍소리도 못하는 좌파 정권"으로 규정한다. 양당 공히 각자 지지층을 자극하는 구호로 집토끼(전통적 지지세력)를 결집하는 전략이다. 양강 구도 속에 중도라는 제3 지대나 대안 세력은 찾기 힘들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대 정당이 유권자의 진영화, 묻지마 투표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유권자들이 정책과 노선을 따지기보다 정당 중심으로 선택하는 경향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2일 공개한 유권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후보 선택 기준으로 ‘소속 정당’을 꼽은 응답이 29.0%로 20대 총선 당시 16.0%보다 13.0%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인물-능력’을 꼽은 답변은 4년 전 35.1%에서 이번엔 29.8%로 5.3%포인트 떨어졌다. 비례대표 정당 결정시 고려사항으로도 ‘지지후보와 같은 정당’을 꼽은 응답자가 4년 전 17.6%→이번 25.7%로 높아졌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선거운동이 활발해지기 어려운 탓도 있지만 이번 선거는 정당 보고 찍는 경향이 압도하는 분위기”라며 “이런 국면일수록 후보자 개인의 경쟁력과 정책공약을 꼼꼼히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진영 대결로의 퇴행 현상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와는 다르게 거대 양당이 꼼수 비례 정당을 만들 때부터 예상됐던 것이
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대 총선 때 국민의당처럼 역대 총선에서 제3의 완충지대가 있었는데 이번 총선은 예외적이다”며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갈린 정치에 비례 정당까지 노골화하면서 양극화 정치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런 구도에서 탄생할 21대 국회는 차기 대선 국면과 맞물려 분열과 대립의 정치가 가속화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다만 진영 대결 양상을 정당정치의 선진화 과정에서 보는 관점도 없진 않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제도권 정치와 코어(핵심) 유권자 사이의 상호작용이 어느 때보다 강해지면서 유권자들 사이에 ‘정당 일체감’이 높아진 측면이 있다”며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꼭 이겨야 한다는 열정적 믿음을 가진 층이 많아진 것은 정당정치의 발전이란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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